[Cook&Chef = 조용수 논설위원] 뉴욕 와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산지는 롱아일랜드(Long Island)다. 핑거레이크스가 빙하와 호수가 만든 쿨 클라이밋 와인의 세계라면, 롱아일랜드는 뉴욕에서 대서양으로 175km가량 뻗어 나간 이 길쭉한 섬의 끝자락에, 뉴욕에서 가장 따뜻하고 가장 '바다를 닮은' 와인 산지이다. 뉴욕시에서 동쪽으로 약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한 롱아일랜드는 대서양을 향해 길게 뻗은 섬이다. 북쪽의 롱아일랜드 사운드(Long Island Sound)와 남쪽의 대서양, 그리고 동쪽의 페코닉 베이(Peconic Bay)에 둘러싸여 있어 미국 동부에서는 드물게 안정적인 해양성 기후를 형성한다.
핑거레이크스와 달리 적포도 품종이 충분히 익는 긴 생장기(연 200일 안팎)가 확보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바다는 양날의 검이어서, 가을의 거센 폭풍과 서리, 가뭄, 허리케인은 늘 도사리는 위협이다. 높은 습도가 곰팡이병을 부르기에, 이곳 농부들은 잎 정리와 수직 유인(VSP) 같은 세심한 재배로 맞선다. 토양은 빙하가 남긴 모래질 양토(헤이븐-리버헤드 사질토)가 주를 이룬다. 배수가 좋고 비옥도는 낮은 편이라 포도나무가 과하게 웃자라지 않는다. 두 갈래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노스 포크는 페코닉 만의 보호를 받아 더 따뜻하고 일조량이 많아, 섬 와인 산업의 4분의 3 이상이 몰려 있고 더 잘 익은 풀바디 레드를 낸다. 반면 대서양에 더 가깝게 노출된 햄튼스는 한층 서늘해, 산도가 높은 경쾌한 화이트와 로제에 강점을 보인다.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가 이곳의 간판 품종이며, 흔히 와인에 짭짤한 미네랄리티, 이른바 '소금기 어린 골격(saline backbone)'이 느껴진다는 평을 듣는다.
Wölffer Estate — 햄튼스의 우아함, 그리고 로제
햄튼스를 대표하는 생산자는 울퍼 에스테이트(Wölffer Estate)다. 1988년 설립된 이 와이너리는 롱아일랜드 와인의 품질 향상을 이끈 대표적인 생산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서머 인 어 보틀(Summer in a Bottle)’은 프로방스풍의 산뜻하고 화사한 스타일로, 한여름 햄튼스에서는 공급이 부족해 화제가 될 정도로 햄튼스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자리 잡으며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다. 지속가능 농법으로 가꾼 사가포낙의 포도밭과 노스 포크의 부지에서 나온 메를로, 샤르도네, 스파클링까지, 음식과 어우러지며 우아하게 숙성하는 와인들이 폭넓게 ,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와인'이 무엇인지를 말없이 보여준다.
Macari Vineyards — 노스 포크의 가장 야심 찬 농장
노스 포크의 마카리 빈야드(Macari Vineyards)는 지속가능 농업과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실천하는 생산자로 잘 알려져 있다. 수십 년 동안 화학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순환형 농업을 유지하며 롱아일랜드 테루아를 와인에 담아내고 있다. 3대가 함께 일구는 이 와이너리의 와인은 비평가들로부터 "매혹적이고 복합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특히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 그리고 최상급 레드 블렌드인 '버겐 로드(Bergen Road)'는 두꺼운 팬층을 거느린다. 담배 잎과 붉은 체리, 으깬 돌의 미네랄이 어우러진 카베르네 프랑은, 롱아일랜드의 해양성 테루아가 적포도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또렷이 들려주었다.
같은 뉴욕주 안에 위치하고 있지만 핑거레이크스와 롱아일랜드는 전혀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하나는 빙하가 만든 호수의 산도와 미네랄을, 다른 하나는 대서양이 전하는 따뜻함과 우아함을 담고 있다. 두 산지는 오늘날 뉴욕 와인이 가진 다양성과 잠재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뉴욕 와인은 머지않아 국내 시장에서도 순차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뉴욕 와인의 새로운 매력과 가능성을 담은 이들 와인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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