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현민 기자] 겨울이 깊어질수록 삼치는 살 속에 고소한 맛을 품기 시작한다. 차가운 바다에서 자란 삼치는 기름지면서도 무겁지 않은 풍미를 갖고 있어, 겨울철 식탁을 대표하는 생선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 왔다. 익숙한 구이 반찬으로만 기억되지만, 삼치는 영양과 역사, 그리고 지역의 조리법이 켜켜이 쌓여 있는 식재료다.
삼치는 지방이 많은 어종이지만, 그 지방의 성격이 다르다. 오메가-3 지방산인 EPA와 DHA가 풍부해 혈중 중성지방 감소와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D, 비타민 B군, 셀레늄 등 미량 영양소도 함께 들어 있다. 튀김보다 구이나 찜으로 조리하면 부담을 줄이면서도 풍미를 살릴 수 있다. 살결이 부드러워 어린이와 노년층 반찬으로도 오랫동안 소비돼 왔다.
삼치가 한국인의 식탁에 등장한 시기는 상당히 이르다. 조선 후기 어류 기록과 생활 자료에서 삼치는 남해와 동해 연안의 주요 어획물로 꾸준히 언급된다. 겨울철에 맛이 좋아지는 어종으로 분류되었고, 일부 상류층 식재료 목록에도 등장한다. 회유성이 강해 계절을 따라 이동했으며, 냉장 기술이 없던 시기에는 소금절임과 건조, 구이 형태로 주로 소비됐다. 해방 이후 냉장·냉동 유통이 보급되면서 사계절 식재료로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가장 익숙한 조리 방식은 소금구이다. 소금만 뿌려 천천히 구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진다. 삼치 특유의 단맛과 고소함이 자연스러운 소스가 되어 별다른 양념 없이도 맛이 완성된다. 간장이나 고추장을 사용하는 조림은 기름진 살을 양념이 잡아 주어 밥반찬으로 인기를 얻어 왔다. 신선도가 담보되는 지역에서는 숙성 회로도 소비되고, 저장을 위해 식해로 발효시키는 전통이 이어진다. 최근에는 레스토랑에서 껍질만 바삭하게 굽는 방식이나 오븐 조리 등 현대적인 해석도 시도되고 있다.
지역별로 삼치를 소비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부산과 경남에서는 숯불이나 석쇠에 구운 삼치가 대중적인 메뉴로 자리 잡았다. 포장마차 문화와 함께 성장한 삼치구이는 불향과 풍미가 어우러진 지역 대표 음식으로 인식된다. 전남과 제주에서는 겨울철 신선한 삼치를 회나 초절임으로 즐기며, 일부 지역에서는 건조와 훈연으로 저장성을 높인다. 동해안에서는 조림과 찌개가 발달해, 삼치의 풍부한 맛이 국물의 깊이를 더하는 재료로 활용된다.
지금 삼치를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건강한 지방을 지닌 생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속가능한 식재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삼치는 자연 회유 어종의 비중이 크고, 단백질과 지방의 균형이 좋아 현대인의 식단에도 무리가 없다.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조리되고 기억된 역사는 음식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삼치는 단순한 겨울 생선이 아니다. 계절이 만든 맛, 저장 기술의 변화, 불과 소금이 완성하는 조리의 미학이 함께 축적된 어종이다. 삼치는 여전히 한국 식문화의 한 장면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현재진행형의 시간을 이어 가고 있다.
Cook&Chef /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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