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 Food Campain
혼밥족을 위한 힐링 푸드 프로젝트 모여라! 밥해 먹자!
조리하는 대한민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1가구의 비중은 27%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곧 30%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세 가구당 한 집이 혼자 사는 가구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흐름을 시대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혼밥족의 증가를 단순하게 바라봐서는 안 될 이유가 있다.
[Cook&Chef 김형종 기자]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회장 김종덕) 주최로 지난 6월 16일 금요일 저녁 서울 불광동에 위치한 서울혁신센터 맛동 2층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 신청한 참가자 24명을 대상으로 혼밥족을 위한 푸드 프로젝트 ‘모여라! 밥해 먹자!’ 행사를 개최했다.
혼밥족 위한 대안, 공동부엌
이번 행사는 경쟁사회 속에서 쫓기듯 살아가는 혼밥족을 위한 것으로 함께 조리하며 식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문성희 자연음식연구가의 설명에 따라 서툴지만 진지하게 음식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금세 어색함을 털어내고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기도 했다.
김종덕 회장은 “지금의 혼밥문화는 개인의 건강과 정서뿐 아니라 공동체의 유대, 농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공동식사와 더불어 조리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정부 및 지자체에 ‘공동부엌’관련 시설 및 지원 등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이번 행사에 대한 취지를 밝혔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부엌을 만들고 지원하게 된다면 혼밥으로 인한 1인분 식자재 구매의 어려움과 조리에 따른 번거로움, 그리고 ‘같이 먹을 사람을 찾는’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고 김 회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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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하는 대한민국
‘모여라! 밥해먹자’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의 2017년 캠페인 ‘조리하는 대한민국’ 프로젝트 중 하나로 마련됐다. 사실 대부분 현대인들은 가족 구성과 무관하게 가정에서 조리를 할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한다. 더구나 1인 1가구 형태에서는 거의 간편식이나 패스트푸드, 배달음식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이러한 문화는 생활습관병을 증가시키고, 그것은 다시 국내 농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에서는 이번 행사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조리를 통해 음식과 농업에 사회적 관심을 높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세부적인 행사를 단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고재섭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이사는 “1인 가구 증가, 경제적 곤란, 누군가와 함께 밥 먹을 시간을 정하기 어렵거나 끼니를 때우는 등의 이유로 나타나기 시작한 혼밥족은 사회현상에서 이제는 문화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는 대체로 쫓기듯 살아가는 경쟁사회 속에서 개인 간의 관계성과 유대감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1가구의 비중은 27%를 넘어서고 있으며 곧 30%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 가구당 한 집이 혼자 사는 가구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사회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인류가 지금의 문명을 이루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집단을 이루며 살았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집단으로 저항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사회적 존재로 진화한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연대감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에 나타나는 혼밥족 문화를 바람직하게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썬다, 굽는다, 먹는다
행사에 참가신청한 이들 중에는 혼자 사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가족과 함께 살지만 사실상 ‘혼밥족’인 시민들도 다수를 이루었다. 그만큼 가족단위부터 공동체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행사의 진행을 맡은 문성희 자연음식연구가는 “지금 사회는 제대로 된 밥이 고픈 사회”라면서 “비록 정기적인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밥을 함께 먹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참가자들이 몸과 마음에 힐링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런 취지에서 문성희 연구가가 준비한 음식은 채소를 철판에 볶아 조리하는 ‘채소철판구이’였다. 언뜻 보기에는 화려한 음식이 아닌 소박한 밥상이지만 재료 본연의 생명력과 색깔, 모양을 살린 자연의 밥상 자체이다. 문 연구가는 “최소한의 조리를 거쳐 먹을 때 몸과 마음의 건강이 회복된다”며 “복잡한 레시피가 아닌 재료를 썰고, 굽고, 먹는 것이 요리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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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지인의 소개로 참가하게 되었다는 한 직장인 남성은 “재료가 투박하고 특별할 게 없지만 맛있고, 집에서 혼자 충분히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무엇보다 처음 만나는 이들과 음식을 통해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역시 밥을 나눠먹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소감을 들려주었다.김종덕 회장은 2017년 캠페인 ‘조리하는 대한민국’을 제시하면서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직접 조리해 먹는 문화가 근본적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라면서 “조리하지 않는 풍조는 또한 국내 농업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위협이 되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혼밥을 줄이기 위한 공동부엌 등의 정책을 적극 시행해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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