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향하는 길목, 루비빛 과일이 전하는 계절의 건강함
[Cook&Chef = 송채연 기자] 붉은 껍질을 살짝 쪼개면 쏟아지는 루비빛 알갱이. 그 속에 가을의 단맛과 겨울의 시작이 함께 담겨 있다.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와 중국의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는 ‘여왕의 과일’ 석류가 제철을 맞았다. 9월부터 12월까지가 수확기인 석류는 지금이 가장 맛이 오르는 시기다. 국내산은 물론 터키·미국산 수입 석류까지 활발히 유통되며, 소비자들은 한층 안정된 가격으로 이 붉은 과일을 만날 수 있다.
제철 과일, 그 이상의 가치
석류의 진짜 매력은 그 안에 숨은 건강 효능에 있다. 새콤달콤한 맛 아래엔 비타민 C, E, K와 폴리페놀, 타닌, 안토시아닌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세포 손상을 막고 노화를 늦추며,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게 돕는다. 또한 석류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천연 화합물이 들어 있어,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수면이 불규칙해지는 중년 여성에게 석류는 자연이 준 가장 부드러운 처방전이다. 하지만 석류의 효능은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풍부한 칼륨이 체내 나트륨을 배출하고 혈압을 낮추며, 폴리페놀 성분은 혈관을 깨끗하게 유지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항산화 작용은 남성의 전립선 건강과 피로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루 한 개의 석류는 우리 몸의 균형을 되찾아준다. 석류의 식이섬유는 장 운동을 촉진해 소화를 돕고, 장내 유익균을 늘려 장 건강을 개선한다. 또한 식이섬유는 식후 혈당 상승을 완화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다이어트 식단에도 유용하다. 감기나 피로로 기운이 떨어졌을 때 석류즙 한 잔은 수분과 철분을 동시에 채워주는 천연 보충제가 된다.
먹는 방법에도 요령이 있다. 알맹이만 먹기보다는 씨와 껍질까지 함께 활용하는 것이 좋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씨앗에, 항산화 성분은 껍질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껍질을 깨끗이 씻어 차로 마시거나, 알갱이를 샐러드와 요거트에 곁들이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석류즙이나 농축액을 선택할 땐 첨가물 여부와 당 함량을 반드시 확인하고, 하루 15~30ml 정도를 물에 희석해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과유불급, 석류에도 예외는 없다
좋은 음식이라도 과하면 탈이 난다. 석류는 혈액을 묽게 만드는 성분이 있어 항응고제나 혈압약을 복용 중이라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저혈압 환자도 주의가 필요하다. 마늘, 생강, 녹차, 오메가3, 비타민E, 은행잎 추출물과 함께 먹으면 항산화 작용이 중복되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생과 1개나 석류즙 1컵(200ml) 정도면 충분하다.
겨울로 향하는 길목, 따뜻한 차 대신 석류 한 알을 손에 쥐어보자. 그 속엔 피로를 녹이는 달콤함과 세월을 되돌리는 힘이 숨어 있다. 왕후들이 즐겨 먹었던 과일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단 하나, 그 붉은 알 속에 우리가 잊고 있던 계절의 생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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