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육회는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제철을 꼽자면 겨울이라는 데 이견이 많지 않다. 낮은 기온 덕분에 고기의 찰기와 식감이 더욱 또렷해지고, 신선함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광장시장 육회 골목에 자리한 부촌육회는 육회의 신선한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부촌육회는 1965년 ‘부촌식당’으로 문을 열었다. 1980년대부터 갈비탕과 함께 육회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손님들의 입맛에 맞춰 전라도식 고추장 육회에서 참기름과 배를 사용하는 서울식 육회로 방향을 바꿨다. 현재는 3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2017년부터 미쉐린 가이드 서울 빕 구르망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는 이곳에 대해 “광장시장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매일 아침 공급받는 신선한 국내산 쇠고기로 고소한 육회를 선보이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대표 메뉴는 한우 육회와 육회비빔밥이다. 육회는 힘줄을 깔끔하게 정리한 한우를 사용해 결이 곱고, 양념은 과하지 않다. 얇게 썬 배와 계란 노른자, 참기름이 더해져 고소함을 더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중심은 고기 본연의 맛이다.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럽게 풀리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육향이 살아난다. 테이블 위에 놓인 참기름에 한 번 더 찍어 먹으면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육회비빔밥은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따뜻한 밥 위에 육회와 나물, 배 채를 올려 비비면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잡힌 식사가 된다. 고소함과 산뜻함이 동시에 살아 있어 마무리 메뉴로도 좋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본으로 제공되는 소고기무국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진하게 우린 고기 육수에 큼직한 무가 들어가 있어, 한모금만 마셔도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몸이 사르르 녹는다.
육회낙지탕탕이는 부촌육회의 또 다른 인기 메뉴다. 주문이 들어오면 입구 수족관에서 낙지를 꺼내 즉석에서 손질해 육회와 섞는다. 쫄깃한 낙지와 부드러운 육회가 대비를 이루며, 감칠맛이 점층적으로 올라온다. 술안주로 찾는 손님이 많은 이유다. 오전 도축한 소고기를 저녁에 생으로 제공하는 육사시미는 워낙 금세 재고가 떨어져 ‘있을 때 먹어야 하는 메뉴’로 통한다.
테이블 간격이 넓지는 않고, 1인 1메뉴 주문 방침이 있다. 식사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제한돼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기는 힘들다.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테이블링 등록부터 해야 할 정도로 웨이팅은 기본이지만, 주문 후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빨라 체감 대기 시간은 길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도 높아 일본어와 영어가 오가는 풍경도 익숙하다.
실제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시장 음식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곳”, “육회 양념이 은은해 고기 맛이 잘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다.
부촌육회는 광장시장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육회라는 메뉴 하나로 9년간 미쉐린 가이드의 인정을 받았다. 제대로 된 육회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느긋함은 누리지 못하지만 맛 하나 만큼은 즐기고 싶다면 부촌육회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부촌육회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영업한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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