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오요리 기자] 새해 시작과 함께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이례적 규모와 속도로 예산 집행에 착수했다. 농식품부는 민생경제 회복을 목표로 1월 2일, 총 607억 원 규모의 예산을 신속 집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첫날 집행 규모였던 300억 원(1개 사업) 대비 금액 기준 2배 이상, 사업 수 기준 4배 증가한 수치다.
이번 신속 집행의 정책 목표는 명확하다. 먹거리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보호하고, 기후 변화에 따른 농가 피해에 대응하는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산업단지 근로자 천원의 아침밥' 시범사업과 '농식품 바우처' 사업의 확대다. 두 정책은 단순 복지를 넘어, 침체된 내수 경제와 외식 산업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부 재정이 시장에 직접 개입해 특정 수요를 창출하는 이번 조치는 고물가와 소비 심리 위축에 직면한 외식업계와 식품 소매업계에 중요한 신호로 작용한다. 본 기사는 농식품부의 이번 정책이 단순 예산 집행을 넘어, 외식 산업 생태계와 소비자 시장에 미칠 다각적 영향을 분석한다.
정책의 배경: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지상과제
정부가 연초부터 재정 집행 속도를 높이는 것은 현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은 수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며 서민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투입은 소비 여력을 확충하고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는 핵심 수단이다.
농식품부가 이번 신속 집행 대상으로 선정한 4개 사업은 산단 근로자 천원의 아침밥(14억 원), 농식품 바우처(21억 원), 재해대책비(128억 원), 농작물재해보험(444억 원)이다. 이 중 재해 관련 예산이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생산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다면, '천원의 아침밥'과 '농식품 바우처'는 '소비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다.
김정주 농식품부 정책기획관의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정부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새해 첫날부터 집행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는 발언은 이러한 정책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이는 정부가 농업 정책의 범위를 생산 지원에 국한하지 않고, 소비 촉진과 사회 복지를 연계하는 통합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정책은 단순히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 효과를 즉시 체감하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대상자 선정과 시스템 구축을 사전에 완료해 연초부터 정책 효과가 공백 없이 발현되도록 했다. 이는 정책 집행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천원의 아침밥', B2B 급식 시장의 새로운 동력
올해 시범 도입되는 '산업단지 근로자 천원의 아침밥'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주목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델을 먹거리 접근성이 취약한 산업단지 근로자에게 확대한 것이다. 이는 복지 대상을 전통적 취약계층에서 특정 환경의 노동 인구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전환을 의미한다.
산업단지 근로자는 이른 출근 시간과 열악한 주변 식당 인프라로 인해 아침 식사 결식률이 높은 집단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공모를 통해 사업 대상 산업단지 34개소를 사전 선정했으며, 연간 약 90만 식의 아침 식사를 제공할 계획이다. 근로자가 1,000원을 부담하면 나머지는 정부, 지자체, 기업이 지원하는 구조다.
이 정책은 외식업계, 특히 단체 급식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간 90만 식에 달하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B2B(기업 간 거래) 급식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단체 급식 전문업체나 구내식당 위탁 운영업체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고정 수요는 식자재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급식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업은 '우리쌀'을 활용한 아침 식사 제공을 명시한다. 이는 쌀 소비 촉진이라는 농업 정책의 본래 목표와도 일치한다. 매년 감소하는 쌀 소비량 문제에 대응해 정부가 직접 대규모 소비처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이는 쌀 생산 농가의 소득 안정에 기여함과 동시에, 단체 급식업체의 국산 식자재 사용 비중을 높이는 효과를 유발한다.
확대된 '농식품 바우처', 소매 유통의 혈맥을 뚫다
'천원의 아침밥'이 B2B 시장을 겨냥한다면, '농식품 바우처' 사업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 특히 지역 기반 소매 유통 채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올해 농식품 바우처 사업 예산은 740억 원으로, 전년 381억 원 대비 약 2배 가까이 증액됐다. 이는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 지원의 폭과 깊이를 모두 강화한 조치다.
가장 큰 변화는 지원 대상 확대다. 기존 생계급여 수급 가구 중 임산부·영유아·아동 포함 가구(약 8.7만 가구)에서, 올해부터는 청년(34세 이하) 포함 가구까지 확대해 약 16만 가구를 지원한다. 이는 청년층의 빈곤과 영양 불균형 문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원 기간 역시 기존 10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됐다. 이는 복지 수혜의 공백을 제거하고 연중 안정적인 먹거리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다. 또한, 바우처 사용 가능 매장도 전년 5만 8천 개에서 6만여 개로 확대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740억 원의 예산은 전국의 지정 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등에서 국산 농축산물 구매로 직접 연결된다. 이는 고물가로 위축된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농산물 유통업체와 소상공인에게는 직접적인 매출 증대 효과로 작용한다. 소비자는 신선 식재료를 구매하고, 판매자는 안정적 수요를 확보하며, 생산자는 판로를 넓히는 다중 효과가 기대되는 구조다.
정책의 이중 효과: 안전망 구축과 시장 활성화의 선순환
농식품부의 두 정책은 개별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함께 분석할 때 정책적 시너지가 명확해진다. '천원의 아침밥'이 조리된 '식사' 형태로 복지를 제공하는 B2B 모델이라면, '농식품 바우처'는 '식재료' 구매를 지원하는 B2C 모델이다. 하나는 외식·급식 산업을, 다른 하나는 소매·유통 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형태다.
두 정책은 정부 재정이 어떻게 사회적 안전망과 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정부 지원금은 단순 비용이 아니라, 취약계층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 건강권을 보장하는 사회적 투자다. 동시에 이 자금은 단체 급식업체, 식자재 유통업체, 지역 마트, 최종적으로 농가에 이르기까지 식품 산업 생태계 전반을 순환하며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 정책 모두 '국산 농산물' 소비를 전제로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에 직면한 국내 농업을 보호하고 식량 자급률 제고에 기여한다. 즉, 복지 예산이 농업 기반을 강화하는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외식업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기적으로는 정부 주도의 신규 시장이 열리는 기회이며, 장기적으로는 국산 식재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소비자가 정책을 통해 국산 농산물의 우수성을 체험하면, 일반 외식 시장에서도 국산 식재료 사용 업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
향후 전망과 과제: 지속가능성을 위한 조건
정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해결 과제도 존재한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의 경우, 시범사업인 만큼 성과 평가를 통해 본사업 확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급식의 질 유지, 위생 관리, 참여 기업의 만족도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농식품 바우처 사업 역시 부정 사용 방지, 사용처의 지역적 편중 해소, 지원 품목 다양성 확보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지원 대상이 대폭 확대된 만큼, 현장 혼선을 방지하기 위한 명확한 안내와 홍보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정책들이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으려면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민생 안정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향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관련 사업들이 우선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농식품부의 새해 예산 신속 집행은 단순한 재정 조기 투입을 넘어선다. 이는 먹거리 문제를 고리로 사회 복지와 산업 진흥을 연계한 정책적 설계로 분석된다. '천원의 아침밥'과 '농식품 바우처'를 통해 정부는 취약계층의 식생활을 보호하는 동시에, B2B 급식과 B2C 소매 유통 시장에 새로운 동력을 공급하고 있다. 외식업계는 이러한 정책 변화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전략적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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