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빅블러’ 현상, 기존 업태 경계 모호
[Cook&Chef = 김세온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치킨 위주의 단일 메뉴 구조에서 벗어나 멀티푸드 전략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내수 부진과 소비자 취향의 세분화가 가속되면서 치킨만으로는 매장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확산된 데 따른 흐름이다. 업계는 짬뽕·버거·피자 등 메뉴를 적극 도입하며 매출 다변화와 시간대별 수요 확보에 나섰고, 이는 외식 시장 전반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0계치킨은 4일 홀 전용 신메뉴 ‘차돌짬뽕’을 출시하며 치킨 중심의 브랜드 정체성을 과감히 확장했다고 밝혔다. 매콤칼칼한 국물에 차돌을 더해 깊은 맛을 자랑하는 메뉴로, 치킨과의 ‘궁합’을 고려한 술안주형 메뉴라는 점이 특징이다. 배달은 불가하며오직 홀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다. 고구마튀김·멘보샤·치즈볼 등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사이드모음 2인·3인 세트도 함께 출시해 매장 내 체류 시간과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병행한다.
업계 전반에서는 버거 시장 공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bhc는 지난 11월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스퀘어점에서 치킨버거 3종을 선보이며 점심 수요 확보에 나섰다. 치킨 매출이 주로 저녁 시간대에 집중되기에 낮 시간대까지 매출을 확장하기 위한 선택이다. bhc 비어존에서는 유린기·나가사키 짬뽕 전골·닭똥집 튀김 등 비(非)치킨 메뉴 비중을 확대하며 ‘술상 스페셜 메이트’ 콘셉트도 강화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역시 신규 브랜드 ‘소싯’을 론칭해 버거 사업에 뛰어들었다. 교촌치킨 주력 메뉴 대부분이 닭고기 부분육을 사용하다 보니, 남는 닭가슴살 부위를 버거 패티로 활용하면서 한 마리 단위 원재료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재료 효율까지 높이려는 전략이다.
피자를 접목한 브랜드의 증가도 눈에 띈다. 맘스터치는 지난해부터 ‘맘스피자’ 매장을 숍인숍으로 확대하며 버거·치킨·피자를 모두 판매하는 QSR(Quick Service Restaurant) 플랫폼을 구축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이러한 QSR 매장 수익성이 일반 매장 대비 약 45% 높다며 맘스피자가 중장기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담치킨은 지난 8월 화덕피자 2종과 매콤한 풍미의 ‘핫아란치니’를 선보이며 미식형 사이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표 메뉴 ‘맵슐랭치킨’의 소스를 피자에 적용한 ‘맵슐랭 피자’처럼 기존 제품과 신메뉴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도 돋보인다.
멀티푸드는 조리 효율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치킨 조리에 사용되는 튀김기·오븐·소스 라인을 버거·피자·라이스볼 등으로 확장해 추가 설비 투자 없이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소비되는 메뉴를 한 매장에서 함께 판매함으로써 기존 저녁에만 집중되던 매출 구조를 보다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맹점 수익성을 높이는 구조도 만들어질 수 있다.
기존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 ‘빅블러(Big Blur)’가 치킨 업계에도 확장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메뉴 경계가 사라지고 소비자가 한 공간에서 ‘치킨+피자+라이스+버거’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멀티 카테고리 전략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으로 한 가지 메뉴만으로 승부하기보다 멀티메뉴를 선택하는 사례는 보다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Cook&Chef / 김세온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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