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혁신의 공존, 한국의 미(美)를 담아낼 두 가지 맛의 향연
셰프를 넘어 사회적 책임가로, 그의 철학이 담긴 한 그릇

[Cook&Chef = 이준민 기자]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를 통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한국계 미국인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한국명 이균)가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환영 만찬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요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음식을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활용해 온 그가 세계 정상들의 식탁 위에서 어떤 'K-푸드 외교'를 펼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정상들의 식탁에 오를 한식의 정수
에드워드 리 셰프는 롯데호텔 셰프팀과 협업하여 10월 28일 라한셀렉트 경주 대연회장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을 총괄한다. 그는 유튜브에 공개된 외교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만찬을 통해 진심으로 한국 음식과 한국 재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에게 이번 만찬은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K-푸드가 어떻게 세계적인 위상을 갖게 되었고, 다양한 문화를 하나로 묶는 힘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무대이다.
그는 "좋은 음식을 먹고 있을 땐 불편한 논쟁을 이어가기 어렵다"며 "좋은 음식은 사람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고 그것이 좋은 일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하며 음식의 외교적 힘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활동하며 미국 남부 요리에 한식의 정체성을 녹여온 그의 경험이 이번 APEC 만찬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기대를 모은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혁신의 레시피
에드워드 리 셰프가 이번 만찬에서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전통'과 '혁신'의 공존이다. 그는 "두 가지를 보여주고 싶다. 하나는 더 손댈 이유 없이 그 자체로 아름다운 전통 한국 음식이고, 둘째는 다른 요리 문화와 융화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세계적인 한국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의 요리 철학의 핵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흑백요리사'에서도 안정보다는 과감한 혁신을 택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혁신에 대해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혁신은 공허해진다. 미래를 말하려면 반드시 과거를 이해해야 하고, 과거와 연결되지 않은 미래는 무의미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잊힌 레시피나 식재료에서 영감을 얻어 현재의 기술로 재해석하는 그의 방식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진정한 혁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셰프의 사회적 책임, 자연을 향한 존중
에드워드 리 셰프의 활동은 단순히 레스토랑 주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비영리단체 ‘The LEE Initiative’를 통해 다양성·평등·지속가능한 외식산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이번 만찬 준비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음식을 만들려면 자연에서 많은 것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자연에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 속에서 지속가능한 미식의 방향을 고민하는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 APEC 만찬은 그의 요리 실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철학까지 함께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될 것이다.
그에게 음식은 "한국 문화와 나를 연결해주는 다리"이자 "예술이고, 이야기이며, 사랑과 존중"이다. 세계 정상들이 마주할 그의 접시 위에서 펼쳐질 한국 음식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담긴 깊은 철학이 성공적인 외교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Cook&Chef / 이준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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