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세온 기자] # 퇴직금을 모아 작은 순대국집을 연 김모 씨는 개업 초기 영업사원의 권유로 서빙 로봇을 들였다. 월 60만원이던 렌탈비를 50만원으로 할인해주고, 설치비 10만원도 면제해준다는 조건에 36개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가게는 손님이 뜸해졌고, 서빙 로봇은 구석에서 충전기 불빛만 깜빡일 뿐이었다. 결국 김 씨는 1년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렌탈회사는 계약 해지를 위해 할인받은 렌탈비 120만원, 남은 계약기간 2년치 렌탈료의 50%인 600만원, 면제됐던 설치비 10만원 등 총 730만원을 위약금 명목으로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김 씨는 “장사를 접으면서 빚까지 떠안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서빙 로봇,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태블릿 등 무인화 기기 렌탈 계약을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원장 최영근) 산하 약관분쟁조정협의회는 최근 외식업 분야에서 렌탈 계약 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약관분쟁조정협의회가 2025년 한 해 동안 처리한 분쟁조정 사건 442건을 분석한 결과, 렌탈 계약 관련 분쟁은 124건으로 전체의 약 28%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약 75%인 93건이 외식업 분야에서 발생했다. 인건비 상승과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 무인화 기기 도입이 늘었지만, 경기 침체와 폐업 증가로 계약을 중도 해지하면서 예상치 못한 비용을 떠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쟁이 집중된 품목은 테이블 오더 태블릿, 서빙 로봇, 키오스크, 카드 단말기 등이다. 특히 계약 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 ‘부당한 설치비 반환 요구’, ‘할인금액 반환’ 조항을 둘러싼 갈등이 많았다. 중소 사업자들이 불가피하게 폐업하거나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청구받는 일이 적지 않다. 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이미 기재돼 있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사례를 보면, 치킨집을 운영하던 A씨는 식기세척기와 튀김기, 포스기, 테이블오더 태블릿 10대를 36개월 렌탈(월 렌탈료 60만원)로 계약했다가 8개월 만에 폐업했다. 렌탈회사는 잔여 계약기간 렌탈료의 60%에 해당하는 약 1,000만 원의 위약금과 계약 체결 시 면제됐던 설치비 10만원을 요구했다. 또 일식집을 운영하던 D씨 역시 테이블 오더 태블릿 10대를 36개월 렌탈 계약(월 렌탈료 20만원)을 체결했지만, 6개월 만에 폐업하면서 잔여 계약기간 렌탈료의 80%에 해당하는 위약금(480만원)을 청구해야 하나 40% 수준인 240만원까지 감액이 가능하다고 제안받았다.
약관분쟁조정협의회는 이런 분쟁이 접수되면 렌탈 장비의 재사용 가능성, 실제 제품가액, 물품대여서비스업 분쟁해결기준과 표준약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약금 수준을 재산정하고 있다.
조정원은 피해 예방을 위해 렌탈 계약 체결 전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계약 해지 시 ▲위약금 산정 방식 ▲설치비 청구 여부 ▲할인금액 반환 조항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과도한 위약금이나 설치비 청구로 피해를 입었다면 구제도 가능하다. 조정원은 ‘온라인 분쟁조정시스템’을 통해 직접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분쟁조정 콜센터(1588-1490)’를 통해 상담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조정원 관계자는 “무인화 기기 렌탈은 편리하지만, 계약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체결할 경우 폐업 시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중소 사업자들이 사전에 계약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ook&Chef / 김세온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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