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19세기 말 조선 사대부가의 식생활과 조리 지식을 담은 고조리서 『가기한중일월』이 현대적 해석과 재현을 거쳐 출간됐다. 이번 책은 음식고전 시리즈 『다시 보고 배우는 가기한중일월: 19세기 말 음식 조리서의 해석과 재현』으로 선보였으며, 궁중음식연구원과 궁중음식재단이 30여 년간 소장해 온 미공개 고조리서 필사본을 바탕으로 한다.
저자로는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보유자인 한복려를 비롯해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인 장소영, 정라나, 진선미, 박준희, 이소영, 임종연, 박록담이 참여했다. 이들은 접근이 어려웠던 필사본 『가기한중일월』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번역해, 19세기 말 음식 조리서의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가기한중일월』은 2001년 국립민속박물관 전시 이후 학계와 대중에게 처음으로 본격 소개되는 자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궁중음식연구원과 궁중음식재단은 이 필사본을 오랜 기간 소장해 왔으며, 약 10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원문의 해석과 조리법의 재현을 함께 엮어냈다.
이 책은 병풍처럼 접어 만든 독특한 장정이 특징인 음식 조리서다. 제목인 ‘가기한중일월’은 산림에 묻혀 한가롭게 세월을 보내는 가운데,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내용을 적은 기록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선시대 동지에 왕족과 관료에게 하사되던 책력인 황장력의 이면에 한지를 배접해 필사한 점도 주목된다.
필사 시기는 책력에 적힌 연호를 근거로 1886년 이후로 추정된다. 또한 이면지를 활용한 방식으로 보아, 실제 필사 시기도 그로부터 크게 늦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황장력의 이면에는 먼저 18가지 술의 양조법과 석임방문, 초방문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어서 24가지 음식의 조리법이 적혀 있다.
책에는 술 19종, 초 1종, 탕 3종, 전유어 3종, 찜 2종, 느르미 4종, 선 2종, 김치 4종, 어채 1종, 자반 1종, 만두 3종, 정과 1종 등 총 44종의 조리법이 수록됐다. 술 항목에는 호산춘, 두견주, 여주법, 사절주, 삼일주, 백화주, 소주 많이 내는 법, 절주법, 황금주, 방문주, 팔병주, 일년주, 송절주, 송순주, 무술주, 부의주, 칠일주, 석임방문 등이 포함됐다. 이어 초방문을 비롯해 장방탕, 수어탕, 양제근탕 등 국·탕류, 간전·게전·새전 등 전유어, 닭찜과 붕어찜, 계란느르미·석화느르미·묵느르미·동아느르미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기한중일월』은 음식의 종류만 나열한 자료가 아니라, 19세기 말 한 가문에서 실제로 음식을 준비하고 실천한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굴김치, 파김치, 무김치, 섞박지와 같은 침채류를 비롯해 숭어채, 더덕자반, 꿩만두, 어만두, 천엽만두, 동아정과 등은 당시 사대부가 음식의 구성과 조리 감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저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황장력을 하사받아 책의 재료로 사용한 점은 이 필사본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부모의 기일을 적은 제문과 음식 준비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기한중일월』은 19세기 말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가문의 음식 실천과 조리 지식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구성은 여는글, 『가기한중일월』의 내용과 가치, 현대어 풀이와 음식 만들기, 닫는글, 참고문헌, 『가기한중일월』 원문으로 이어진다. 원문을 현대어로 풀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 만들기와 원문을 함께 수록했다는 점에서 연구자와 일반 독자 모두가 고조리서의 내용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계미서』 연구의 맥을 잇는 또 하나의 고조리서 번역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음식고전 시리즈는 문헌 속에 머물러 있던 조선의 음식 기록을 오늘의 언어와 조리 감각으로 다시 읽어내며, 한국 음식문화 연구의 폭을 넓히는 자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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