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2026년 발표된 미국의 국가 식생활 지침에서 한국의 김치가 발효식품의 예시 가운데 하나로 언급됐다. 김치는 더 이상 낯선 아시아 음식이 아니라 장 건강과 발효 식품을 설명할 때 함께 거론되는 음식이 되었다. 팬데믹 시기 건강 담론 속에서 등장했던 김치는 이제 정책 문서 속에서도 이름을 남기며 세계 식문화 속 위치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는 왜 지금 김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2026년 미국 식생활 지침에 등장한 김치
2026년 공개된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2025–2030」은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공동으로 발표한 국가 식생활 지침이다. 이 지침은 미국 국민의 식생활 정책 기준이 되는 문서로 학교 급식, 군 급식, 공공 영양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국가 영양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지침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장 건강을 설명하는 항목이다. 지침은 장내 미생물군(microbiome)의 균형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며 채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과 함께 발효식품 섭취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이때 발효식품의 예로 사워크라우트, 김치, 케피어, 미소 등이 함께 제시됐다.
김치가 미국 정부의 식생활 지침 문서에서 발효식품 사례로 언급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김치가 특정 국가의 전통 음식이라는 범주를 넘어 발효 식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팬데믹이 만든 발효 음식 담론
김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크게 확대된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2020년 유럽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는 국가별 식생활 자료를 바탕으로 발효 채소 소비와 코로나19 사망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발효 채소 소비가 높은 국가에서 코로나19 사망률이 낮은 경향이 관찰된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다만 이 연구는 개인 단위 인과관계를 입증한 임상 연구가 아니라 국가 단위 데이터를 비교한 생태학적 연구였다. 연구진 역시 발효 채소와 코로나19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팬데믹 시기 발효 음식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크게 높였다. 해외 언론에서는 발효 채소 음식의 대표적인 사례로 김치를 소개하기 시작했고 김치는 장 건강과 면역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 되었다.
김치 발효의 과학
김치가 발효식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발효 과정에서 형성되는 미생물 때문이다. 김치 발효에는 Leuconostoc, Lactobacillus, Weissella 계열의 젖산균이 주요 미생물로 작용한다. 이러한 미생물은 발효 과정에서 유기산을 생성하며 김치의 풍미와 저장성을 형성한다.
특히 Weissella koreensis는 김치 발효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균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젖산균들은 장내 미생물 환경과 관련된 연구에서도 중요한 미생물로 다뤄지고 있다.
김치는 배추, 무, 고추, 마늘, 생강 등의 채소 재료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며 발효 과정에서 다양한 유기산과 생리활성 물질이 생성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김치는 최근 장 건강과 발효 음식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식품이 되었다.
세계 식품 규격이 된 김치
김치의 국제적 위상은 이미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Alimentarius)가 「Codex Standard for Kimchi (CXS 223-2001)」을 채택하면서 제도적으로 자리 잡았다. Codex는 김치를 배추를 주원료로 하고 고춧가루, 마늘, 생강, 무 등을 사용하며 젖산 발효에 의해 숙성되는 식품으로 정의한다.
이 표준은 김치가 단순한 지역 음식이 아니라 국제 식품 규격의 대상이 되는 식품임을 의미한다. 이후 김치는 국제 식품 무역에서도 하나의 독립적인 식품 범주로 다뤄지고 있다.
문헌 속 김치의 역사
김치는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해 온 음식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김치의 명칭이 ‘지(漬)’, ‘저(菹)’, ‘딤채’를 거쳐 오늘날의 ‘김치’로 변화했다고 설명한다.
조선시대 문헌에서도 다양한 김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임원십육지」, 「동국세시기」 등에는 오이소박이, 동치미, 석박지, 장김치, 굴김치, 전복김치 등 여러 종류의 김치가 등장한다.
이러한 기록은 김치가 단일한 음식이 아니라 계절, 재료, 저장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온 발효 음식 문화였음을 보여준다.
김치 수출이 보여주는 세계 식문화의 변화
김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실제 무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5년 김치 수출액은 약 1억 6,44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도의 기록을 깨고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수출 대상국도 사상 처음으로 100개국을 돌파했다.
주요 수출국은 일본과 미국으로, 두 국가가 전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일본이 약 36%로 가장 큰 시장이며 미국이 약 32%로 뒤를 잇는다.
이러한 흐름은 팬데믹 이후 높아진 발효 음식에 대한 관심, 한류 문화 확산, 그리고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의 K-Food 인지도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김치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의 요인 때문이 아니다. 팬데믹 이후 건강과 면역에 대한 관심, 장내 미생물 연구의 확대, 발효 음식에 대한 식문화 트렌드, 그리고 한류 문화의 확산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2026년 미국 식생활 지침에서 김치가 언급된 장면은 이러한 흐름이 정책 문서 속에서 확인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치는 한국의 전통 음식이지만 동시에 발효라는 인류 보편의 식문화 속에 놓여 있다. 그리고 팬데믹 이후 세계는 그 사실을 새로운 언어로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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