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한국인의 진정한 후식은 밥이라는 말이 있다. 라면을 끓여도 마지막엔 밥을 말아 먹고 닭갈비를 먹어도 밥을 볶으며, 감자탕을 끓여도 남은 국물에 밥을 볶는다. 원재료와 양념이 고루 잘 섞인 양념이나 국물이 보이면 어김없이 밥을 떠올린다.
일본을 대표하는 메뉴이지만 한국의 ‘밥 후식’ 욕망을 채워주는 라멘집이 있다. 일본 후쿠오카 출신의 미쉐린 1스타 셰프, 니시무라 다카히토가 운영하는 ‘니시무라멘’이다. 일본에서 퓨전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그는 “더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민하다 후쿠오카에 라멘 전문점을 열었고 서울 연남동에 두 번째 라멘 전문점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5년, 니시무라멘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이름을 올렸다.
미쉐린은 이곳을 두고 “라멘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김 오일과 청양고추, 백김치 스타일의 쯔께모노 등 현지화를 통해 입체적인 맛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정통성과 프랑스식 조리의 정교함, 그리고 한국의 식재료가 한 그릇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난다는 점이 니시무라멘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니시무라멘의 라멘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방울도 빠지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직접 제면하는 면을 사용하는데, 전립분이 들어간 풍미 깊은 면과 얇은 스트레이트 면 두 가지다. 면은 메뉴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국물 아닌, 면을 먼저 먹어보라는 셰프의 권유처럼, 이곳의 라멘은 국물보다 ‘면’이 주인공이다.
매장은 하나의 큰 테이블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는 구조다. 오픈 키친은 놀라울 만큼 정갈하고, 따뜻한 조명과 절제된 인테리어 덕분에 차분한 분위기다.
시그니처 메뉴, 교카이파이탄과 부추시오라멘
니시무라멘을 대표하는 메뉴는 서울에서만 판매하는 교카이파이탄이다. 하루 동안 푹 끓인 닭뼈 육수에 김으로 만든 오일을 더한 라멘으로, 얇은 스트레이트 면이 사용된다. 하얀 눈과 같은 국물에 초록빛 비주얼이 처음엔 바질을 떠올리게 되지만, 한 입 떠먹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린다. 시원한 닭 육수 위로 김 오일의 바다 향과 감칠맛이 겹겹이 쌓이며, 담백한데 깊고, 이국적인데 편안한 맛을 만든다. 말린 파래김과 다진 쪽파를 올리브오일에 함께 끓여 완성한 김 오일은 독특한 풍미를 일으키는데 고소한 닭과 만나 여러 겹의 맛을 완성해낸다. “무조건 먹어야 하는 메뉴”라는 평이 과장이 아니다.
부추시오라멘은 가츠오, 말린 고등어, 멸치를 우린 맑은 육수에 부추 페스토를 곁들인다. 전립분 면의 고소함과 부추의 향이 어우러지며, 해장으로도 손색없는 깔끔한 한 그릇이 완성된다. 전통적인 시오라멘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프렌치 조리법으로 다듬은 부추 페스토가 더해져 이곳만의 특별한 맛을 남긴다.
마라탄탄멘은 얼큰하면서 시원한 국물로 맵싸한 마라향이 입맛을 당긴다. 모든 라멘에는 청양고추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섞은 특제 ‘辛(신) 청양오일’을 더할 수 있다. 한 스푼 넣는 순간, 국물의 깊이가 확 달라진다. 맵싸함이 올라오며 맛의 레이어가 살아난다.
라멘의 끝은 ‘솥밥으로 완성한 리소토’
니시무라멘에서 반드시 추가해야 할 메뉴는 갓 지은 솥밥이다. 주문 즉시 고시히카리쌀로 밥을 짓는데, 쌀알 하나하나가 탱글탱글하게 살아 있다. 일단 라멘의 면 먼저 먹고 新청양오일을 추가해 국물과 함께 면을 먹은 뒤 밥에 파르메산 치즈가루와 남은 라멘 국물을 넣어 비벼 먹는다. 리소토처럼 질감이 변하는데, 라멘이 이탈리아 요리로 변화하는 것이다. “라멘집에서 치즈밥이라니”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한 숟갈 뜨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국물맛이 이국적인 교카이파이탄과 더욱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가 많다. 면 요리는 뭔가 허한 느낌이 든다면, 식사할 때 밥은 필수인 사람이라면 더욱 좋아할 마무리다.
차슈를 더하고 싶다면 1,000원의 후지산 모리 차슈를 추천한다. 얇고 부드러운 차슈는 면과 하나처럼 어우러지는데, 라멘을 먹다 중간에 넣어 국물의 변화를 즐기기 좋다.
니시무라 셰프는 서울의 채소와 식재료에 매료돼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 재료의 90% 이상을 한국산으로 사용하고, 염도를 낮춰 한국의 식문화에 맞췄다. 백김치는 일본의 절임 방식과 프렌치 피클링 기법을 결합해 만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반찬이다.
여기에 닭칼국수와 삼계탕에서 영감을 받은 육수, 프렌치 기법으로 완성한 소스, 한국의 채소와 발효가 만나 이곳의 라멘은 “일본의 스튜를 먹는 느낌”이자 “평소 먹던 라멘과 전혀 다른데 계속 생각나는 맛”이다.
연남동의 조용한 골목에서 만나는 니시무라멘은 그저 라멘 한 그릇이 아니다. 면에 新청양오일과의 조합, 그리고 솥밥과 치즈와의 만남처럼 하나의 코스처럼 라멘 한 그릇의 여러 변화를 즐길 수 있다. 니시무라멘 연남본점은 월·화·목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금·토·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며 오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매주 수요일은 휴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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