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 한 잔, 내년엔 얼마일까

송미연 기자

cnc02@hnf.or.kr | 2026-08-26 16:49:24

주세 20% 감면 연말 종료… 500㎖ 1잔 세 부담 127원↑
500~1,000원 인상 예측… 업주는 가격·용량 두고 ‘고심’
생맥주 기계에서 시원한 생맥주가 잔에 담기고 있다. 올해 말 7년간 유지되어 온 생맥주 주세 20% 감면 혜택이 종료될 경우 내년부터 생맥주 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사진=언스플래시]

[Cook&Chef = 송미연 기자] 퇴근길 지친 마음을 달래주던 시원한 생맥주 한 잔. 내년에는 이 익숙한 한 잔이 지금보다 비싸질 수 있다. 7년간 이어진 생맥주 주세 감면 혜택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세금은 500㎖ 한 잔에 약 127원. 그런데 유통 현장과 호프집에서 거론되는 가격 인상 폭은 500원에서 많게는 1,000원이다. 세금은 127원 오르는데, 왜 생맥주 가격표는 그보다 크게 움직이는 걸까.

7년 만에 끝나는 감면… 잔당 127원 인상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6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올해 말 생맥주 주세 20% 감면 제도가 종료될 예정이다. 이 제도는 2020년 맥주 과세 방식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생맥주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후 두 차례 연장돼 7년간 이어졌지만, 정부는 제도 도입 목적이 충분히 달성됐다고 보고 추가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감면이 끝나면 생맥주 주세는 1㎘당 70만 8,500원에서 일반 맥주와 같은 88만 5,700원으로 오른다.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까지 더하면 20L 생맥주 한 통당 세 부담은 약 5,000원 늘어난다. 500㎖ 생맥주 한 잔으로 환산하면 약 127원이다. 숫자만 보면 큰 폭의 인상은 아니다.

세 부담은 5,000원, 가격은 유통 단계서 ‘증폭’

생맥주는 제조사에서 출고된 뒤 주류 도매업체를 거쳐 음식점과 호프집에 공급된다. 제조사가 늘어난 세 부담을 출고가격에 반영하면 도매업체 역시 납품가격을 조정해야 한다.

수도권의 한 주류 도매업체 관계자는 “20L 생맥주 한 통의 판매가는 7만 2,000원 정도로 책정돼 있지만 실제 이 가격으로 공급되는 업소는 많지 않다”며 거래 조건 등에 따라 납품가격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한 통 가격이 5,000원 오른다고 하면 저희도 5,000원만 올릴 수는 없다”며 “도매업체도 마진을 남겨야 하고 업주들도 다른 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어 판매가격이 500원이나 1,000원 단위로 조정될 가능성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거품이 가득 채워진 생맥주 잔. 세금 인상폭은 잔당 127원 수준이지만, 유통 과정과 원가 부담이 더해지면서 현장 판매가격은 500원에서 1,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사진=언스플래시]

올리자니 손님, 버티자니 원가

정작 가격표를 바꿔야 하는 맥주집의 계산은 더 복잡하다. 공급가격이나 원가가 오른다고 반드시 판매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500원, 1,000원의 차이에도 손님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의 온도 차는 뚜렷하다. 서울 을지로에서 18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 모 사장(60대)은 치솟는 원가 부담에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토로했다. 김 사장은 “물가는 올랐는데 가격은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며 “고깃값 같은 게 많이 올랐는데도 그대로 받고 있다. 안주를 팔면 마이너스가 나는 것들도 있다”며 “그동안 맥줏값을 올리지 않고 견뎌왔지만, 세금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고 전체적인 재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수제맥주 업장은 당장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노원구 미학맥주 이 모 대표(31)는 “몰트값을 비롯해 원가는 계속 올라 사실 진작 가격을 올렸어야 했다”면서도 “500원, 1,000원이 작아 보여도 막상 올리면 손님들이 바로 방어적으로 나온다. 비싸다고 안 사 먹으면 아예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올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 역시 제조사 생맥주를 공급받는 일반 호프집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봤다. 이 대표는 “잔을 따르고 아이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인건비 등을 계산하면 일반 호프집에서는 가격을 조정할 경우 500원이나 1,000원씩 오를 수 있다”며 “가격을 직접 올리기 부담스러운 업소들은 기존 400~500㎖ 잔을 330㎖로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5천 원이 ‘가벼운 한 잔’의 마지노선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홍 모(44) 씨는 회식 후 2차 자리나 퇴근길에 생맥주를 찾곤 한다. 홍 씨는 “4,000~5,000원 정도는 퇴근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잔 가격이 6,000원 안팎으로 오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홍 씨는 “2~3잔만 마셔도 맥줏값만 2만 원에 가까워지고, 여기에 안주값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커진다”며 “더 이상 가볍게 마시는 술로 느끼기 어려울 것 같다. 2차로 호프집을 가거나 밖에서 마시는 횟수를 줄이고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의 묶음 행사를 이용해 집에서 마실 것 같다”고 말했다.

업주가 쉽게 올리지 못하는 500원은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느끼게 하는 인상 폭으로 볼 수 있다. 세금은 한 잔에 127원 늘어나지만, 실제 가격이 500원이나 1,000원 단위로 오르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훨씬 커진다.

생맥주 가격의 변수, 이제 국회로

다만 생맥주 세금이 내년부터 실제로 오를지는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정부는 올해 말 생맥주 주세 20% 경감 제도를 종료하기로 했지만, 국회에서는 이를 계속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생맥주 주세 20% 경감의 일몰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단순히 감면 기간을 몇 년 더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몰기한 자체를 없애 현행 경감 세율을 계속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결국 지켜볼 시점은 정기국회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현행 세 부담이 유지되지만, 정부안대로 감면이 끝나면 내년부터 생맥주 500㎖ 한 잔당 약 127원의 세 부담이 추가된다. 그 부담을 제조사와 업주가 얼마나 흡수할지, 가격표에 얼마나 반영할지는 그다음 문제다. 퇴근길 생맥주 한 잔의 가격이 그대로 남을지, 500원 혹은 1,000원 더 오른 가격표를 마주하게 될지는 올해 국회의 감면 연장 여부에 달려 있다.

Cook&Chef / 송미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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