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 고령층 식품접근성 최저 수준
통합형 식생활 돌봄체계와 법적 기반 마련 시급
찾아가는 이동장터 설명 자료. 사진 = 농림축산식품부
[Cook&Chef = 허세인 기자]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농촌을 중심으로 ‘식품사막화(food desert)’ 현상이 구조적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매점이 사라지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식품접근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이는 곧 식생활 불균형과 건강 악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접근성은 도시보다 읍·면 지역에서 현저히 낮으며 읍보다 면 지역, 특히 70대 이상 고령가구가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나타났다.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기준 전국 행정리의 73.5%(27,609곳)에 소매점이 없고, 2024년 기준 농촌지역 주민은 식료품점까지 자동차로 평균 14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도시지역보다 약 3.7배 긴 시간이다.
식품사막화는 결론적으로 건강 문제로 직결된다. 보고서는 고령층의 영양소 섭취 부족 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높고, 특히 70세 이상 고령층에서 그 격차가 최근 10년 사이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동 제한이 컸던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읍·면 지역 고령층의 식생활 환경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부터 ‘찾아가는 이동장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 취약마을을 대상으로 식료품과 생필품을 직접 배달·판매하는 방식으로, 소매점이 없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전남 함평군 등 시범지역에서는 이동장터를 통해 장보기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해법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시범사업 중심의 한정된 지역 운영, 제한된 예산 범위, 지자체·농협 등 외부 주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지속 가능성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식품 접근성 개선이 농식품 정책에만 국한되지 않고 복지·보건·교통·지역개발이 결합된 영역임에도, 현재는 부처·사업별로 분절돼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구조적 문제로 꼽았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식품사막화 대응을 위해 ▲공공 생활서비스 전달체계와 연계한 식품 지원 정책 설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식생활 돌봄형 식품 환경 조성’ 정책 수립 ▲건강·영양 관리 중심의 지역 식생활 돌봄 프로그램 운영 ▲이동장터의 지속 가능한 운영모델 전환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과 「국민영양관리법」 등에 ‘식품 접근성 제고 또는 식품 환경 개선’ 조항을 명시해, 사업의 근거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식품사막화 문제는 단순히 ‘장 보기가 불편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와 지역 소멸이 맞물린 농촌의 현실 속에서, 먹거리 접근권은 곧 건강권이자 삶의 질 문제로 통한다. 이동장터라는 응급 처방을 넘어, 지역 특성을 반영한 통합형 식생활 돌봄 체계 구축이 요구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