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뼈 건강·뇌 기능에도 긍정적 영향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한국인의 부엌에서 ‘마늘’은 양념을 넘어 한식의 향과 맛을 결정하는 핵심 재료다. 김장철이면 산처럼 쌓이고, 볶음·찌개·국물 요리 어디에든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연구들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 무심히 사용해온 이 식재료가 실제로는 매우 강력한 건강 효과를 지닌 ‘과학적 슈퍼푸드’임을 확인시키고 있다.
고대 이집트부터 동의보감까지… 오래 전부터 인정된 약효
마늘은 오랜 세월 동안 인류의 질병 치료에 이용돼 왔다. 고대 이집트 기록에는 마늘이 감염병 치료와 체력 보강에 사용됐다는 내용이 등장하며, 1·2차 세계대전에서는 항생제가 부족할 때 대체 치료제로 쓰이기도 했다. 동양 의학서 본초강목과 동의보감 또한 마늘을 소화 촉진·살균·해독 작용을 기대할 수 있는 약재로 기록했다.
이 같은 전통적 인식은 현대 의학에서도 이어져 미국국립암연구소가 암 예방 효과가 있는 48개 식품 중 1순위로 마늘을 선정한 바 있다.
생마늘, 혈압·콜레스테롤 동시 개선… “부작용 거의 없어”
마늘의 효능은 현대에 들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 8월,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Nutrition에서 “생마늘 섭취가 심혈관 전반에 유익한 영향을 준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그동안 발표된 인체 대상 연구 중 신뢰도 높은 임상시험 12편과 관찰연구 10편을 엄격하게 선별해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생마늘을 꾸준히 먹은 집단에서 총콜레스테롤·중성지방은 감소, 반대로 HDL 콜레스테롤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혈압도 수축기와 이완기 모두 안정적으로 낮아지는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또한 혈액 내 항산화 효소가 활성화되고 섬유소 용해 기능이 강화되는 등 노화 억제와 혈전 위험 감소로 이어질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 4~35g 범위의 생마늘 섭취에서 뚜렷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평소 식단에서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찰연구에서는 생마늘을 즐겨 먹는 사람들에게서 간암·식도암 발생 위험이 낮아지고, 고혈압 전단계를 예방하는 효과까지 확인됐다. 인슐린 저항성 개선, 비알코올성 지방간 지표 안정화 등 대사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보였다.
왜 생마늘이 더 강력할까… ‘알리신’의 힘
생마늘이 ‘항암·항염증 식품’으로 꼽히는 이유는 알리신(Allicin) 성분 때문이다. 마늘을 으깨거나 자를 때 알린과 알리나아제가 만나 생성되는 이 성분은 강력한 살균 작용을 하며, 혈액 속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염증 반응을 낮춘다.
다만, 다진 뒤 즉시 익히면 알리신이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알리나아제는 열에 약한 효소라,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알리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마늘을 으깬 뒤 최소 10분은 둬야 항암 효과가 제대로 발현된다”며 “바로 가열하면 효능이 0%에 가깝게 떨어진다”고 조언한다. 반대로 익힌 마늘은 알리신은 줄지만, 노화 방지 물질인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가 증가하고 S알리시스테인 같은 발암 억제 성분이 더 많이 생성돼 또 다른 방식의 건강 효과를 낸다.
최근 영양학계는 마늘이 심혈관뿐 아니라 전신 건강을 지탱하는 데 중요한 식품이라고 평가한다. 전문 영양사들은 “마늘 속 항산화 성분이 체내 염증을 낮춰 각종 만성 질환 위험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실제로 마늘을 1년간 꾸준히 섭취한 여성들에서 산화 스트레스와 뼈 관련 지표가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골다공증 예방과도 연결된다.
신경 보호 효과도 주목된다. 국제 학술지 Experimental and Therapeutic Medicine은 마늘 속 특정 화합물이 신경염증을 줄이고 뇌세포 손상을 억제한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마늘 섭취가 장기적으로 알츠하이머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효능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생마늘은 자극이 강해 과민성대장증후군, 역류성 식도염, 위염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익힌 마늘이나 분말 형태가 더 적합하다.
익숙함 속에 묻혀 있던 마늘의 효능이 과학을 통해 다시 조명되고 있다. 간단한 식재료 하나가 몸 전체의 균형을 돕는다는 사실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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