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송이만 먹고 끝내기엔 아까운 줄기까지…브로콜리의 재발견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요즘 브로콜리가 유난히 자주 회자된다. 그야말로 화제성 1위가 된 손종원 셰프가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예고편에서 “야식으로 브로콜리를 먹는다”는 식습관을 드러내면서다. 야식이라면 대개 자극적인 메뉴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의외의 선택은 오히려 사람들의 생활을 자극했다. 밤에 뭔가 씹고 싶고, 입이 심심하지만 다음 날 컨디션도 포기하기 싫은 순간, 그 애매한 틈을 브로콜리가 정확히 파고든 셈이다. 한 번의 ‘셰프 루틴’ 공개가 단순 유행으로 끝나지 않는 건, 브로콜리가 실제로 영양학적 근거를 갖춘 채소이기 때문이다.
초록색이 가진 설득력: 포만감이 길고, 영양은 촘촘하다
브로콜리는 칼로리 부담이 적은 편인데도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오래 끌고 가는 쪽에 강점이 있다. 특히 야식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덜 먹느냐”보다 “얼마나 덜 흔들리느냐”다. 배가 출렁이거나 다음 날 붓는 느낌이 적고, 위에 부담이 덜한 식재료가 필요하다. 브로콜리는 이 지점에서 ‘야식의 역설’을 해결한다. 씹는 질감이 있어 만족감은 챙기되, 기름과 당을 덜 끌어들이는 구조다.
건강 관심층이 브로콜리를 ‘기본 채소’로 분류하는 이유는 항산화 구성이 탄탄해서다. 브로콜리의 색을 만드는 카로티노이드 계열 성분(베타카로틴 등)은 체내에서 항산화 방어에 관여하고, 비타민 C 역시 면역과 회복에 핵심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십자화과 채소 특유의 유황화합물 계열이 더해지는데, 이 계열 성분은 브로콜리가 ‘건강식의 상징’처럼 자리잡게 한 가장 결정적인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바쁜 일상에서 영양제를 따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영양 밀도가 높은 식재료를 찾게 되는데, 브로콜리가 바로 그 성격에 가깝다.
‘설포라판’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자르고 기다리는 시간이 핵심
브로콜리를 브로콜리답게 만드는 성분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설포라판이다. 다만 이 성분은 브로콜리가 ‘그대로’ 있을 때보다, 손질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쪽에 가깝다. 즉, 브로콜리를 먹기 직전에 대충 뜯어 넣는 것보다 미리 잘라 두고 잠깐 시간을 두는 방식이 영양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먹기 30분 전쯤 잘라두기’ 정도만 습관화해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조리하는 것보다, 손질→잠깐 대기→짧게 가열의 순서가 ‘브로콜리의 강점’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조리법도 중요하다. 브로콜리는 오래 삶으면 식감이 무너질 뿐 아니라 수용성 영양소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짧게’가 원칙에 가깝다. 가정에서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찜이다. 끓는 물에 오래 담그는 방식보다, 김으로 짧게 익히는 방식이 결과가 좋다. 씹는 맛을 살리고 싶다면 4~5분 내외로, 조금 더 부드러운 식감을 원한다면 시간을 약간 늘리되 ‘너무 무르게 만들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꽃송이만 먹고 버리기엔 아깝다: 줄기야말로 ‘숨은 실속’
브로콜리는 꽃송이만 먹고 줄기를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줄기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남아 있고, 식감과 활용도가 높다. 다만 줄기는 겉껍질이 거칠 수 있어 겉껍질을 얇게 벗긴 뒤 사용하는 편이 만족도가 높다. 슬라이스해서 볶음에 넣거나, 얇게 썰어 수프·죽에 넣으면 ‘버리던 부위가 한 끼를 든든하게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식재료비가 오르는 요즘, 이런 ‘전부 먹는 방식’은 건강뿐 아니라 살림에도 꽤 현실적인 선택이다.
최근 해외 건강 매체에서 브로콜리의 ‘인지 건강’ 관련 내용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브로콜리는 비타민, 항산화 성분뿐 아니라 뇌 기능 유지에 필요한 미량 영양소(예: 콜린 등)와의 연결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물론 특정 식품 하나만으로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과도한 가공식·당 중심 식단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십자화과 채소를 ‘꾸준히’ 끼워 넣는 것 자체가 생활습관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브로콜리는 그 시작점으로 다루기 쉬운 편에 속한다.
브로콜리 섭취 시 주의사항
브로콜리가 ‘좋은 채소’인 것과 ‘모든 사람에게 매일 최적’인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브로콜리를 포함한 일부 십자화과 채소 섭취에 민감할 수 있고, 섭취 후 복통·설사·가스가 심해지는 사람은 양과 빈도를 조절하는 편이 안전하다. 또 신장 기능이 좋지 않아 칼륨 섭취를 조절해야 하는 경우도 개인 상황에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브로콜리의 인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채소가 새로 등장해서가 아니라 ‘맥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도시락 한 칸의 의무처럼 느껴지던 브로콜리가, 이제는 야식의 유혹을 덜어주고 다음 날 컨디션을 지키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손종원 셰프의 한마디가 불씨가 됐지만, 불이 계속 붙는 건 결국 식재료 자체의 설득력 덕분이다. 오늘 밤 입이 심심하다면, 기름진 야식 대신 씹는 맛이 살아 있는 브로콜리 한 접시로 방향을 틀어보는 것. 그 작은 전환이 생활의 리듬을 바꿀 수도 있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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