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 Time Interview
세상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일
을지대학교 외식식품산업학과 채운랑 교수
채운랑 교수의 이력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요리를 좋아해서라거나 유전자에 각인된 태생적인 그 무엇에 이끌려 조리관련 공부를 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탓이다. 어떤 이는 생계를 위해 요리를 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채 교수는 그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성장했기에 착실히 요리를 공부하거나 경영수업을 했다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사회적 위치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의 채 교수를 낮게 평가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지나온 시간이 좀 특별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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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 교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한다 |
[Cook&Chef 김형종 기자] 누구나 평범한 삶을 말하지만 그 누구도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게 우리들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채 교수는 먼 길을 돌았다고 해도 부정하긴 어렵다. 조리를 전공하고 관련 분야 박사과정을 밟은 이들과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그건 숙명적인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삶을 살고 있는 탓인지 자존감이 느껴지는 그의 화법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내공을 읽는 것도 어렵지 않다.
세상은 늘 궁금하다
“고등학교 다닐 때 역사를 무척 좋아했어요. 그리고 철학과를 선택한 건 개인적으로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였죠.”
우선 채 교수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80년대라면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대였던 만큼 지적인 호기심이 자극받을 만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한창 예민하던 시절 불안하고 불편한 사회가 감수성을 충분히 자극했을 테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철학을 꿈꾸었다는 건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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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황혜성 궁중음식문화원에서 한국전통음식과정을 수료한 채 교수는 곧바로 경기대학교 전통예술대학원에 입학해 도자공예 석사과정을 밟는다. 역시 특이한 선택이다. 예술적 기질 탓이었을까. 그에 대해 채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1995년 어머니가 운영하던 고가는 전통찻집이었어요. 당시 거기서 다도모임 등이 열렸는데, 그 때 문인들 같은 예술가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었죠. 그리고 그 무렵에 전통차라든지 다도를 배우면서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한국적인 미가 가진 특성들에 매력을 느끼면서 여러 생각들이 깊어졌어요.”
세상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채 교수는 흙이야말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소재라고 믿는다.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어떠한 형태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소재의 매력에 취한 그가 선택한 것이 그래서 도자공예였던 것이다.
이후 채 교수는 2000년 이탈리아 국제요리학교 ICIF에서 Diploma 취득, 연이어 2002년에는 프랑스 Le Cordon blue를 수료한다. 궁중 음식연구원에서 한국음식을 배우며 문득 ‘세상에 유명하다는 집들은 도대체 어떤 음식을 만들까?’라는 궁금증이 일었고,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겉 같아 유럽으로 가고 싶었다는 게 그 이유다. 그에 대해 채 교수는 “특별한 경험을 원했고, 그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라 설명한다.
여행이 주는 가치, 그리고 먹는다는 행위
매년 두세 차례 긴 여행을 하는 채 교수는 올해도 이집트는 물론 폴란드에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거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여행은 저에게 세상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이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해줍니다.”
채 교수가 여행에 대해 말하는 걸 듣고 있노라니 여행이라는 행위가 그에게는 하나의 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분명 편견을 깨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다른 문화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다는 것이 그런 역할을 해준다. 그러면서 서서히 틀에 갇혀 있던 자신을 꺼내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얻는다. 그건 내게만 적용되는 기준이 아니다. 타인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그런 면에서 채 교수의 여행은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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