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를 넘어 중국까지 사로잡은 두리안 열풍의 이유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과일은 보통 향기로 사람을 유혹한다. 하지만 두리안은 정반대다. 시장 한편에 놓인 두리안은 멀리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양파가 썩은 듯한 냄새, 오래된 치즈 같은 발효 향, 강한 황 냄새까지 뒤섞인 독특한 향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충격에 가깝다. 실제로 동남아 일부 호텔과 지하철에서는 두리안 반입 금지 표지판까지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렇게 냄새를 싫어하던 사람조차 한입 맛본 뒤 다시 두리안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두리안에는 오래전부터 이런 별명이 따라붙었다. ‘천국의 맛, 지옥의 냄새’.
최근 두리안은 단순한 호기심 과일을 넘어 건강 식재료와 프리미엄 미식 시장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소비가 이어지며 세계 과일 산업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열대과일의 왕’으로 불려왔지만, 이제는 글로벌 웰니스 트렌드와 만나 새로운 건강 과일로 다시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냄새는 왜 그렇게 강할까
두리안이 유독 강한 향을 내는 이유는 황을 함유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 때문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연구진이 진행한 유전체 분석에서는 두리안이 냄새를 만드는 유전자 수가 매우 많은 과일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메티오닌 같은 아미노산을 황 계열 향 성분으로 분해하는 유전자가 두리안 특유의 강한 냄새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강한 향 뒤에 의외로 부드러운 과육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두리안 과육은 크림치즈처럼 진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갖고 있으며, 잘 익었을 때는 바닐라 커스터드 같은 달콤함도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냄새 때문에 거부감을 보이던 사람도 막상 맛을 본 뒤에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두리안을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처럼 소비한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두리안 시즌이 되면 가족 단위로 두리안을 먹으러 이동하는 ‘두리안 투어’ 문화도 흔하다. 현지에서는 “두리안에 빠지면 아내도 판다”는 과장된 속담까지 있을 정도다. 그만큼 두리안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지역의 미식 문화와 연결된 상징적인 과일로 여겨진다.
‘열대과일의 왕’이라 불릴까
두리안이 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는 단순히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영양 밀도가 매우 높은 과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리안에는 칼륨과 비타민B군, 비타민C,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최근 건강 트렌드에서 중요한 키워드인 피로 회복과 에너지 대사, 장 건강 측면에서 자주 언급되는 영양소들이다.
비타민B군은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동남아 현지에서는 무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는 과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두리안은 당 함량이 높은 편이라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특징이 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이 쉽게 떨어지는 열대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칼륨 함량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 균형 유지와 부종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미네랄이다. 여기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운동과 포만감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최근 웰니스 식단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리안에 트립토판 성분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 생성과 관련된 아미노산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수면과 기분 조절, 심리적 안정감과 연결돼 자주 언급된다. 실제로 일부 동남아 지역에서는 두리안을 ‘기분 좋아지는 과일’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중국이 두리안에 열광하는 이유
최근 글로벌 과일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중국의 두리안 소비 증가다.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 두리안 수요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소비 시장이 됐다. 과거에는 일부 부유층만 즐기던 고급 과일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몸보신 과일”이라는 인식까지 더해지며 소비층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두리안 한 통이 닭 몇 마리 영양과 맞먹는다”는 식의 표현까지 등장하며 건강 과일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SNS 인증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두리안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일종의 프리미엄 소비 경험처럼 자리 잡았다.
동남아 국가들도 이런 흐름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두리안 재배 면적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 수출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농가에서는 기존 농작물 대신 두리안을 심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강 과일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다만 두리안은 영양이 풍부한 만큼 섭취량 조절도 중요한 과일이다. 열량과 당 함량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과다 섭취 시 혈당과 혈압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고혈압 환자나 대사질환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또 두리안 씨앗은 그대로 섭취하면 독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익혀 먹거나 제거해야 한다. 임신 중 과다 섭취에 대한 주의 의견도 꾸준히 언급된다. 결국 어떤 건강 식품이든 균형 잡힌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두리안은 분명 특별한 과일이다. 강한 향 때문에 호불호는 극단적으로 갈리지만, 한 번 빠지면 쉽게 잊기 어려운 풍미와 높은 영양 밀도를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냉동 과육과 아이스크림, 케이크, 밀크셰이크 형태로도 소비되며 접근성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결국 두리안의 진짜 매력은 ‘극단적인 과일’이라는 점에 있다. 냄새는 강렬하지만 맛은 부드럽고, 투박한 가시 껍질 속에는 크림처럼 진한 과육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낯선 과일은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의 호기심과 식욕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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