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세온 기자] 굴과 가리비, 방어, 한라봉까지 겨울이 깊어질수록 외식업계의 메뉴판은 제철 식재료로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특정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식재료와 미식 경험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른바 ‘제철코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외식·유통·호텔업계 전반이 겨울 제철 메뉴를 앞세운 경쟁에 돌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제철코어’는 단순한 계절 메뉴 선호를 넘어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가 ‘계절별 특색 있는 음식이나 활동을 즐긴다’고 답했으며, 84%는 향후 제철코어 방식의 소비를 해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네 명 중 세 명 이상이 계절성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계절을 소비하는 법, ‘제철코어’
제철코어는 ‘알맞은 시기’를 뜻하는 제철과 ‘핵심’을 의미하는 코어(Core)가 결합된 신조어다. 특정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음식, 장소, 콘텐츠, 이벤트를 의도적으로 찾고 기록하며 공유하는 소비 행태를 의미한다. 과거 제철 음식이 일상의 일부였다면, 지금의 제철코어는 ‘의식적인 선택’이자 ‘경험 소비’에 가깝다.
이 트렌드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단순히 사계절을 구분하는 데서 나아가 절기와 시즌 무드를 세분화해 즐긴다. SNS에는 제철 음식을 먹고, 제철 풍경을 담고, 제철 메뉴를 기록하는 콘텐츠가 일상처럼 공유된다. 특히 지역 소도시의 로컬 식당이나 카페의 제철 메뉴가 입소문을 타며, 제철 트렌드는 도시와 지역을 잇는 연결 고리로도 기능하고 있다.
과거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던 방어회는 요즘 MZ세대에게 겨울철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한참을 기다려 먹고 SNS에 인증샷을 올린다.
외식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이 지난달 공개한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방어’, ‘대방어’, ‘방어회’ 등의 검색량이 2024년 9월 대비 11월에 무려 837.5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굴의 검색량은 13배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겨울철 대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확산된 것을 볼 수 있다.
겨울 입은 외식업계…굴·가리비로 승부수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외식업계는 겨울 제철 식재료를 전면에 내세운 시즌 메뉴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굴, 새우, 가리비, 방어 등 겨울 해산물은 물론, 깊고 진한 맛을 강조한 메뉴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정통 나폴리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키친 일뽀르노는 겨울 제철 해산물을 활용한 시즌 메뉴를 선보였다. 블랙타이거 새우를 화덕에 구워 올린 ‘마리나 감베리 피자’, 국내산 삼배체 굴과 사과 미뇨네트 소스를 곁들인 ‘펄 쉘 플레이트’, 문어·가리비·한치·굴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해산물 모둠 플레이트’ 등으로 구성했다. 광화문 뷔페 매장에서는 굴 알리오 올리오와 해산물 그릴 모둠, 백화점 매장에서는 랍스터와 채끝 등심을 결합한 스페셜 스테이크까지 선보이며 겨울 미식 경험을 확장했다.
제철코어 트렌드는 지역 특산물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밥 프랜차이즈 육수당은 겨울 대표 식재료인 굴을 활용한 시즌 한정 메뉴 ‘통영 굴국밥’으로 제철 수요를 잡고 있다. 통영산 굴에 매생이, 미역, 두부를 더하고 황태 베이스 육수로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해당 메뉴는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 판매량이 전년 대비 33% 증가하며 브랜드 대표 겨울 메뉴로 자리 잡았다.
크리스탈 제이드 또한 통영 굴을 활용한 ‘통영 굴 핫팟’과 ‘통영 굴찜’을 출시했다. 바삭한 누룽지와 생굴을 곁들인 핫팟 메뉴와, 마늘·샤미장 소스를 더한 굴찜은 겨울철 미식과 주류 페어링 수요를 동시에 겨냥했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VIPS)는 경상남도 고성군과의 협업을 통해 고성 가리비를 활용한 겨울 한정 메뉴를 선보였다. ‘가리비 치즈 그라탕’과 ‘가리비 카포나타’는 전국 35개 매장에서 판매 중으로, 지역 수산물이 대형 외식 브랜드를 통해 전국 소비자와 만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5일 경남도는 이번 협업이 고성 가리비의 인지도 제고와 수산업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63레스토랑은 방어, 굴, 석화 등 제철 해산물을 활용한 겨울 한정 코스를 구성했으며, 고층부 레스토랑의 시즌 코스는 전체 예약의 70%를 차지할 만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호텔업계 역시 제철코어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굴과 가리비를 중심으로 한 ‘템테이션 오브 오이스터’ 프로모션을 통해 겨울 해산물과 주류 페어링 경험을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철 메뉴는 단순한 한시적 상품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라며 “소비자들이 계절을 이유로 외식하고, 여행하고, 기록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 제철 식재료를 둘러싼 경쟁은 이제 막이 올랐다. ‘지금 아니면 못 먹는 맛’을 향한 제철코어족의 선택이 올겨울 외식 시장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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