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세온 기자] 미국 식품·음료 시장에서 ‘맛’의 기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 “맛이 전부를 좌우한다(Taste trumps all)”는 공식이 업계를 지배했지만, 웰니스 문화가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홍문표) LA지사는 최근 KATI 농식품수출정보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이 더 이상 “무엇이 가장 맛있는가”를 최우선으로 묻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신 “지금의 나, 혹은 내가 되고 싶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선택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제품이 제공하는 맥락과 효용을 중요하게 본다는 설명이다.
이는 글로벌 소비자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큐리온(Curion)의 마케팅·소비자 경험 부문 총괄 부사장인 패트리샤 마노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전문매체 푸드다이브에 “웰니스 문화가 소비자 일상 선택을 재편하면서, 사람들은 에너지 증진, 면역력 강화, 장 건강 등 건강 효능을 약속하는 성분을 위해 일정 부분 맛의 타협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70% 이상이 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원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건강 효능이 분명하다면 풍미의 손해를 감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기능성 식품과 음료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큐리온이 진행한 기능성 탄산음료 관련 전국 단위 조사에 따르면, 구매자의 62%는 “더 건강한 대안”이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선택했으며, 55%는 저당 제품을, 54%는 보다 자연스럽고 ‘클린한’ 원료를 이유로 꼽았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덜 달거나’, ‘허브 향이 나거나’, ‘흙내음이 느껴지는’ 풍미를 건강 효능의 증거로 받아들이며 일종의 ‘건강 후광효과’로 인식하는 경향도 보였다. 영양 정보가 패키지에 명확히 표시될수록 기능성 음료의 구매 의도와 선호도는 높아진 반면, 전통 탄산음료에 대한 관심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제품 간 경쟁 구도 자체가 달라졌다고 진단한다. 장 건강을 강조한 기능성 레모네이드는 일반 탄산음료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효능을 내세운 다른 기능성 음료와 비교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맛 테스트 역시 ‘혜택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프로바이오틱 소다에 기존 콜라와 같은 맛을 기대하지 않으며, 대신 제품의 효능과 일관된 ‘신뢰 가능한 맛’을 원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스낵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단백질바는 디저트 브랜드와 맛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섭취와 포만감, 웰니스 목표 달성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제품으로 인식된다. 특히 고단백 바나 기능성 초콜릿, 영양 강화 식품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개인의 건강 목표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회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SNS에서 건강에 좋은 간식과 감각적인 패키지를 공유하는 것은 건강, 목적의식, 소속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익숙한 맛에 영양과 기능을 더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 브랜드가 속속 생기고 있다. 건강을 위해 ‘참으면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세련된 선택’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더 이상 ‘맛과 가격’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시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T LA지사는 “소비자들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조금 덜 맛있어도 더 큰 건강 가치를 제공한다면 선택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Cook&Chef / 김세온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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