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흡연자·불면증 환자에게도 좋은 약이 되는 음식
사진 =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채연 기자] 찬바람이 불면 진흙 속에서 자라난 ‘연근’이 제철을 맞는다. 추울수록 뿌리 속에 영양분을 응축해 더욱 건강한 재료가 되어 우리 상에 오른다. 조선시대에는 귀한 약재로 쓰였을 만큼 효능이 뛰어났지만, 오늘날에는 단순한 조림 반찬으로만 소비되는 식재료다. 그러나 알고 보면 연근은 피를 맑게 하고, 위를 보호하며, 간 해독까지 돕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대표 식품이다.
피를 맑게 하고 위를 보호하는 약용 뿌리
연근은 달고 따뜻한 성질을 가진 뿌리채소로, 11월이 가장 맛과 영양이 좋다. 동의보감에는 “연뿌리를 피에 떨어뜨리자 피가 엉기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연근이 피를 맑게 하고, 뭉친 피를 풀어주는 성질이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연근은 열독을 풀고 어혈을 삭이며 출혈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다만 혈액을 묽게 하는 작용이 있어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연근에는 비타민C와 철분, 칼륨, 타닌이 풍부하다. 100g당 철분 함량이 0.8mg으로, 같은 무게의 당근(0.28mg)이나 감자(0.4mg)보다 월등히 높다. 철분 흡수를 돕는 유기산인 비타민C가 함께 들어 있어 ‘천연 철분제’로 불린다. 또한 칼륨이 풍부해 체내 나트륨을 배출하고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준다.
연근을 자르면 끈적한 점액질이 흘러나오는데, 이 안에는 위벽을 보호하고 소화를 돕는 ‘뮤신’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뮤신은 위염이나 위궤양, 장염 예방에 탁월하며, 과음으로 손상된 위를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음주 후 생으로 갈아 마시거나 차로 끓여 마시면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타닌 성분은 니코틴 해독 작용이 있어 흡연자에게 좋으며, 항산화 물질인 플라보노이드와 비타민C는 면역력 강화와 피부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건조함과 피로 누적, 스트레스로 인해 음혈(陰血)이 쉽게 고갈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때 연근이 영양물질을 보충해 피로와 불면을 완화한다고 본다. 식이섬유 역시 풍부해 장운동을 촉진하고 콜레스테롤 배출을 돕는다. 덕분에 연근은 변비 개선, 혈액순환 촉진, 심혈관 질환 예방에 모두 유익하다.
연근을 더 건강하게 먹는 법
연근은 조림보다 피클이나 생즙 형태로 먹는 것이 더 건강하다. 단백질과 당이 결합해 생기는 ‘당독소’는 조리 과정에서 노화를 촉진하고 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유기산이 풍부한 과일이나 치자와 함께 피클로 담그면 영양 흡수가 높아진다. 한의학에서 치자는 심장의 화(火)를 식히는 약재로, 음혈을 보충하는 연근과 궁합이 좋다. 단, 치자는 차가운 성질이 있어 위가 약한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연근은 생으로 갈아 마시거나 얇게 썰어 샐러드로 먹어도 좋다. 겨울철 감기 예방용 차로 끓이거나 이유식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신선한 연근은 마디 사이가 매끈하고 상처가 없으며, 속 구멍의 크기가 일정한 것이 좋다. 색은 뽀얀 백색에 가까울수록 신선하다. 손에 들었을 때 묵직한 느낌이 드는 400g 이상 크기가 알맞다. 껍질을 벗긴 연근은 산화로 인해 색이 쉽게 변하므로 식초물에 잠시 담가 냉장 보관하면 좋다. 흙이 묻은 상태로 종이나 비닐에 싸서 보관하면 일주일 이상 신선하게 유지된다.
‘산속의 불로초가 산삼이라면, 물속의 불로초는 연근’이라는 말이 있다. 연근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피를 맑게 하고 위를 편안하게 하는 약용 음식이다. 하루 한 끼, 연근 반찬 하나만 더해도 몸의 균형이 달라진다. 올겨울에는 따뜻한 밥상 위에 연근을 올려 약과 음식이 하나가 되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지혜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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