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최근 베이커리와 SNS에서 ‘버터떡’이라는 이름의 디저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이름이 특정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가지 디저트를 가리킨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하와이에서 발전한 Butter Mochi, 다른 하나는 중국 상하이에서 유래한 Shanghai butter rice cake이다. 두 음식은 지역과 조리 방식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찹쌀의 점성과 버터의 지방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식감을 중심으로 최근 디저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유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찹쌀이라는 식재료가 서양식 지방과 조리 기술을 만나 새로운 디저트 형태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찹쌀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식문화에서 오래전부터 중요한 곡물이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는 찌거나 치대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여기에 버터와 오븐이라는 서양식 조리 기술이 더해지면서 전혀 다른 질감의 디저트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와이 이민 문화가 만든 버터모찌
버터모찌는 하와이 로컬 디저트다. 19세기 후반부터 하와이에는 일본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했다. 이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며 일본의 식문화를 함께 가져왔는데, 그중 하나가 모찌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찌 문화는 미국식 베이킹 문화와 결합하게 된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버터모찌다.
버터모찌는 일본의 모찌, 미국의 케이크, 그리고 하와이의 코코넛 문화가 결합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와이에서는 학교 행사나 지역 축제, 교회 모임 등에서 흔히 등장하는 디저트이며 지역 공동체 음식의 성격도 강하다.
버터모찌의 기본 레시피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재료
찹쌀가루 450g
설탕 350g
버터 200g
코코넛 밀크 400ml
우유 200ml
계란 4개
베이킹파우더 2작은술
바닐라 익스트랙 약간
조리 과정
먼저 버터를 녹인 뒤 설탕과 섞는다. 여기에 계란을 하나씩 넣어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천천히 섞는다. 이후 코코넛 밀크와 우유를 넣어 액체 재료를 만든다.
다른 볼에서는 찹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섞는다. 액체 재료에 이 가루를 넣어 덩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충분히 섞는다. 완성된 반죽은 일반 케이크 반죽보다 점성이 강한 상태가 된다.
오븐 팬에 버터를 바른 뒤 반죽을 붓고 180도 오븐에서 약 50~60분 정도 굽는다. 표면이 황금색으로 굳고 가장자리가 살짝 바삭해지면 완성된다.
이 디저트의 핵심은 찹쌀 전분이다. 일반 밀가루 케이크는 글루텐 구조를 통해 부드러운 조직을 만든다. 그러나 버터모찌는 찹쌀의 아밀로펙틴이 열을 받으면서 강한 점성과 탄력을 형성한다. 그 결과 겉은 케이크처럼 구워지지만 내부는 모찌처럼 쫀득한 식감이 된다.
최근에는 여기에 흑임자, 말차, 망고, 파인애플 등을 넣어 다양한 변형 레시피도 등장하고 있다.
상하이 버터떡의 바삭한 식감
상하이 버터떡은 중국 상하이에서 발전한 간식이다. 중국에는 오래전부터 찹쌀을 이용한 니엔가오 문화가 존재했다. 니엔가오는 설 명절에 먹는 떡으로 ‘해마다 더 나아진다’는 의미를 가진 길상 음식이다.
상하이 버터떡은 이러한 찹쌀 떡 문화에 버터와 베이킹 기술이 결합하면서 만들어진 간식이다. 기본 구조는 매우 단순하지만 식감의 대비가 강하다.
재료
찹쌀가루 300g
버터 120g
설탕 120g
우유 250ml
계란 2개
소금 약간
조리 과정
먼저 버터를 녹인 뒤 설탕과 섞는다. 여기에 계란을 넣어 균일하게 섞는다. 이후 우유를 넣어 액체 반죽을 만든다.
다른 볼에서 찹쌀가루와 소금을 섞은 뒤 액체 반죽에 넣는다. 반죽은 묽은 상태가 아니라 약간 되직한 상태가 된다.
팬에 버터를 충분히 두른 뒤 반죽을 넣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굽는다. 또는 오븐에서 180도 정도로 40분 정도 굽기도 한다.
표면은 버터가 캐러멜화되면서 바삭한 크러스트를 형성한다. 내부는 찹쌀 특유의 탄력 덕분에 쫀득한 식감을 유지한다. 이 디저트의 매력은 바로 이 대비에 있다.
겉은 크리스피하고 속은 쫀득하다. 한 입에서 두 가지 질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최근 디저트 시장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이러한 식감 대비다.
왜 지금 ‘버터떡’이 유행하는가
최근 디저트 시장은 단순히 달콤한 맛을 넘어 다양한 식감의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 크랙 쿠키, 크루아상 쿠키 같은 디저트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음식들은 겉과 속의 질감을 강하게 대비시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버터모찌와 상하이 버터떡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특히 찹쌀은 이러한 식감 대비를 만들기에 매우 적합한 식재료다. 가열하면 점성이 강해지고 식으면 탄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글루텐 프리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다. 찹쌀가루는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최근 베이커리 업계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버터떡의 유행은 단순히 새로운 디저트의 등장이라기보다 전통 곡물 식재료가 현대 디저트 시장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떡 문화와의 연결
이러한 흐름은 한국의 떡 문화와도 흥미롭게 연결된다. 한국 역시 오래전부터 찹쌀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왔다.
조선시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이나 교합총서에는 찹쌀을 활용한 떡과 한과의 제조법이 다양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히 약과나 유과처럼 곡물 반죽을 기름에 조리하는 음식은 곡물과 지방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현대 디저트와도 연결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또한 인절미나 찹쌀떡처럼 찹쌀을 치대어 만드는 떡은 강한 점성과 탄력을 중심으로 한 식감을 가진다. 이러한 식감은 오늘날 디저트 시장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떡을 현대 디저트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인절미 티라미수, 떡 브라우니, 흑임자 버터떡 같은 메뉴가 그 사례다. 이는 전통 떡의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베이커리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디저트라고 볼 수 있다.
버터떡의 유행은 결국 오래된 찹쌀 식문화가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찹쌀 문화는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여전히 곡물과 지방, 그리고 식감의 조합이 자리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의 떡 역시 전통이라는 틀을 넘어 새로운 디저트 문화로 확장될 가능성을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다.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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