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심예린 기자] 음식은 때로 약이 되기도, 치명적 독이 되기도 한다. 여기, 달콤한 이름 뒤 등선이 서늘해지는 반전의 식재료가 있다. 바로 터키 흑해 연안의 가파른 협곡에서 채취된 '델리 발(Deli Bal)', 일명 '미친 꿀(Mad Honey)'이다.
역사를 바꾼 달콤한 함정
이 꿀의 위력은 고대사에서도 증명한다. 기원전 67년, 로마 군대가 흑해 지역을 침공했을 때, 현지인들은 길목에 이 꿀을 놓아두었다. 달콤한 맛에 취해 꿀을 퍼먹은 로마 병사들은 순식간에 구토와 환각 증세에 빠졌고, 결국 무기력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강인한 군대조차 무너뜨린 것은 칼이 아니라 자연이 빚은 '독'이었던 셈이다. 최근에는 이 꿀을 너무 많이 먹고 '떡실신'한 새끼 곰이 구조되는 영상이 화제가 되며 다시 한번 그 위력을 실감케 했다.
왜 '몽환의 꿀'인가? 진달래의 위험한 선물
이 꿀이 특별한 이유는 흑해 산맥에 자생하는 특정 진달래(Rhododendron) 꽃 때문이다. 이 꽃의 네타에는 '그라야노톡신(Grayanotoxin)'이라는 천연 신경독이 포함되어 있다. 벌들이 이 꽃가루를 모아 만든 꿀은 짙은 붉은 빛을 띠며, 먹었을 때 타는 듯한 목 넘김과 함께 가벼운 환각, 현기증, 심하면 저혈압과 마비를 일으킨다.
공포를 이기는 미식의 호기심, '한 스푼의 미학'
위험해 보이지만, 터키 현지인들에게 델리 발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전통 영양제다. 고혈압 치료와 성 기능 강화에 효능 있다고 알려져, 아침 식사 전 딱 한 스푼만을 조심스럽게 섭취한다. 일반적인 꿀의 단맛과는 결이 다른, 쌉싸름하면서도 톡 쏘는 뒷맛은 미식가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금지된 열매'와 같다.
식재료에 대한 경외심을 깨우다
전 세계에서 터키의 흑해 연안과 네팔의 히말라야 고산 지대, 단 두 곳에서만 발견되는 이 진귀한 식재료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이 반드시 인간의 입맛에만 맞춰져 있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그 위험한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의 탐구심이 미식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혹시 터키의 깊은 산골을 여행하다 붉은 빛이 감도는 이 신비로운 꿀을 마주한다면 기억하자. 그것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한 '치명적인 달콤함'의 시험대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Cook&Chef / 심예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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