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린푸드의 외식브랜드 일식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한대원 셰프.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욕심 많은 사람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만큼 나이에 비해 많은 자격증과 각종 대회 수상, 강사경력과 같은 다양한 이력을 소유한 탓이다.
writer _김형종 기자 / photo _조용수 기자
Chef Story
“조리사는 나의 천직”
현대그린푸드 한대원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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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대원 셰프는 2014년 당시 최연소로 일식조리기능장에 이름을 올렸다 |
자격증만 해도 그렇다. 한식조리 기능사를 시작으로 양식, 일식, 중식, 복어조리 기능사을 포함해 국제스시 기술자격증 등뿐 아니라 산업인력공단이 발행하는 ‘일식조리 기능장’을 취득하기도 해 누가 봐도 지독한 노력파임이 분명하다.
본래 양식을 전공한 그는 지난 2005년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에 입사했는데, 당시 그는 일식조리 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던 유일한 신입직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서가 일식당으로 배정되었던 것이다. 그 인연으로 일식조리 업무를 하다가 보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일식을 공부하기 위해 기능장에 도전하게 되었고,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 2014년 최연소 일식조리 기능장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양식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일식이라는 분야가 썩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현실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서인지 일이 고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도 결국엔 내 자산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겁니다. 기능장이라는 목표를 세운 것도 자격증을 따기 위한 게 아니라 제 자신을 채찍질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선택한 과정이었죠.”
그렇다고 해서 양식 조리사로서의 능력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일식에 양식이 접목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 호텔 일식당에 근무할 당시 그의 플레이팅 방식이 지적을 받기도 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일식에 접목된 양식의 소스류와 터치감이 거북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스타일은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양식이 접목된 그만의 일식이 이질적이지 않고 조화롭다는 걸 알게 된 때문이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억지로 양식을 접목한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끝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과 마주하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의 노력들이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한 선택이나 욕심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열망이 그를 도전하게 만든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2012년도에 취득한 사회복지사 자격증이다. 직장을 다니고,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와중에 사회복지사의 길로 전향이라도 하려 했던 것일까? 12과목의 수업을 들어야 하고, 100시간 이상의 실습시간을 채워야 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다. 시간이 있어도 쉽지 않은 과정을 없는 시간을 쪼개어 감당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조리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긴다”는 그는 “그러나 밥이 되는 직업인으로서의 삶이 인생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다. 주변을 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자신이 가진 것 중 일부를 내놓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소외된 계층, 사회적 약자를 돕고 싶어 언젠가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이 그를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복지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좀 더 세심하고, 깊이 있게 대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판단이 복지사 자격증 취득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진 역량에서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말을 건네는 그의 표정에서 겸손을 엿본다.
그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와 사람을 바라보게 된 데에는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이 커다란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보았던 부모님은 기부와 봉사를 몸소 실천하는 분들이었다.
“특별히 여유가 있는 집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었죠. 부모님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데, 남을 돕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저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나눈다는 건 남는 무언가를 주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평생 모은 재산을 기꺼이 기부하는 이들을 통해서 우리는 나눔의 참의미를 읽을 수 있다. 한대원 셰프 역시 그렇게 믿고 있으며, 나눔을 통해서 외려 자신이 얻는 바가 크다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거기에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어쩌면 타인을 돕는 일을 통해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희열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말을 아낀다. 셰프를 천직으로 여기는 그.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꺼이 손을 내미는 그.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가족까지. 모두가 그에게는 미래에 완성될 커다란 그림의 중요한 조각들임에는 틀림없다. 그가 그리려는 그림이 언제 완성이 될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그라면 탐스럽고 아름답게 플레이팅되어 식탁에 오른 한 접시 요리처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Cook&Chef 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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