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 맞춤 사양과 유전자 관리로 육즙·색감까지 업그레이드
출하 단축·탄소 저감 등 지속가능 축산, 소비자 선택에도 의미 有
[Cook&Chef = 홍지우 기자]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푸드의 중심에는 한우가 있다. 지난 30년간 유전개량과 정밀 사양 기술 덕분에 생체중과 마블링이 크게 향상되며 맛과 식감, 색감이 균일해져 한우는 한국 고급육의 기준이자 K-푸드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우의 성장 속도뿐 아니라 고기의 맛과 품질을 좌우하는 육질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6개월령 체중은 144.7kg에서 157.7kg으로, 생체중은 575.5kg에서 756.3kg으로 31.4% 증가했다. 특히 마블링(근내지방도)은 3.62에서 5.10으로 개선돼 고기의 풍미와 부드러움이 한층 좋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가 실제로 구워서 먹었을 때 더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하게 느끼는 고급 한우 맛으로 이어진다.
근내지방도(마블링)는 3.62에서 5.10으로 개선됐다. 특히 16개월령 이후 근내지방이 빠르게 형성돼 30개월령에 최고치를 찍는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는 한우가 단순히 크게 자란 소가 아니라 더 맛있게 자란 소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한우 품질 혁신을 이끌기 위해 ▲유전능력 개량 ▲맞춤형 사양기술 고도화 ▲체계적 품질관리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해 왔다.
예전에는 좋은 한우를 눈대중으로 고르던 시절이었지만 이제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씨수소를 선발하는 기법으로 품질을 관리한다. 이 기술 도입으로 평가 정확도는 5~11%포인트 높아졌고 농가의 수익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소가 먹는 사료 관리도 한우 맞춤형 식단으로 진화했다.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영양을 세분화해 육성기에는 양질의 건초, 비육기에는 볏짚 위주의 사료를 급여한다. 이렇게 하면 지방과 근육이 균형을 이루며 고기의 질감과 풍미가 개선된다.
또한 농가가 쌀겨나 맥주박 등 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직접 사료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도 보급됐다. 이를 통해 사료비를 적게는 10%에서 최대 40% 절감할 수 있어 맛있고 지속가능한 한우 생산의 기반이 되고 있다.
고기 품질의 핵심인 육즙 유지력(보수력)도 약 21% 증가해 구웠을 때 속살이 덜 마르고 육즙이 풍부하게 유지된다. 또한 정육률(살코기 비율)은 36.4%에서 38.8%로 상승했다. 등심의 지방 함량은 100g당 14.3g으로 늘어 마블링이 균일하게 퍼지며 입안에서 녹는 듯한 식감이 강화됐다.
색깔도 예전보다 밝고 선명한 붉은빛을 띠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한우색에 가까워졌다. 결국 한우의 품질 향상은 단순한 생산 기술의 진보를 넘어 우리가 식탁에서 체감하는 맛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고급육을 고를 때는 마블링(근내지방)과 고기 색깔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1++등급의 한우는 근내지방이 높고 지방이 하얗고 고기는 선명한 붉은빛을 띠어 식감과 풍미가 뛰어나다. 최근에는 정육점이나 온라인몰에서도 마블링 수준, 등급, 사육 정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 이 정보를 확인하면 품질 좋은 한우를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농진청은 ‘맛있고 환경에도 좋은 한우’를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출하 시기를 기존 30개월에서 28개월 이내로 단축하면 사료 절감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을 연간 약 18만톤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우 한 마리를 먹을 때에도 지속가능한 소비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거세비육우 표준체중’이 새로 조정돼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됐다. 향후 농가 보상금 산정 시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기준이 마련될 예정으로 한우 산업의 신뢰성과 형평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형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장은 “한우의 고급화는 지난 30여 년간 축산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 연구와 데이터가 실제 한우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축산물 고급화는 물론 비육 기간 단축, 탄소중립 실현 등 지속 가능한 축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