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으로, 볶아서, 껍질까지 활용하면 항산화·해독 보조 효과도 극대화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한국인 밥상에서 양파는 거의 매 끼니 등장하는 채소다. 국물 맛을 내는 기본 재료이자, 볶음·조림·절임 어디에나 들어가는 ‘숨은 주연’이다. 그러나 양파의 건강 효능을 들여다 보면, 단순한 조연으로 두기에는 아까운 수준이다. 혈압·혈당·혈관·장·뼈·간 기능, 심지어 성기능과 면역 반응까지 과학적으로 확인된 효과가 적지 않다. 영양제를 추가로 사지 않아도, 매일 양파 1/4~1/2개를 꾸준히 먹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건강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양파가 ‘혈관 청소부’로 불리는 이유
양파가 가장 강점을 보이는 영역은 단연 혈관 건강이다. 양파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 계열 항산화 물질 ‘퀘르세틴’은 혈관 벽을 보호하고,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는 것을 막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일부 해외 연구에서는 양파를 자주 먹는 사람에게서 수축기 혈압이 유의하게 떨어지고, 심혈관 질환 위험 지표가 개선된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혈중 지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퀘르세틴과 각종 폴리페놀, 유황화합물은 LDL(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HDL(좋은 콜레스테롤)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파나 양파껍질 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에서 동맥 경화와 관련된 만성 염증이 완화되고, 지방·콜레스테롤이 혈관 내벽에 쌓이는 것을 억제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양파 속 유황화합물(알릴계 화합물)은 인슐린 작용을 보조해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것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돼 있다. 여기에 인슐린 작용을 돕는 미량 무기질 크롬(크로뮴)도 들어 있어, 당대사가 불안정한 중·장년층에게는 부담 없이 식단에 포함시킬 수 있는 ‘혈관 친화 채소’로 평가된다.
항염·항암·면역까지… 전신을 지키는 항산화 네트워크
양파의 효능을 이야기할 때 항염·항산화를 빼놓을 수 없다. 퀘르세틴과 캠페롤, 안토시아닌(자색 양파), 유황화합물은 몸 곳곳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염증 반응을 낮추는 데 관여한다. 이 때문에 양파는 과거부터 전통 의학에서 염증성 질환과 감염성 질환에 자주 활용되어 왔다.
여러 역학 연구에서는 양파를 자주 먹는 집단에서 위암·대장암·전립선암 등의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알리신을 포함한 유황화합물이 발암물질의 형성을 억제하고, 손상된 세포가 악성으로 변하는 과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면역 분야에서도 양파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양파껍질 추출물을 세포나 동물에게 투여했을 때, 대식세포와 면역세포의 활성, 면역글로불린 수준이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실험 결과가 보고됐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에서도 양파껍질 추출물을 8주간 섭취한 그룹에서 감염성 질환 증상이 줄고, 스트레스와 피로감 지표가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장·뼈·간·뇌… 중장년에게 더 절실한 ‘가성비 건강식’
양파는 장 건강과 체중 관리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양파에는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는 이눌린을 포함한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이눌린은 대장에서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내 미생물 균형을 개선하고, 배변 활동을 도와 변비를 완화한다. 동시에 포만감을 높여 식사량 조절과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뼈 건강과 관련된 데이터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양파를 자주 섭취하는 폐경기 여성에서 골밀도 수치가 더 높고, 골반 골절 위험이 낮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항염·항산화 성분이 뼈를 갉아먹는 미세 염증을 줄이고, 칼슘 대사를 안정시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간과 해독 기능 역시 양파의 긍정적 영향을 받는다. 유황화합물과 항산화 물질은 간 해독 효소의 활성을 돕고, 지방과 독성 물질이 간세포에 과도하게 축적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과 함께 작용하면, 부종 완화·혈압 관리까지 한 번에 노릴 수 있다.
뇌 건강과 관련해서도 양파의 항산화·항염 효과는 간접적인 이점이 있다. 전신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는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혈관과 대사를 안정시키는 식단의 중심에 양파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으로, 볶아서, 껍질까지… 효과 높이는 섭취법과 주의점
양파의 효능을 제대로 누리려면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 우선 황화알릴에서 알리신으로 이어지는 유황화합물은 열에 약해, 70℃ 이상에서 오래 가열하면 상당 부분 파괴된다. 혈액순환 개선, 항균·항바이러스 효과를 노리고 싶다면 샐러드·생채·생양파 장아찌 등 ‘생에 가까운 형태’로 먹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생양파가 속쓰림이나 역류를 유발할 수 있어, 이 경우에는 가볍게 데치거나 볶아 자극을 줄이는 편이 좋다.
반대로 퀘르세틴과 다수의 폴리페놀은 열에 비교적 강하다. 기름에 함께 볶으면 흡수율이 오르고, 수분이 날아가면서 단맛도 살아난다. 양파를 결과 수직으로 썰어 잠시 공기 중에 두었다가(15~30분) 조리하면, 세포가 파괴되며 유황화합물이 더 활성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양파 껍질이다. 여러 실험에서 양파 중심부보다 바깥쪽, 특히 껍질에 퀘르세틴이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 있다는 결과가 반복됐다. 잘 마른 껍질에는 속살보다 수십 배 많은 플라보노이드가 축적돼 있다는 보고도 있다. 껍질을 직접 씹어 먹기는 어렵지만, 육수를 낼 때 껍질째 넣거나, 말려서 차·가루 형태로 활용하면 버려지던 부분까지 항산화 자원으로 쓸 수 있다. 다만 농약 잔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껍질을 사용할 땐 깨끗이 세척한 뒤 겉껍질과 그 다음 얇은 껍질까지 활용하는 편이 좋다.
양파는 값비싼 슈퍼푸드도, 복잡한 레시피가 필요한 재료도 아니다. 이미 우리의 밥상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제 역할을 해 온 채소다. 달리 말하면, 식탁 위 양파를 조금만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혈관·대사·면역·해독·성기능까지 한 번에 관리하는 ‘생활 처방’을 실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양제를 하나 더 살까 고민되는 날, 장바구니에 양파 한 망을 더 담는 선택이 어쩌면 더 확실하고, 더 오래 가는 투자일지 모른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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