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항산화·리모넨… 한국 유자의 매력 재조명
사진 =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채연 기자] 겨울이 되면 유난히 생각나는 노란 과일, 유자. 최근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유자 막걸리가 건배주로 선정되며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특유의 향긋한 향과 상큼한 맛 덕분에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겨울철 대표 과일로 자리 잡은 유자는 그 맛 이상으로 뛰어난 건강 효능을 자랑한다. 추운 계절,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이 몸을 덥히는 이유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유자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겨울철 최고의 천연 보약이다.
비타민 C로 채운 천연 영양소, 감기 예방부터 항산화까지
유자는 감귤류 가운데서도 비타민 C 함량이 유독 높다. 100g당 약 105mg의 비타민 C가 들어 있어 하루 권장량의 1.5배에 달하며, 이는 피로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유자 속의 구연산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하고, 헤스페리딘은 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 혈액순환을 돕는다. 겨울철 쉽게 감기에 걸리거나 몸이 무겁고 피곤한 사람에게 유자는 자연이 만든 최고의 면역 비타민이다.
또 유자에는 플라보노이드와 카로티노이드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세포 손상을 방지하고 노화 속도를 늦춘다. 유자 껍질의 리모넨 성분은 항균·항염 작용을 하며, 스트레스를 완화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나린진과 펙틴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해 소화를 돕는다. 결국 유자 한 알 속에는 면역, 피로, 피부, 혈관, 장 건강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치유력이 담겨 있다.
천 년의 역사 품은 과일, 현대 미식으로 진화하다
유자는 약 9세기경 장보고가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항해 중이던 선원들이 비타민 C 부족으로 괴혈병에 시달리자 이를 막기 위해 유자를 가져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유자는 한국 남해안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며 약재와 향료로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유자는 소화를 돕고 기침을 멎게 하며, 감기를 예방한다”는 구절이 있다. 일본에서는 유자를 장수와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 동짓날 뜨거운 물에 유자를 띄운 ‘유자탕’을 즐긴다. 향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고 믿은 전통이다.
오늘날 유자는 전통의 경계를 넘어 미식과 웰빙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자청이나 유자차로 마시는 것은 물론, 드레싱과 소스, 디저트, 칵테일 등으로 재해석되며 세계인의 식탁 위에서 ‘K-시트러스’로 자리 잡았다. 열에 약한 비타민 C 특성상 유자즙을 물이나 탄산수에 섞어 생으로 마시는 것이 영양 손실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자는 단순한 겨울 과일이 아니라, 천 년의 역사와 현대 과학이 함께 증명한 자연의 황금빛 보약이다. 비타민 C로 면역력을 지키고, 항산화 성분으로 노화를 늦추며, 향긋한 리모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그 한 잔의 향기 속에는 겨울을 견디는 지혜가 담겨 있다. 올겨울, 따뜻한 유자차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데워보자.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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