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정수연 전문기자] 타코는 한 장의 토르티야에서 시작된다. 손바닥만 한 옥수수 전병 위에 고기와 생선, 양파와 고수, 살사와 라임이 올라가면 한 끼가 된다. 겉모습은 간결하지만, 그 작은 전병 위에는 멕시코의 땅과 기후, 원주민의 식문화, 식민의 역사, 이민자의 조리법, 거리의 활력이 차례로 놓인다.
멕시코의 식탁을 따라가면 가장 먼저 옥수수가 보인다. 옥수수는 이 나라의 오래된 곡물이자, 토르티야라는 형태로 사람들의 하루를 지탱해온 식량이었다. 그 위에 지역에서 난 재료가 올라가고, 스페인 정복 이후 들어온 육류와 유제품이 더해지고, 도시와 이민의 조리법이 섞이면서 타코는 멕시코를 설명하는 음식이 되었다.
타코가 멕시코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이유도 이 흐름 안에 있다. 멕시코의 땅에서 자란 옥수수, 사람들의 이동, 시장과 거리의 생활, 외부 문화를 자기 방식으로 바꾸는 라틴아메리카의 감각이 한 장의 토르티야 위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옥수수에서 시작된 멕시코의 식탁
타코를 따라가면 가장 먼저 옥수수가 보인다. 멕시코의 오래된 식탁에서 옥수수는 곡물이자 생활의 바탕이었고, 그 옥수수를 갈아 구운 토르티야가 타코의 형식을 만들었다. 고산지대와 계곡, 건조한 땅과 해안이 함께 있는 멕시코의 지형 속에서 옥수수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본 식량이 되었고, 토르티야는 그 옥수수를 매일의 식사로 옮기는 가장 익숙한 방식이 되었다.
얇게 구운 옥수수 전병 위에 콩이나 고추, 생선, 채소를 얹으면 곧 한 끼가 되었다. 이 방식은 유럽인이 들어오기 전부터 이어진 원주민의 식문화와 맞닿아 있다. 오늘날 타코의 형식은 이렇게 오래된 옥수수 식탁의 감각에서 자랐다.
한 장의 토르티야는 멕시코의 땅이 길러낸 옥수수가 사람들의 손으로 옮겨진 형태다. 여기에 그날의 재료가 더해지고, 지역의 맛이 얹히며, 타코는 멕시코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과 함께 자라났다.
토르티야, 손에 쥐는 멕시코의 그릇
타코에서 토르티야는 빵의 역할을 넘어서, 재료를 받아 들고 한입으로 옮기는 그릇이 된다. 고기와 채소, 살사와 라임이 흩어지지 않도록 받쳐주고, 먹는 사람이 손으로 바로 집어 들 수 있게 만든다. 이 때문에 타코는 접시 위에서 칼과 포크로 정돈되는 음식보다, 손 안에서 완성되는 음식으로 발달했다.
이 형식은 멕시코의 거리 문화와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시장에서, 광장에서, 노동자의 점심 자리에서, 사람들은 오래 앉아 격식을 차리기보다 토르티야에 재료를 얹어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작은 노점이나 타케리아에서 주문하면 앞에서 고기를 썰고, 따뜻한 토르티야를 건네고, 손님은 자신의 입맛에 맞춰 살사와 라임을 더한다. 타코는 주문하는 순간부터 먹는 사람의 손끝까지 이어지는 짧고 선명한 식사 경험이 되었다.
토르티야 한 장이면 별도의 상차림 없이도 지역에서 난 재료와 먹는 사람의 취향을 받아낼 수 있었다. 시장의 점심, 노동자의 한 끼, 늦은 밤 노점 앞에서 타코는 빠르게 준비되고 손으로 건네졌다. 그 간편함 속에서 타코는 멕시코 거리의 활기와 사람들의 하루를 품은 음식이 되었다.
정복 이후 토르티야 위에 올라간 재료들
스페인 정복 이후 원주민의 옥수수 식탁 위에는 새로운 재료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치즈와 양파 같은 유럽의 식재료가 들어오며 타코의 속재료는 한층 넓어졌다. 생선이나 채소, 콩, 고추를 얹어 먹던 토르티야 위에 육류와 유제품, 새로운 향의 재료가 더해지면서 타코는 지금의 다양한 얼굴을 갖게 되었다.
이 변화는 멕시코 음식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토르티야라는 원주민의 식탁 위에 외부에서 들어온 재료가 올라가고, 고추와 살사, 라임과 고수의 감각을 거치며 멕시코식 한입으로 다시 완성된다. 식민의 역사와 원주민의 식문화가 한 장의 전병 위에서 만나 지금의 타코를 이루었다.
라틴아메리카 음식의 힘도 여기에 있다. 오래된 토착 식문화가 외부의 재료와 조리법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기 땅의 맛으로 다시 바꾸는 감각이다. 옥수수와 고추, 돼지고기와 양파, 살사와 라임이 함께 올라갈 때 타코는 멕시코가 지나온 역사를 한입 안에 담아낸다.
멕시코의 지도는 타코의 속재료를 바꾼다
타코의 종류가 많은 이유는 멕시코의 땅이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지도가 달라지면 타코의 속재료도 달라진다. 북부에서는 구운 소고기를 넣은 카르네 아사다 타코가 두드러지고, 해안 지역에서는 생선이나 새우를 넣은 타코가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돼지고기를 천천히 익힌 카르니타스, 오래 익힌 고기를 올리는 바르바코아도 지역과 조리 방식에 따라 다른 맛을 만든다.
멕시코시티를 떠올리게 하는 알 파스토르 역시 타코가 지역과 이민의 역사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보여준다. 레바논과 근동 지역 이민자들이 가져온 샤와르마식 회전구이 방식은 멕시코에서 돼지고기와 파인애플, 고수와 양파를 만나 새로운 얼굴을 얻었다. 중동의 조리법이 멕시코의 재료와 도시의 입맛을 거치며 알 파스토르라는 타코로 자리 잡은 것이다.
토르티야 위에 무엇을 올리느냐에 따라 멕시코의 지역성이 드러난다. 목축이 발달한 곳에서는 고기가, 바다와 맞닿은 곳에서는 해산물이, 이민자가 모인 도시에서는 외부 조리법이 올라간다. 타코는 멕시코 지도를 손바닥 위에 펼쳐 보이는 음식이다.
거리에서 완성되는 한입의 문화
타코는 거리에서 가장 생생하다. 멕시코의 타케리아와 노점에서는 타케로가 고기를 썰고, 토르티야를 데우고, 손님의 주문에 맞춰 살사와 채소를 올린다. 손님은 원하는 만큼 고수와 양파를 더하고, 라임을 짜 넣고, 매운 살사를 고른다. 같은 고기를 올려도 어떤 살사를 곁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한입이 된다.
이 과정에는 멕시코인의 식사 방식이 담겨 있다. 타코는 차려진 대로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먹는 사람이 마지막 맛을 완성하는 음식이다. 손님은 고르고, 더하고, 접고, 손으로 집어 든다. 이 짧은 과정 안에 멕시코 길거리 음식의 자유로움과 활기가 있다.
가족과 친구, 동료가 각자의 타코를 고르며 같은 자리에 서고, 같은 불판 앞에서 기다리고, 저마다 다른 살사를 얹어 먹는다. 타코는 크지 않지만, 그 주변에는 늘 대화와 움직임이 생긴다. 멕시코의 거리에서 타코는 한 끼이자 리듬이고, 사람들의 하루가 잠시 모이는 자리다.
세계로 나간 타코, 거리로 돌아오는 맛
타코는 멕시코를 넘어 세계의 음식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텍스멕스 문화와 패스트푸드 체인을 통해 하드쉘 타코, 간 쇠고기, 체더치즈, 양상추를 올린 타코가 대중화됐다. 타코벨 같은 프랜차이즈는 타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멕시코 현지의 타코와는 다른 방식으로 변형된 음식이다.
세계로 나간 타코는 각 나라의 입맛에 맞게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불고기 타코가 등장했고, 미국 서부의 푸드트럭 문화는 타코를 새로운 도시 음식으로 만들었다. 타코는 어디서든 변주될 수 있는 열린 형식을 갖고 있다.
멕시코의 타코는 여전히 거리의 불판과 손으로 데운 토르티야, 그 자리에서 고르는 살사에 기대고 있다. 세계로 나가며 패스트푸드가 된 타코와 달리, 멕시코 안의 타코는 노점과 작은 타케리아에서 계속 살아 움직인다. 그 뿌리는 화려한 포장보다 옥수수와 불판, 손으로 집어 먹는 한입에 있다.
타코를 통해 보이는 멕시코는 한 가지 색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원주민의 옥수수 문명, 스페인 정복 이후의 재료, 레바논 이민자의 조리법, 북부의 고기 문화, 해안의 해산물, 도시의 빠른 식사와 거리의 활력이 한 장의 토르티야 위에 함께 올라간다.
그래서 타코는 작지만 넓은 음식이다. 손바닥만 한 크기 안에 멕시코의 땅과 역사, 이동과 섞임, 사람들의 하루가 담긴다. 토르티야를 접어 한입 베어 무는 순간, 타코는 멕시코라는 나라가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를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Cook&Chef / 정수연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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