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가 ‘국민 수산물’이 된 이유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긴 금어기가 끝나면, 바다는 가장 먼저 겨울의 신호를 내보낸다. 동해안 항구의 새벽 공기가 서늘해지고, 위판장 바닥에 물기가 번질 즈음, 사람들은 비로소 “대게가 돌아왔다”고 말한다. 대게는 매년 일정 기간 조업이 멈추는 수산물이다. 그래서 ‘제철’은 단순한 계절감이 아니라, 자원을 지키기 위해 기다려온 시간의 보상에 가깝다. 기다림 끝에 오른 대게 한 마리는 풍미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그 속살이 가진 영양의 구조, 조리했을 때의 소화 부담, 그리고 가족 밥상에서의 쓰임새까지. 대게는 겨울철 건강 식재료로서 단단한 이유를 갖고 있다.
살이 차오르는 계절의 대게는 단맛과 감칠맛이 또렷해지고, 입안에 남는 기름짐은 과하지 않다. 그래서 같은 해산물이라도 대게는 유독 “먹고 나서 편하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이 특성은 영양학적으로도 설명된다. 대게는 단백질 비중이 높은 편이면서 지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겨울철에 무거워지기 쉬운 식단을 가볍게 정돈해준다. 건강을 챙기면서도 식탁의 만족감을 놓치고 싶지 않은 주부 독자들이 대게를 반기는 이유다.
고단백·저지방, 그리고 회복을 돕는 타우린
대게를 건강식으로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짚이는 키워드는 고단백·저지방이다. 단백질은 근육과 면역 기능 유지에 필요한 기초 재료다. 겨울엔 활동량이 줄고 체온 유지에 에너지가 더 쓰이기 때문에, 양질의 단백질을 적당히 보충하는 식사가 중요해진다. 대게는 여기에서 꽤 좋은 선택지가 된다. 맛이 담백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소화 기능이 약한 노년층이나 회복기 식단을 고민하는 사람도 비교적 부담이 적다.
여기에 대게는 타우린을 갖고 있다. 타우린은 피로감이 잦은 계절에 관심이 높아지는 성분이다. 몸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고, 간 기능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알려져 있어 ‘겨울철 컨디션 관리’라는 관점에서 대게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다만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타우린은 조리 과정에서 국물로 빠져나가기 쉬워, 대게를 탕이나 찜으로 즐겼다면 국물까지 함께 먹는 편이 영양을 온전히 누리는 방법이 된다.
키토산·키틴을 ‘먹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
대게의 또 다른 강점은 껍질에 있다. 갑각류의 껍질 성분으로 알려진 키토산과 키틴은 면역·지질 대사 쪽과 연결해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식탁에서 중요한 건, ‘좋다더라’를 어떻게 생활 속 방식으로 바꾸느냐이다. 대게를 그냥 찌기만 해도 훌륭하지만, 껍질의 성분까지 챙기고 싶다면 탕으로 끓여 국물까지 즐기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껍질째 튀겨 먹는 방법도 거론되지만, 가정식으로 자주 하긴 쉽지 않다. 대신 찜을 먹고 남은 껍질로 진하게 우린 육수에 무와 대파를 더해 맑은 국을 끓이면, ‘대게 한 상자’를 더 길게, 더 알차게 쓰는 겨울 식재료의 미덕을 살릴 수 있다.
단,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키토산은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함께 따라붙는다. 특히 비타민 D 보충제를 복용 중인 골다공증 환자라면 과도한 섭취를 피하고, 섭취 타이밍을 분리하는 등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조절하는 편이 안전하다. 건강식은 늘 ‘나에게 맞는 방식’에서 완성된다.
‘천년의 맛’이 된 사연: 왕의 수라상에서 겨울 식탁까지
대게가 특별한 식재료로 자리 잡은 건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대게는 기록 속에서 귀한 음식으로 언급되어 왔다.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고 해서 붙었다는 이름의 유래는, 대게가 ‘크다’는 인상보다 ‘형태가 선명한 생물’이라는 사실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대게는 식재료로서 존재감이 뚜렷했고, 동해안에서 쉽게 만날 수 없던 시절엔 더더욱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 금어기라는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제철의 기다림과 산지 위판장에서 풍기는 긴장감, 첫 경매의 열기는 ‘자원과 품질을 지키는 과정’이 먹거리의 가치를 어떻게 올리는지를 보여준다. 대게가 ‘국민 수산물’이 된 건, 단지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제대로 지키고 제대로 즐기려는 사회적 합의가 쌓여왔기 때문이다.
집에서 더 맛있게, 더 건강하게
대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좋은 대게를 고르고, 손질과 찜 과정에서 살과 내장의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살아 있는 대게를 바로 찌면 다리가 떨어지거나 내장이 흐를 수 있어, 차가운 물에 잠시 두어 움직임을 가라앉힌 뒤 찌는 방식이 흔히 권해진다. 또한 찔 때는 배가 위로 오도록 뒤집어 놓으면 내장이 쏟아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술이나 맥주를 소량 넣어 비린 향을 누르는 방식도 집밥에서 유용한 팁이다.
맛과 영양을 함께 챙기고 싶다면, 찜으로 한 번 즐기고 남은 껍질로 맑은 탕을 끓여 국물까지 마무리하는 구성이 좋다. 한 번의 제철이 두 번의 건강식이 된다.
대게는 겨울이 주는 가장 ‘기분 좋은 단백질’이다. 살은 담백하고, 속은 편하며, 식탁에는 계절의 설렘이 오른다. 무엇보다 제철의 대게는 맛만이 아니라, 겨울철 건강을 설계하는 재료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기다렸던 만큼, 몸도 마음도 기꺼이 환영할 수 있는 수산물. 대게가 해마다 다시 ‘국민 수산물’로 돌아오는 이유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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