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향토음식 기반 간편식 5종 개발·내년 상품화 추진
경로당 급식 품평회 현장. 사진 = 제주도
[Cook&Chef = 허세인 기자] 제주도(도지사 오영훈)가 향토음식을 기반으로 한 경로당 급식용 간편식을 개발하며 고령층 식사 지원 체계에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반복되는 ‘80대 노인 밥 당번’ 문제를 해결하고, 조리 인력 부족과 안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이 첫발을 뗐다.
제주도는 8일 제주시 연동귀아랑경로당에서 ‘제미(濟味) 담은 간편식 경로당 급식 품평회’를 열고 돌문어고구마영양밥, 무고기볶음, 양파마늘종장아찌 등 향토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간편식 5종을 공개했다. 품평회에는 오영훈 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부정숙 향토음식 명인, 경로당 어르신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급식 메뉴를 시식하며 간편식의 활용성을 확인했다.
그동안 경로당 급식은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초고령사회 노인 대상 식사 지원 현황 및 과제」(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별 부식비 지원 격차가 크고, 상당수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직접 식사를 해결해야 해 영양 불균형과 안전 문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80대 노인이 조리 당번을 맡는 일이 빈번해 피로도와 위험이 컸다.
경로당 품평회 배식에 사용된 간편식 제품. 사진 = 제주도
이번에 개발된 간편식은 이러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대용량 밀키트·원팩·반조리 형태 등으로 구성돼 냉동 12개월, 냉장 60일 보관이 가능하며, 복잡한 손질 없이 조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함께 제공된다. 실제 품평회에서 경로당 회원 5명이 조리한 결과, 기존 3시간 걸리던 급식 준비가 1시간 이내로 단축됐다.
조리 부담 감소뿐 아니라 맛과 영양도 어르신들의 호응을 얻었다. 시식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제주 옛날 맛이 난다”,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있다”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김영숙 연동귀아랑경로당 회장은 “앞으로 경로당뿐 아니라 집에서도 활용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번 간편식은 제주도·제주경제통상진흥원·CJ프레시웨이·부정숙 제주향토음식 명인이 8개월간 협력해 개발한 성과다. 부 명인이 감저밥(고구마차조밥), 무말랭이지짐, 마농지, 돔베고기 등 제주 향토음식 14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시피 7종을 개발했고, CJ프레시웨이가 이를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급식용 메뉴 5종으로 구현했다. 지난 11월에는 대기업과 병원 단체급식소에 5,850식을 시범 공급해 맛과 품질을 검증받았다.
제주도는 이번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고령층 맞춤형 급식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제미 담은 간편식 시장 진출 지원사업’을 통해 본격 상품화가 추진되며, 최근 선정된 농식품부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구축사업’과 연계해 기술 기반 고령자 식사 모델 개발도 추진된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경로당 급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라며 “전통음식과 기술을 결합한 이번 간편식은 인력·안전 문제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어르신 식사는 건강과 공동체를 지키는 투자”라며 경로당 급식 혁신 의지를 밝혔다.
제주 향토음식 기반 간편식이 전국 경로당으로 확산될 경우, 어르신 건강과 지역사회 지속성을 높이는 동시에 제주 식품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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