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최근 글로벌 미식 담론에서 ‘감칠맛’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외식 매체와 셰프 인터뷰를 보면, 감칠맛은 ‘풍미의 깊이’를 설명하는 핵심 언어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요리 전문 매체 Eater는 셰프 인터뷰를 통해 “요리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요소는 지방이나 산미를 넘어, 균형 잡힌 감칠맛에 있다”는 흐름을 짚어냈다. 감칠맛은 특정 식문화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현대 요리를 설명하는 공통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Michelin Guide는 다양한 셰프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감칠맛을 “맛의 깊이뿐 아니라, 맛이 입안에 머무는 시간과 구조를 만드는 요소”로 설명한다. 이는 감칠맛이 단순한 미각의 범주를 넘어, 요리 전체를 설계하는 핵심 변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발효와 숙성, 식물성 식재료 중심의 요리가 확산되면서 감칠맛은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고기나 버터 없이도 깊은 풍미를 구현하려는 시도 속에서 버섯, 해조류, 발효 식재료는 필수적인 구성 요소가 되었고, 감칠맛은 ‘맛을 더하는 요소’가 아니라 ‘맛을 구성하는 구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감칠맛은 세계의 언어가 되었지만, 그것을 구조로 다루어온 경험은 한국 식문화 안에 오래전부터 축적되어 있었다.
감칠맛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과학적으로는 글루탐산(glutamate), 이노신산(inosinate), 구아닐산(guanylate)과 같은 성분에 의해 형성되며, 이는 다양한 식재료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된다.
서양 요리 역시 감칠맛을 오래전부터 활용해왔다. 장기 숙성 치즈, 앤초비, 육수, 건조 버섯 등은 대표적인 감칠맛 식재료다. 특히 치즈는 단백질이 분해되며 글루탐산 함량이 증가하고, 이는 강한 감칠맛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감칠맛은 대부분 ‘완성된 재료’ 혹은 ‘조리의 결과’로 나타난다. 특정 재료나 과정에서 생성된 풍미가 요리의 일부로 작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 식문화에서 감칠맛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것은 특정 재료에 국한되지 않고, 음식 전체를 구성하는 구조로 존재한다.
첫 번째는 발효다. 된장, 간장, 젓갈, 김치와 같은 발효 식품은 미생물의 작용을 통해 단백질이 분해되며 다양한 아미노산을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감칠맛은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단순한 조리 결과가 아니라 시간의 축적 속에서 만들어진다.
두 번째는 중첩이다. 한국 요리에서 감칠맛은 하나의 재료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시마의 글루탐산, 멸치의 이노신산, 젓갈에서 형성되는 핵산 성분이 서로 결합하며 맛의 강도를 증폭시킨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시너지 구조이며, 한국 요리의 깊이를 형성하는 핵심 방식이다.
세 번째는 일상화다. 감칠맛은 특정 요리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국과 찌개, 나물과 김치 등 일상 식단 전반에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이는 감칠맛이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식문화 전반에 내재된 기본 구조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의 사찰음식에서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찰음식은 육류와 강한 향신 채소를 배제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만들어야 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 과정에서 발효 식재료와 건조 식재료, 그리고 시간의 축적은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단순히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발효와 숙성을 통해 감칠맛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사용되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사찰음식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식물성 기반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찰음식은 하나의 대안적 미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감칠맛을 구현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최근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발효를 기반으로 한 한국 식문화의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장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시간과 환경,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감칠맛의 근간이며, 이는 한국 식문화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적 요소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감칠맛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감칠맛은 더 이상 특정 문화에 속한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어떻게 축적하며, 어떻게 음식 전체에 적용하는지는 문화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 식문화는 감칠맛을 ‘재료’가 아니라 ‘시간과 구조’로 다루어왔다. 발효를 통해 만들고, 여러 재료를 중첩하여 확장하며,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글로벌 미식이 직면한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지속가능성, 식물성 식단, 그리고 최소한의 조리로 최대의 풍미를 구현하려는 흐름 속에서 감칠맛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고, 한국의 식문화는 그 해법 중 하나를 이미 오래전부터 실천해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감칠맛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구조로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관점이다. 감칠맛을 특정 재료나 기술로 환원하는 접근이 아니라, 시간과 발효, 그리고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요구된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