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요즘처럼 사무치게 추운 날들이 이어질 때면 뜨거운 국물이 필요하다. 뜨끈한 국물과 큼지막한 만두를 입안 가득 넣으면 몸속 깊은 곳까지 따뜻함이 전해진다.
미필담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5에서 빕 구르망에 신규 선정된 이북식 손만둣국 전문점이다. 미쉐린 가이드는 “한적하지만 젊은 생기가 느껴지는 합정동 골목에 자리한 자그마한 이북식 만둣국집”이라 소개하며, 황해도 출신 외할머니의 조리법을 바탕으로 담백한 이북식 만둣국의 본질을 꾸준히 지켜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별다른 가미 없이도 육향이 또렷한 국물과 두툼한 손만두의 조합, 계절에 맞춰 정성스럽게 구성되는 한식 메뉴에서 젊은 부부 오너의 진지한 태도가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미필담은 합정역 인근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위치지만 점심과 저녁 시간에는 웨이팅이 생길 만큼 찾는 이들이 꾸준하다. 내부는 바 형태의 좌석 8석과 4인 테이블 1개로 구성된 아담한 공간이다. 나무 소재를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와 잔잔한 조명이 어우러져 소박하지만 단정한 분위기를 만든다. 공간은 음식의 성격을 닮았다. 과한 장식 없이 정갈하고, 혼자 식사하기에도, 친구나 연인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미필담의 대표 메뉴는 이북식 손만둣국이다. 맑고 투명한 양지 육수에 큼직한 손만두가 넉넉히 담겨 나온다. 육수는 기름기가 거의 없고, 육향은 은은하게 퍼진다. 평양냉면 육수를 떠올리게 할 만큼 슴슴하지만, 한 숟갈씩 떠먹다 보면 묘하게 계속 손이 간다. 자극적이지 않아 먹는 내내 속이 편안하고, 마무리까지 깔끔하다. 만두피는 부드럽고 약간의 탄력이 있으며, 속에는 고기와 채소가 고르게 섞여 있다. 김치가 들어가 있어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고, 과하지 않은 간이 국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겨울철에는 양지온반이 함께 사랑받는다. 푹 삶아낸 양지고기에 애호박, 숙주나물, 표고버섯을 더해 따뜻한 밥과 함께 말아낸 메뉴다. 고명으로는 국내산 녹두만을 사용해 직접 부쳐낸 녹두전이 올라간다. 먼저 그대로 한 입 맛본 뒤 국물에 적셔 먹으면 고소함이 배가된다. 만둣국보다 한층 더 슴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담백한 양지 육수가 더욱 깊은 맛이 난다. 만둣국과 온반을 모두 맛보고 싶다면 온반을 주문한 뒤 접시만두를 곁들이는 방식도 추천할 만하다.
사이드 메뉴로는 접시만두와 수육무침이 있다. 길쭉한 형태의 접시만두는 군더더기 없는 단아한 모양이 인상적이며, 속은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해 만둣국이나 국수와 잘 어울린다. 수육무침은 얇게 썬 돼지수육 위에 오이와 부추 무침을 올린 메뉴로, 담백하게 삶아낸 고기와 산뜻한 채소가 번갈아가며 입맛을 돋운다. 수육은 매일 아침 직접 삶아내 잡내 없이 부드럽고, 김치말이국수와 함께 먹을 때 특히 조화롭다.
계절 메뉴인 김치말이국수 역시 미필담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새콤함과 감칠맛이 균형을 이루는 육수 덕분에 마지막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여름철에는 이 메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겨울에는 만두전골도 선보인다. 깔끔한 양지 육수에 만두와 배추, 느타리·표고·팽이버섯을 넣고, 미나리와 양지 고명을 더한 전골을 작은 버너 위에서 끓여 먹는 방식이다. 식사 내내 따뜻함이 유지돼 겨울 저녁 메뉴로 제격이다.
미필담의 음식은 전반적으로 자극이 적고 담백하다. 복잡한 양념보다는 이북 음식 특유의 맑고 은은한 맛을 지향한다. 덜 자극적이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맛, 먹고 난 뒤 속이 편안하다는 점이 이 집의 가장 큰 미덕이다.
미필담은 화려함 대신 정직함으로, 과시 대신 꾸준함으로 이북식 손만둣국의 매력을 전한다. 합정의 조용한 골목에서 만나는 이 담백한 한 그릇은, 미쉐린 빕 구르망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오래 기억에 남는 식사로 남는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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