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정서윤 기자] 라면 시장에서 ‘신라면’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기준에 가깝다. 매운 정도를 이야기 할 때엔 "신라면"을 중심으로 대화가 오갈 정도니까. 그런 농심이 40주년을 앞두고 내놓은 ‘신라면 골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라면은 이미 완성형 브랜드다. 그렇기에 변화는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단순한 매운맛 강화나 자극적인 콘셉트로는 신라면의 이름값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번 ‘신라면 골드’가 기대를 모으는 배경에는, 농심이 선택한 변화의 방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 맵게도, 더 화려하게도 아닌 ‘국물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이다.
신라면 골드는 닭고기를 우려낸 육수를 중심에 둔다. 닭 육수는 전 세계 라면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맛의 축이다. 일본, 동남아, 서구권을 막론하고 닭 베이스 국물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다. 여기에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을 더하는 방식은, 낯선 도전이라기보다 검증된 공식을 신라면식으로 재해석한 선택에 가깝다.
이 조합이 단순하지 않은 이유는 디테일에 있다. 강황과 큐민을 활용해 닭 육수의 풍미를 입체적으로 살렸고, 청경채·계란 플레이크·고추맛 고명을 더해 시각과 식감을 함께 설계했다. 기존 신라면의 강한 인상 위에, 보다 부드럽고 깊은 국물의 층을 쌓은 구조다.
특히 이번 제품이 ‘농심이어서 가능한 라면’이라는 점은 해외 전략에서 드러난다. 농심은 이미 2023년부터 영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에서 ‘신라면 치킨’을 선보이며 닭 육수 기반의 신라면 변주를 시험해 왔다. 신라면 골드는 이 해외 전용 제품을 단순히 들여온 것이 아니라,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게 다시 다듬은 결과물이다. 글로벌에서 검증된 맛을 로컬로 되돌려온 셈이다.
이 지점에서 농심의 강점이 분명해진다. 농심은 트렌드를 좇기보다, 시간을 들여 시장 반응을 축적한 뒤 브랜드에 맞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회사다. 신라면 골드는 즉흥적인 기념 제품이 아니라, 수년간의 글로벌 실험이 축적된 40주년 답안지에 가깝다.
농심은 내년 신라면 40주년을 맞아 ‘글로컬’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라면 똠얌, 툼바, 김치볶음면 등으로 이미 시작된 신라면의 확장은, 이제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으로 읽힌다. 신라면 골드는 그 중심에서 글로벌과 로컬을 잇는 상징적인 제품이 된다.
신라면은 늘 기준이 되어주었고, 그렇기에 그들의 변화는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가져야 했다. 신라면 골드는 그 조건을 충족시키려는 농심식 해답이다. 40주년을 앞둔 신라면이 다시 한 번 기대를 받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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