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한식은 한 자리에서 완성되는 음식이 아니다.
시간과 경험, 그리고 끊임없는 배움 속에서 축적되는 결과물에 가깝다.
양순애 셰프는 대사관과 호텔 등 다양한 현장을 거치며 23년간 조리 인생을 이어왔다. 현재는 JW 메리어트 서울에서 한식을 중심으로 고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국제 체인 호텔이라는 환경 속에서 한식의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해 오고 있다.
또한 (사)궁중음식연구원의 정규 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해 ‘궁중음식체험지도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전수기관에서 발급하는 민간자격으로, 궁중음식 강의와 전통음식 체험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 자격이다.
현장의 실무 경험과 전통에 대한 학습을 함께 이어온 셰프의 시간은, 오늘날 호텔 한식이 어떤 기반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가 걸어온 조리 인생과 함께, 글로벌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한식의 흐름을 짚어본다.
Q. 조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A. 맞벌이로 바쁘셨던 부모님을 대신해 직접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날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이었지만, 반복되는 메뉴에 변화를 주고 싶어 조리법을 바꿔보기도 하고, 서점에서 요리 잡지를 찾아보며 다양한 요리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요리에 대한 흥미가 생겼습니다.
Q. 한식 조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A. 제가 만든 요리를 맛보며 즐거워 하는 식구들을 보며, 요리를 통해 가족에게 따뜻한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음식이 사람들에게 행복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특별한 매개체라고 느꼈고, 이러한 경험이 쌓이며 더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만족을 전하고 싶다는 목표로 이어져 한식 조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장에서20년 이상 근무하셨는데, 처음 입사 당시 환경은 어떠했습니까?
A. 첫 직장은 한정식 레스토랑이었으며, 당시에는 체계적인 레시피가 없어 수첩에 하나라도 놓칠까 세세히 기록했던 기억이 납니다. 회사에서 제공한 숙소에 10명이 넘는 직원이 함께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시기입니다. 파트 구분이 명확했고, 6개월마다 부서를 순환하며 다양한 조리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던 덕분에 한식의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었습니다.
Q. 오랜 시간 주방에서 근무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A. 돌이켜보면 매 순간이 치열하고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20대에는 빠르게, 많이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컸고, 잦은 근무지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30대에는 다양한 국가의 요리를 익히는 데 집중했고, 40대에 들어서는 전통으로 돌아가 장류와 궁중음식, 사찰음식 등 한식의 본질을 다시 깊이 배우고 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무거운 작업이 많아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했던 점도 어려움 중 하나였습니다.
Q. 남성 셰프들도 장기 근무가 쉽지 않은 호텔 주방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A. 요리는 배울수록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분야입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 배움의 즐거움과, 현장에 적용했을 때 고객의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는 순간의 기쁨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또한 많은 분들께서 성별에 관계없이 공정한 기회와 격려를 주셨고, 그 신뢰와 응원이 지금까지 저를 지탱해 준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조리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A.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의 경험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주시고, 음식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실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우수 매니저상을 수상했을 때는 20년이 넘는 시간의 노력이 인정받는 것 같아 뜻깊었고, 조리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 역시 조리사로서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Q. JW 메리어트 서울은 국제 체인 호텔로 다양한 국적의 고객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외국인 고객들이 한식을 접하는 비율이나 관심도는 어느 정도라고 느끼십니까?
A. 한식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음식이 아니라 K-문화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많은 외국인 고객들이 이미 김치, 불고기 등 기본적인 한식을 경험해 보셨고, 뷔페에서 다양한 김치를 접하며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채소를 활용한 나물과 조림류는 베지테리안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Q. 입사 초기와 비교했을 때 호텔에서 한식의 비중은 어떻게 변화했다고 보십니까?
A. 한식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지면서 in-room-dining(객실 안에서 주문해서 먹는 식사 서비스)에서도 한식 주문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호텔에서 제공하는 한식 메뉴 또한 고급화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국가들에서는 현지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외국인 고객들이 특히 선호하는 한식 메뉴는 무엇입니까?
A. 과거에는 달콤한 맛이 깃든 잡채, 불고기, 비빔밥 등이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K-문화의 확산으로 훨씬 다채로운 한식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매운 음식이나 떡류에 대한 선호도 역시 크게 높아졌습니다.
Q. 예상과 달리 외국인들이 좋아했던 한식 메뉴가 있었습니까?
A. 싱가포르에서 진행한 한식 프로모션에서 제주 고기국수가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사골 육수 특유의 깊고 진한 맛이 현지 고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으로 보입니다.
Q. 반대로 외국인 고객들이 낯설어하거나 어려워하는 한식도 있었습니까?
A. 한국 고객님들이 좋아하는 황태강정의 경우, 건조된 식감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본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Q. 호텔 한식은 일반 한식당의 한식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호텔 한식은 프리미엄 경험과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글로벌 고객을 고려한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면 일반 한식당은 지역성과 대중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럭셔리 호텔로서,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해외 Marriott Bonvoy 체인 셰프들에게 한식을 교육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A. 메리어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셰프 교환 프로그램과 프로모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식을 직접 교육하고 전파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Q. 해외 셰프들이 한식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인상 깊어 하거나 놀라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A. 한식의 다양한 양념 활용과 발효 음식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특히 같은 김치라도 숙성 단계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난다는 점에 놀라움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해외 셰프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한식 메뉴는 무엇입니까?
A. 예전에는 불고기 양념이 큰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김치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습니다. 특히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김치 응용 방식에 대한 질문이 많습니다.
Q. 한식 조리 과정에서 해외 셰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A. 발효 음식은 시간이 필요하고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또한 장류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Q. 해외에서 한식을 구현할 때 가장 어려운 식재료는 무엇입니까?
A. 건어물류, 특히 멸치나 북어는 통관 문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급이 어렵습니다.
Q.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는 어떻게 해결하고 계십니까?
A. 현지에 미리 도착해 식재료를 점검하고, 구하기 어려운 재료는 가장 유사한 현지 식재료로 대체합니다.
Q. 현지 식재료로 대체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A. 맛! 가장 중요한 기준은 ‘맛’입니다. 식감과 수분 함량까지 고려해 조리법을 조정하며 한식의 본질적인 맛을 유지하는 데 집중합니다.
Q. 실제로 성공적으로 대체했던 식재료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습니까?
A. 단단한 식감의 현지 무 대신 차요테를 활용해 장아찌를 만든 경험이 있으며, 스페인에서는 앤초비를 활용해 젓갈 형태의 반찬으로 응용하기도 했습니다.
Q. 해외에서 한식을 구현하면서 느낀 한식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A. 대체로 한식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문화라는 점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Q. 궁중음식연구원에서 과정을 이수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한식의 뿌리와 정통성을 더 깊이 이해하고, 조리 기술을 넘어 역사와 문화까지 함께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Q. 호텔 한식과 궁중음식 연구는 어떤 점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호텔 한식은 글로벌 고객을 위한 실용성과 현대성을, 궁중음식은 전통성과 역사성을 기반으로 하며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Q. 궁중음식을 배우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결국 모든 것은 ‘기본’이라는 점입니다. 식재료를 보는 안목, 장을 다루는 기술, 손질과 조리의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Q. 앞으로 한식 셰프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A. 한식을 더 널리 알리고, 궁중음식과 같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글로벌 무대에서 한식의 품격과 매력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Q. 후배 한식 조리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한식 조리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문화와 정신을 담아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이 탄탄해야 창의성도 발휘될 수 있는 만큼, 장류와 제철 식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꾸준히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를 갖기를 바랍니다.
양순애 셰프의 조리 인생은 한식이라는 한 방향을 향해 꾸준히 축적되어 온 시간이었다.
현장의 경험 위에 전통을 더하고, 다시 그 배움을 실무로 연결하는 과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태도와 한식에 대한 지속적인 열정은, 단순한 직업을 넘어 하나의 책임으로 확장된다. 특히 호텔이라는 글로벌 무대와 해외 셰프 교육 현장에서, 한식은 더 이상 지역의 음식이 아닌 ‘설명해야 할 문화’가 되고 있다.앞으로도 그 경험과 배움이 더 많은 해외 셰프와 호텔을 찾는 고객들에게 한국의 맛과 가치를 전하는 데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오랜 시간 한식의 현장을 지켜온 셰프의 걸음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