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농장·커뮤니티까지 확장된 레스토랑의 역할, 조쉬 에글턴의 다음 20년
사진 = theponychewvalley 홈페이지
[Cook&Chef = 허우주 전문기자] 영국 셰프 조쉬 에글턴은 화려한 미식 세계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늘 지역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일할 기회를 얻고도 결국 고향 근처로 돌아왔고, 미슐랭 스타를 받은 뒤에도 자신의 식당을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는 동네 공간’으로 남겨두었다.
최근 영국의 대표 소금 브랜드인 말돈 소금이 선정한 올해의 아이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단순히 요리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조쉬 에글턴은 지난 20년 동안 지역 식재료와 지속가능성, 그리고 음식 교육의 가치를 누구보다 꾸준히 실천해 온 셰프로 평가받는다.
그의 레스토랑인 포니 추 밸리는 식사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모던 브리티시 요리를 선보이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와 식문화 교육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사업’을 하고 싶었던 소년의 시작
영국 브리스톨 남부에서 자란 조쉬 에글턴은 어린 시절부터 음식과 가까웠다. 조부모는 그에게 베이킹을 가르쳤고, 아버지는 식사 준비를 도맡아 하며 요리 기본기를 전수했다. 그는 영국 전통 케이크를 만들며 자연스럽게 주방에 익숙해졌다.
15살에는 동네 피시앤칩스 가게에서 일하며 외식업 현장을 경험했다. 이후 펍과 백화점 레스토랑 등을 거치며 대량 조리와 운영 방식을 익혔다. 쉬는 날이면 서점에서 요리책을 읽었고 프랑스와 미국, 시칠리아의 레스토랑을 일주일씩 돌며 경험을 쌓았다.
2003년에는 고든 램지 장학생으로 선발되며 세계적인 주방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더 프렌치 런드리에서 보낸 시간은 그의 요리 인생에 큰 영향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런던에 있는 고든 램지 레스토랑에서 일할 기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정적인 길 대신 자신만의 식당을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해초에 절인 후 구운 아쿠아포닉 송어와 토마토 타르타르. 사진 = theponychewvalley 인스타그램
미슐랭 스타보다 중요했던 ‘동네의 온도’
2006년, 조쉬는 여동생 홀리와 함께 더 포니 앤 트랩을 열었다. 전문 주방 경력은 길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식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분명했다. 5년 뒤인 2011년, 미슐랭 스타를 획득하며 이후 팬데믹으로 문을 닫기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가스트로펍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는 ‘미슐랭 스타 셰프’라는 수식어에 크게 집착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지역 주민들이 맥주 한 잔 마시러 오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겼다. 코스 요리를 먹으러 온 손님과 감자튀김 한 접시를 먹으러 온 손님이 똑같이 환영받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메뉴를 매일 바꾸었는데, 매일 들어오는 식재료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추 밸리 호수의 송어, 지역 치즈 생산자의 치즈, 인근 지역에서 제조한 훈제 연어까지 식재료의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생산자와의 관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조쉬의 요리는 영국 전통 음식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표현 방식은 현대적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위트 있는 요소를 더했다. 칵테일 스틱 위에 올려낸 가리비 요리처럼 장난스럽고 유쾌한 메뉴도 그의 시그니처 요리 중 하나다.
“좋은 음식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조쉬 에글턴의 철학은 레스토랑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오랫동안 ‘밭에서 식탁까지’라는 식문화 운동을 지지해 왔고, 음식의 지속 가능성을 알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그가 공동 설립한 음식 축제는 영국 토양협회의 골드 스탠다드 케이터링 인증을 받았고, 노숙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식사 지원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는 식량 불평등 문제를 반복해서 언급하며 좋은 음식은 누구나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 같은 생각은 현재의 포니 추 밸리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3년간의 리모델링 끝에 새롭게 문을 연 이 공간은 레스토랑이자 요리학교, 농장, 커뮤니티 허브다.
특히 직원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포니 쿠킹 스쿨’은 조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 철학이 집약된 프로그램이다. 그는 레스토랑 운영의 본질을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직원들에게 식재료와 서비스,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온 경험을 이제는 일반 대중과 지역 사회로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주고, 지역 학교와 자선 단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포니 추 밸리에는 양봉장과 과수원, 채소밭이 함께 조성돼 있으며,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사진 = theponychewvalley 인스타그램
지역에서 시작된 철학, 더 넓은 미래로
조쉬 에글턴은 다양한 식당을 경영하며 많은 직원을 두고 있다. 채소 중심의 스몰 플레이트 전문점 ‘루트’, 스테이크 전문점 ‘켄싱턴 암스’, 피시앤칩스 전문점 ‘솔트 앤 몰트’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더 포니의 20주년을 기념해 지역 과수원의 배를 활용한 스파클링 페리 개발에도 참여했다. 지역 생산자와의 협업, 그리고 지역의 이야기를 음식으로 연결하려는 그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프로젝트다.
그의 철학은 단순히 미식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재료를 키우는 사람, 음식을 배우는 아이들, 지역 공동체와 식탁에 둘러앉는 손님들까지 모두 연결되어야 비로소 음식 문화가 완성된다고 믿는다.
그의 다음 행보 역시 레스토랑 확장에만 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포니 추 밸리를 중심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 커뮤니티 프로젝트, 지속 가능한 식문화 실험은 앞으로 조쉬 에글턴이 만들어갈 새로운 20년의 핵심이 될 것이다.
Cook&Chef / 허우주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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