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서울 안국역 인근에 자리한 안암(ANAM)은 돼지국밥을 전면에 내세운 식당이다. 하지만 이곳의 국밥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돼지국밥과는 거리가 있다. 보기에도 그리고 첫 숟갈로 느껴지는 맛도 익숙한 돼지국밥이 아니다. 그렇다고 낯설기만 한 음식은 아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2024·2025 빕 구르망에 안암의 이름을 올리며 “주메뉴는 돼지국밥이다. '보통'과 ‘고기 많이’로 양이 구분되어 있는데 국밥의 비주얼이 무척 독특하다. 청양고추와 케일로 만든 기름이 깔끔한 육수와 어우러져 풍부한 향을 느끼게 한다”라고 평가했다.
안암의 이름은 한자로 ‘편안할 안(安)’, ‘바위 암(岩)’을 쓴다. 이 이름에서 출발한 상징적인 메뉴가 바로 바위 튀김이다. 하루 30개 한정으로 준비되는 이 메뉴는 안암이라는 이름 속 ‘바위’를 형상화한 돼지 안심 튀김이다. 겉은 단단해 보이지만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안심이 드러난다. 초록색 이끼를 연상시키는 소스는 매콤함과 상큼함을 더한다. 중간중간 느껴지는 진한 감칠맛은 국밥의 풍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곁들임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이 바위 튀김은 2024년 7월, 안암의 성수 팝업 ‘ANAM ANAM?’에서 처음 선보였다. 길거리 음식을 모티브로 한 팝업의 흔적을 매장에 남기고 싶어 정식 메뉴로 이어졌고, 어릴 적 먹던 삼백 원짜리 돈가스를 떠올리게 하는 꼬치 형태로 완성됐다.
미쉐린 가이드가 인정했듯이 안암의 중심은 단연 국밥이다. 맑지만 깊은 국물에 스페인산 듀록 돼지의 등갈비와 얇게 저민 목살이 올라간다. 슴슴하게 시작하지만, 국물과 고기를 함께 씹다 보면 은은한 육향과 감칠맛이 겹겹이 쌓인다. 고수 추가도 선택할 수 있는데, 고수가 더해지면 한식인 듯 동남아 음식인 듯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청양고추와 케일로 만든 녹색 오일은 비주얼과 식욕을 동시에 자극한다.
곁들임 메뉴인 라임 제육 역시 안암을 대표하는 메뉴다. 레몬그라스로 만든 오일에 그슬린 돼지 등심을 샬롯과 고수, 캄포트 후추, 라임과 함께 즐긴다. 특히 고수 샐러드를 고기로 싸 먹는 방식은 상큼하면서도 가볍다. 반접시부터 한 접시까지 선택할 수 있어 국밥과의 조합도 좋다. 뻑뻑할 수 있는 부위를 지방과 함께 부드럽게 즐기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다.
공간은 현대적인 바 스타일이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차분한 분위기 덕분에 조용히 한 그릇을 음미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겨울에는 따뜻한 차를 준비해 계절감을 더한다.
안암을 운영하는 이들은 “맛있는 음식이란 결국 내 입에 맞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부위의 돼지고기를 각기 다른 조리법으로 풀어내지만 결국 국밥이 가장 빛날 수 있도록 한다. 돼지고기와 잘어울리는 향채와 향신료를 활용해 다채로운 레이어의 향과 맛을 살리는 것이 안암의 원칙이다.
슴슴한 국물, 상큼한 제육,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하는 바위 튀김까지. 전통적인 국밥의 틀 안에서 벗어났지만, 본질은 여전히 ‘국밥집’인 ‘안암’. 이다. 미쉐린 가이드가 주목한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하며 오후 3~5시는 브레이크 타임이다. 다만 재료 소진 시 영업시간은 단축될 수 있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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