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이경엽 기자] 미쉐린 스타는 단순한 별의 개수를 넘어, 한 국가의 미식 수준과 문화적 성취를 대변하는 글로벌 지표다. 1900년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이 운전자들에게 여행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발간한 안내서에서 출발한 미쉐린 가이드는, 이제 전 세계 미식가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지표이자 미식의 표준을 제시하는 권위 있는 가이드로 변모했다.
최근 해운대 해변의 상징적인 해안선이 내려다보이는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2026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세리머니에서는 한국 미식의 비약적인 발전이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6년(2017년판) 한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이번 에디션은, 역대 최다인 10곳의 신규 및 승급 스타 레스토랑을 배출하며 한국 미식 생태계의 눈부신 성장을 증명했다.
올해 서울과 부산 전역에서는 총 233개의 레스토랑이 선정되었다. 서울은 178곳, 부산은 55곳이 이름을 올렸으며, 미쉐린 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은 총 46곳으로 늘어났다. 세부적으로는 3스타 1곳, 2스타 10곳, 1스타 35곳을 비롯해 71곳의 빕 구르망과 116곳의 미쉐린 셀렉션이 더해져 리스트를 풍성하게 채웠다.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지난 10년간 한국 미식은 폭넓게 성장했으며,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비범한 숙련도를 통해 자부심과 장인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전통과 현대의 완벽한 융합, 3스타와 2스타의 품격
한국 미식의 정점은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가 2년 연속 3스타를 유지하며 굳건히 지켰다. 한국적인 미학이 반영된 공간 안에서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요리를 선보이는 밍글스는 팀의 지속적인 헌신을 바탕으로 세련된 창의성을 보여준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2스타 레스토랑의 약진이다. 박경재 셰프의 '소수헌'은 1스타에서 2스타로 승급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서울의 현대적인 스카이라인과 대비되는 전통 한옥에 자리 잡은 소수헌은 8석 규모의 카운터에서 털게를 곁들인 명란, 갈치구이 등 정제된 제철 요리에 이어 자신감 넘치는 초밥(니기리)을 선보이며, 말차로 식사를 정갈하게 마무리한다.
또한, 안성재 셰프의 '모수'가 재오픈과 동시에 2스타를 새롭게 획득하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모수는 전복 타코, 참깨 두부, 우엉 타르트 등 시그니처 요리를 중심으로 정교함과 조용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요리를 선보인다. 안성재 셰프는 미쉐린 스타 획득 후 "팀원들이 많이 고생했고, 우리의 정체성과 목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쉐린 스타가 단순한 과거의 성과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지속적인 발전과 혁신의 과정임을 시사한다. 그의 요리 철학은 전통적 요리 기법에 현대적 해석을 더해,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면서도 이색적인 조합으로 손님들에게 매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데 있다.
이와 함께 대중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손종원 셰프 역시 '라망 시크레'와 '이타닉 가든'을 통해 각각 1스타를 획득하며 탄탄한 입지를 입증했다. 미식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그의 성공은 파인다이닝의 전문성이 대중성과 훌륭하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의 레스토랑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문화적이고 교육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 다이닝 씬의 진화: 1스타 승급 및 신규 진입의 다채로움
서울 다이닝의 다양성은 새롭게 1스타를 달거나 승급한 레스토랑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기존 셀렉션에서 1스타로 승급한 최현아, 원진희 셰프 부부의 '가겐'은 손으로 뽑은 소면, 갓 빻은 참깨, 고사리 전분으로 만든 와라비모찌 등으로 일본의 계절감을 우아하게 표현한다. 청담동에 재오픈한 '하쿠시'는 산초와 곁들인 장어, 바질 식초와 페어링 된 팬케이크 등 정물화 같은 공간에 걸맞은 창의력을 뽐내며, '주은'은 발효 장을 뼈대로 삼아 트렌디한 장식 대신 절제된 접근 방식으로 한국의 사계절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새로 별을 획득한 레스토랑들도 만만치 않다. 노진성 셰프의 '꼴라쥬'는 제철 식재료와 발효 기법을 결합해 전통 프랑스 요리에 다채로운 터치를 더했고, 이미 1스타 '강민철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셰프의 두 번째 업장 '기와강'은 캐비어를 곁들인 동치미, 트러플을 곁들인 간장 게장 등 한식에 대한 대담한 접근을 시도했다. 창의적인 감각의 '산'은 랍스터 젓갈, 참외 동치미 등으로 복잡성과 절제미의 균형을 맞췄으며, '스시 카네사카'는 일본 쌀의 식감을 살려 지은 한국 쌀에 두 가지 적초로 간을 한 정교한 스시를 선보이며 1스타 클럽에 합류했다.
부산 미식의 도약과 로컬 다이닝의 무한한 가능성
이번 가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는 부산 미식의 도약이다. 1스타로 승급한 부산의 '르 도레(Le DORER)'는 기존 해산물 중심의 전통적 요리에서 벗어나, 현지 제철 식재료에 프랑스와 일본의 요리 기법을 접목해 부산만의 독특한 다이닝 정체성을 구축했다. 김창욱 셰프의 지휘 아래 전통 한식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르 도레의 성취로, 부산은 총 4개의 1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부산이 글로벌 미식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시도는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융합 미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발걸음: 특별상과 지속 가능한 미식
셰프 개인의 역량과 서비스의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상 부문도 풍성했다. 영 셰프 어워드는 '르 도레'의 김창욱 셰프가 차지하며 젊은 셰프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소믈리에 어워드는 '기와강'의 이정인 소믈리에에게, 서비스 어워드는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의 김일우 매니저에게 돌아갔다. 올해 신설된 올해의 오프닝 어워드는 요리, 공간, 서비스의 일관성을 보여준 부산 '이안(IAán)'의 이안 셰프가 수상했다.
더불어 지속 가능한 미식을 상징하는 '미쉐린 그린 스타'에는 청주 가족 농장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퇴비 사용 등 저탄소 요리를 실천하는 2스타 일본 요리점 '미토우'와, 고사리 오일 소스를 활용해 무한한 채식의 가능성을 보여준 신당동의 빕 구르망 비건 레스토랑 '고사리 익스프레스'가 새롭게 합류하며 환경적 책임감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한국 미식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과제
미쉐린 가이드는 지난 10년간 한국 미식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그 자체로 관광 명소가 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요식업계 전반에 품질 관리와 혁신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글로벌 도약을 위해서는 남은 과제도 명확하다. 미식 전문가들은 미쉐린 가이드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한식과 프렌치 등에 다소 편중된 평가 기준이 한국 미식계의 역동적인 다양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전통 한식과 현대적 파인다이닝의 조화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국제적 퓨전 요리와 지역 특색을 살린 로컬 미식을 포괄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의 다각화가 요구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2026은 한국 미식이 세계 무대에서 얼마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다. 화려한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셰프들의 치열한 혁신과 지역 다이닝의 발전, 그리고 환경을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다이닝으로의 진화가 계속된다면 한국 미식의 글로벌 질주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Cook&Chef /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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