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세온 기자] 한국 외식업의 지형이 2026년 다시 큰 전환점을 맞는다. 배달의민족의 배민외식업광장이 9일 발표한 ‘2026 외식업 트렌드’에 따르면 자기만족 건강식, 한그릇 오리지널리티, 미식의 일상화, 수산물의 재발견, 경험하는 K-푸드가 내년 시장을 이끌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웰빙·소비 회복·개인화·글로벌 K-푸드 열풍 등 사회적 흐름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외식의 기준이 다층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강식 패러다임이 바뀌다 : ‘자기만족 건강식’
건강식은 오래도록 외식업계의 난제였다. 영양 기준은 복잡하고, 맛은 아쉬웠고, ‘다이어트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은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건강식의 개념은 정확한 영양학 기준에서 ‘나만의 기준’으로 이동했다. 단백질을 늘리거나 당을 줄이거나 채소를 더하는 등 ‘건강함을 스스로 정의하는 방식’이 대세가 된 것이다.
제로 음료 열풍은 이러한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칼로리나 당을 ‘살짝’ 덜어내 죄책감을 줄이되, 맛의 만족은 유지하는 상품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 흐름은 ‘저속노화 식사법’ 같은 일상형 건강 트렌드로 확장됐고, 보양식조차 삼계탕·장어 중심에서 샐러드·샤브샤브·회·집밥 등 ‘나에게 편하고 만족스러운 음식’으로 의미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배달 시장에서 이 트렌드는 더욱 뚜렷하다. 집밥에서는 ‘탄단지’가 강조되지만, 배달에서는 ‘칼로리’ 키워드가 최다 언급을 차지했다. 배달의 간편함에 건강한 선택을 더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저당·제로·칼로리다운’ 등 라벨링을 활용한 메뉴는 가게 매출에도 직접 영향을 주고 있으며, 관련 키워드를 활용하는 점포는 최근 2년간 최대 9배 증가했다.
혼밥은 더 이상 상황이 아닌 ‘취향’ : 한그릇 오리지널리티
1인 가구 증가와 개인화된 식습관 확산으로 혼밥은 모든 연령대가 누리는 일상적 소비 형태가 됐다. 그러나 기존 배달 시장은 최소 주문금액·배달비 등 구조적 장벽으로 혼밥의 성장을 제한해 왔다.
이를 뒤집은 것이 배달의민족의 ‘한그릇 서비스’였다. 최소주문금액을 없애면서 1인 배달 수요가 폭발했고, 서비스 출시 후 5개월 만에 월 주문량은 12배 증가, 누적 주문은 2,250만 건을 돌파했다.
이 변화는 메뉴 개발에도 거대한 영향을 줬다. 기존의 1.5인분 형태에서 벗어나, 1인 고객을 위한 독립적 구성의 ‘한그릇 오리지널’ 메뉴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그릇 메뉴는 이제 혼밥 고객만이 아니라 2인 이상 주문에서도 선택되는 핵심 메뉴 카테고리로 성장하고 있다.
2026년은 외식업 전반에서 ‘한그릇 전략’이 필수화될 것으로 보인다. 메뉴 구성, 포장 방식, 가격 정책 모두가 다시 설계되는 시점이다.
‘알고 먹는 미식’에서 ‘내가 즐기는 미식’으로 : 미식의 일상화
미식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지난 3년 사이 극적으로 변했다. 정보 중심의 ‘먹다·알다’에서 감성 중심의 ‘즐기다·잊지 못하다’로 언어가 이동했다.
누군가의 추천이나 미식 가이드보다 내 취향과 감정이 음식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다. 이 흐름은 외식 형태에도 반영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특별한 여행지가 아닌, 일상의 식당·집 앞 골목·중저가 뷔페에서 미식 경험을 찾는다.
특히 젊은 세대의 뷔페 선호도가 높아지고, 중저가 뷔페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성장한 점은 ‘선택의 자유’가 미식의 본질이 됐음을 보여준다.
배달 시장에서도 미식의 일상화는 ‘옵션 선택’으로 구현되고 있다. 고객의 절반이 옵션을 추가하며, 지출 비용도 매년 상승 중이다. ‘한우 안심 추가 짜장면’, ‘전복 추가 갈비탕’처럼 프리미엄 선택지 한 가지로 미식 경험을 완성하는 방식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집에서 즐기는 제철의 맛 : 수산물의 재발견
최근 몇 년간 배달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 카테고리는 ‘일식·수산물’이다.
올해 누적 매출 2조 2천억 원으로 5년 전보다 약 40% 증가했으며, 특히 방어·굴·과메기 등 제철 수산물의 배달 주문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산물 배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오마카세에서 주로 다루던 프리미엄 수산물인 아귀간, 이리, 해삼내장, 닭새우 등도 배달로 즐기는 소비가 늘고 있다. 외식 물가 상승 역시 수산물 재조명을 이끌고 있다. 일반 음식 가격이 빠르게 오른 반면, 수산물은 ‘프리미엄+가성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2026년 수산물은 단순히 ‘싱싱함’의 범주를 넘어 집에서 경험하는 신선 프리미엄 카테고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K-푸드는 ‘먹는 것’을 넘어 ‘경험하는 문화’ : 경험하는 K-푸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며 K-푸드의 확장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올해 한국 방문 외국인은 650만명을 돌파했고, 외식 지출은 6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K-푸드 수출 규모 역시 112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흥미롭게도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먹은 K-푸드는 ‘전통 한식’보다 호떡·삼겹살·라면·떡볶이 같은 일상 음식이었다. 이는 현대 K-푸드가 ‘국가대표 한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평범한 일상을 체험하는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SNS는 이 경험을 결정짓는 핵심 플랫폼이다. 외국인은 가이드북보다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에서 ‘진짜 한국’을 발견하고, 그 영상 속 장소와 음식, 분위기를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K-푸드는 이제 보고, 찾고, 먹고, 공유하는 총체적 경험 산업으로 확장된 셈이다.
Cook&Chef / 김세온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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