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한 고전음악 연주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긴 음악적 축제
[Cook&Chef = 조용수 기자] 가을의 낮과 밤의 시간이 똑같다는 추분(秋分)인 9월 23일.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위치한 ‘파네시마복합문화공간’ 야외 잔디 정원에서는 음악을 사랑하는 지역주민 200여 명을 모시고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콘체르토 안티코 앙상블’의 ‘모두의 바로크’ 연주회를 개최했다.
전통 바로크 시대에 만들어진 유럽의 아름다운 음악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던 이번 ‘콘체르토 안티코 앙상블’의 ‘모두의 바로크’ 음악회에서는 리코더, 첼로, 그리고 하프시코드(고전 건반악기)가 어우러진 하모니가 잔디밭 곳곳에 자리한 테이블 사이 사이를 훑으며, 각자의 찻잔 속에 담겨져 관객들의 귀와 눈 그리고 마음속에 녹여졌다.
바로크 음악은 화려하고 부드러운 멜로디, 여러 악기가 서로 어울리는 복잡한 구조, 그리고 연주자가 곡마다 개성을 더할 수 있는 장식음이 특징이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각 곡마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다채로운 감정이 담겨 있어, 누구나 쉽게 바로크 음악의 매력을 즐길 수 있었다.
김재연이 연주하는 하프시코드의 화려한 음색의 아르페지오와 배기정이 잡아주는 묵직한 바로크첼로의 음률, 이윤숙의 손끝에서 조정되는 활의 여행에 따라 비올로네가 함께 만들어내는 깊은 저음 그리고 허영진이 가슴으로 전해주는 리코더의 맑고 밝은 선율, 끝으로 오선주가 토해내는 성악의 감정을 전하는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곡마다 들어 있는 독특한 꾸밈음(트릴, 턴 등)은 바로크 음악만의 특별한 매력으로 함께 자리한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가을 선물과도 같았다.
이번 음악회는 17~18세기 유럽의 바로크 음악 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해주었으며, 즉흥성과 장식음, 급격한 감정변화와 화려한 대위법, 그리고 통주저음을 기반으로 한 악곡들이 시대적 풍미와 예술적 깊이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유럽 궁정•교회의 화려함과 정서적 깊이를 함께 음미할 수 있는 뜻깊은 음악적 향연을 통해 바로크 음악의 환상적인 세계로 청중들의 귀를 사로잡았던 이번 공연에서는 헨델의 오페라 아리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골드베르크 아리아, 쿠프랭의 클라브생 명곡 등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바로크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바로크 음악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었으며, 또한 ‘파네시마복합문화공간’의 따뜻하고 열린 분위기에 걸맞게,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음악회는 단순한 고전음악 연주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적 축제였다. 바로크 음악의 화려하면서도 친숙한 선율은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고, 이미 알고 있는 관객에게는 깊은 감동을 다시 한번 전해주었다. 가을 저녁을 수놓은 리코더의 맑고 경쾌한 선율, 첼로와 비올로네의 따뜻한 저음, 하프시코드의 화려한 울림, 그리고 성악의 감동적인 아리아가 어우러져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와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이날 ‘파네시마복합문화공간’의 아늑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클래식 애호가는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다가와 즐길 수 있는 음악회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프로그램 및 작품 설명
* 게오르크 필립 텔레만(1681-1767) 리코더를 위한 소나타 C장조 Sonata in C major, TWV 41:C5 - 독일 바로크의 대표적 작곡가 텔레만의 리코더 소나타는 리코더의 밝고 화려한 테크닉이 돋보인다.
*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 오페라 '리날도'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 오페라 '세르세'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Ombra mai fu) - 바로크 오페라의 거장 헨델의 두 아리아는 격정적인 감정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독창적이고 낯익은 선율이 바로크 오페라 특유의 극적이고 서정적인 매력을 전달해 감동을 선사한다.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사장조 BWV 1007,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 - 바흐의 첼로 모음곡은 단일 악기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낸 작품이다. 명확한 리듬, 대위법적 구조, 즉흥적인 장식음 등 바로크 음악의 핵심이 담겨 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 역시 우아한 선율과 구조적 완성도가 돋보이며 하프시코드의 아름다운 음색이 돋보인다.
* 도메니코 가브리엘리(1651-1690) 소나타 1번 G장조 - 첼로 소나타의 원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자유로운 구성과 베이스(통주저음)의 역할이 강조된다. 초기 바로크 첼로 음악의 개척자로서 가브리엘리는 풍부한 감성과 명료한 선율을 펼친다.
* 프랑수와 쿠프랭(1663-1733) 신비한 바리케이드(Les Barricades Mystérieuses) - 프랑스 바로크 클라브생 음악의 대표작이다. 부드러운 리듬 변화와 신비로운 화성이 반복되며, 바로크적 장식과 유희적 요소를 극대화한다.
* 야코프 판 에이크(1590-1657) 잉글리시 나이팅게일(The English nightingale) - 리코더의 시적•자연적 묘사를 극대화한 작품. 즉흥적 장식음과 다양한 변주를 통해 바로크 시대의 즉흥성과 표현력, 기교적 연주가 선명히 드러난다.
*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 리코더와 첼로를 위한 트리오 소나타 RV86 - 이탈리아 바로크 협주곡의 전형. 역동적인 선율과 강한 대위법적 움직임, 개성 넘치는 변주가 반영되어 있다. 비발디 특유의 빠르고 생생한 리듬과 감각적 사운드는 바로크 시대 관현악의 발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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