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현민 기자]겨울 식탁에 유독 자주 오르는 생선이 있다. 동태탕으로, 북엇국으로, 때로는 말린 북어 한 마리로 등장한다. 명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생선이 유난히 이름이 많다는 것이다. 생태,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먹태까지. 같은 생선인데도 상태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진다.
이는 단순한 별명이 아니다. 명태의 이름은 조리법이 정해지기 전, 이미 어떤 음식이 될지를 알려주는 신호였다. 조선 시대 식생활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와 『규합총서』를 보면 겨울철 음식으로 말린 생선, 즉 포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겨울에 잡은 생선을 바로 소비하기보다 말려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식은 당시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저장 방법이었다.
명태가 특히 사랑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살이 희고 지방이 적어 겨울 바람에 말리기 좋았고, 건조 과정에서도 맛의 손실이 적었다. 덕장에 걸린 명태는 낮에는 녹고 밤에는 얼기를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숙성된다. 황태 특유의 깊은 감칠맛은 이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진다. 불이나 연기가 아닌, 계절 그 자체가 조리의 일부였던 셈이다.
이렇게 상태가 달라지니 음식도 달라졌다. 얼렸다 녹인 동태는 수분이 많고 살이 부드러워 바로 조리가 가능했다. 그래서 동태탕은 무와 두부, 고추와 마늘을 넣어 시원하고 얼큰하게 끓였다. 추위에 지친 몸이나 술자리 다음 날처럼 빠르게 기운을 회복해야 할 때 어울리는 국이다. 『동국세시기』에 기록된 겨울 음식들 역시 대부분 즉각적인 기력 보충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북어는 완전히 말린 명태다. 조리 전 물에 불리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때 불순물이 빠지며 맛이 정리된다. 북엇국은 양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국물이 맑고 부담이 없어 해장국이나 산후 음식, 제례 음식으로 쓰였다. 『규합총서』에서도 북어는 속을 편안하게 하고 기운을 보하는 식재료로 소개된다.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명태는 겨울과 잘 어울린다. 명태와 북어는 100g 기준으로 단백질이 약 20g 내외로 풍부한 반면, 지방은 매우 적다. 열량이 낮고 포만감이 커 다이어트 식단에도 활용도가 높다. 특히 북어는 수분이 제거된 상태라 같은 양이라도 단백질 밀도가 높다. 나트륨만 과하지 않게 조절하면 부담 없는 고단백 식재료다.
결국 동태탕과 북엇국의 차이는 레시피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생선이라도 언제, 어떤 몸 상태에서 먹느냐에 따라 조리법이 달라졌을 뿐이다. 하나는 몸을 깨우는 국이고, 다른 하나는 몸을 정리하는 국이다. 명태의 여러 이름과 국의 차이는, 한때 음식이 계절과 생활의 리듬에 맞춰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겨울이 되면 다시 명태를 찾게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여전히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편안해진다. 동태탕과 북엇국은 추억의 음식이 아니라, 겨울을 통과하는 몸이 기억하는 음식이다.Cook&Chef /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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