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잇는 발효의 맛, 과학이 증명한 김치의 힘
![[픽사베이]](https://cooknchefnews.com/news/data/2025/10/23/p1065583542883188_320.jpg)
[Cook&Chef = 송채연 기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김장의 계절이 찾아온다. 겨울을 준비하는 손길마다 배추와 무, 마늘 향이 번지는 요즘,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김치의 건강 효능으로 향하고 있다. 단순한 밑반찬을 넘어, 김치는 이제 과학이 입증한 ‘발효 건강식품’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장 건강의 수호자, 김치 유산균
김치가 ‘살아있는 음식’이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유산균 때문이다. 김치 한 젓가락에는 수억 마리의 유산균이 존재한다. 이 유익균들은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변비나 설사를 예방하며,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체내 염증을 줄여준다.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락토바실루스와 류코노스톡 유산균은 장내 유해균을 억제하고,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특히 락토바실루스는 장벽을 강화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중 관리와 항암 효과, 김치의 숨은 기능
김치는 체지방 감소와 신진대사 촉진에도 도움을 준다. 김치 양념에 들어가는 고추의 캡사이신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지방 연소를 돕고, 마늘의 알리신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실제로 숙성된 김치를 꾸준히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체지방과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한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마늘, 생강, 고추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와 진저롤, 설포라판은 암세포의 형성을 억제하고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김치는 단순히 매운맛의 조합이 아니라, 체내 산화를 막는 ‘항암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발효가 만든 면역의 과학
발효 김치에는 비타민 C, 베타카로틴, 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세포 손상을 막고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한다.
실제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과 세계김치연구소 공동연구에 따르면, 김치의 항산화 성분이 체내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감염 질환의 중증화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김치가 ‘면역식품’으로 불리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준다.
건강하게 먹는 법, 김치의 섭취 요령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먹는 방법이 중요하다. 김치는 염분 함량이 높은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하루 40~60g, 즉 한두 젓가락 정도가 적당하다. 김치 국물보다는 채소 부분만 섭취하는 것이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김치와 칼륨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시금치, 바나나 등)을 함께 먹으면 나트륨 배출을 촉진해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
아삭함을 지키는 보관의 기술
김치의 효능을 오래 유지하려면 보관 온도가 핵심이다. 일반 냉장고는 3개월, 김치냉장고는 6개월 정도가 적당하며, 용기는 공기가 적게 닿도록 작게 나누어 담는 것이 좋다.
김치를 꺼낼 때마다 공기에 노출되면 효모가 발생해 맛이 변하고 시어질 수 있다. 김치 표면을 배춧잎으로 덮거나 비닐을 씌워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면 아삭한 식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해산물이나 풀을 많이 넣은 김치는 숙성이 빨라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반대로, 단순한 양념으로 담근 김치는 장기 보관에 유리하다.
발효의 시간, 문화의 맛
김치는 단순한 저장식품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낸 문화의 산물이다. 소금에 절여 1차 발효 후, 고추·마늘·젓갈을 더해 2차 발효하는 ‘복합 발효식품’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김장철, 가족이 모여 김치를 담그는 그 행위 자체가 공동체의 유산이며, 발효의 과학이 일상 속 전통으로 살아 있는 순간이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