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혜의 우상향 숫자경영] (8) 1,000원

윤신혜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8-26 16:49:31

생수 1병 구입할 작은 돈이지만 모이면 큰 힘
고객이탈 두려움 속 음식값 인상은 생존 과정
천 원으로는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이 작은 돈처럼 보이는 1,000원이 이유 없이 당장 내 주머니에서 더 나가야 하는 돈이 된다면,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진 =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Cook&Chef = 윤신혜 칼럼니스트] “원재료 값이 올라 부득이하게 메뉴 가격을 1,000원 올립니다.” 

여기서 1,000원. 여러분에게는 어떻게 다가오는 금액인지 궁금합니다.

천 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편의점 생수 한 병 정도의 가격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돈처럼 보이는 1,000원이 이유 없이 당장 내 주머니에서 더 나가야 하는 돈이 된다면,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격 인상은 ‘살아남은’ 모든 사장님들의 숙제이자 숙명입니다. 창업 이후 수년이 흘러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면, 언젠가는 물가상승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가격을 올려야 하는 시기가 옵니다.

사업주가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가격 인상 자체가 고객에게 심리적 저항감을 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손님이 줄어 영업실적이 이전과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일정 부분 저항감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결론적으로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결단하고 빠르게 적용하는 것이 경영 측면에서는 더 필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브런치 매장 ‘쿳사 연희’는 올해로 8년 차입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가격인상을 해야 했기에, 이 결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첫 가격 인상을 할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당시 매장이 인기가 많고 잘되는 이유가 단지 낮은 가격 때문인 것만 같았기에, 가격을 올리면 지금의 대기줄이 끊어질 것 같은 불안이 비례했습니다. 심지어 매장 하루하루의 매출에 저 자신을 동일시하며 일희일비하던 시기였기에 더 두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가격 인상은 ‘살아남은’ 모든 사장님들의 숙제이자 숙명이다. 창업 이후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면, 언젠가는 물가상승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가격을 올려야 하는 시기가 온다. 사진 = 윤신혜 칼럼니스트

그렇게 두렵다는 이유로 버티다 보니 ‘남는 것은 없는’ 시간이 길어졌고, 결국 경영 악화로까지 이어져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대기 줄은 1시간을 넘어가는데 현금흐름은 늘 빠듯했고, 각종 비용에 허덕여야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끌었고 결국 그렇게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마음으로 가격을 올렸던 첫 달,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무색할 만큼 상황은 빠르게 나아졌습니다. 단 1,000원의 인상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하면 과장이지만, 이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었습니다. (실제 당시에는 1,000원도 아닌 몇백 원 인상이었음에도 운영 측면의 효과는 상당했습니다.)

언뜻 보면 1,000원은 큰 차이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숫자로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쿳사’에는 연간 5만 명 이상이 방문합니다. 5만 명에 1,000원을 대입하면 동그라미 ‘넷’에, 곱하기 ‘오’가 더해져 5천만원입니다. (여기에서는 세금이나 기타 부대비용은 논외로 두겠습니다)

5천만원이면 높은 근무 강도를 인건비 추가 투입으로 완화할 수 있고, 원재료비를 더 투자해 퀄리티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회계상 늘 막혀 있던 지점을 풀어주는 생명수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천 원이라는 생수 한 병 정도의 ‘작은 금액’이 반복되자, 값비싼 마케팅이나 거창한 운영전략보다 더 큰 역할을 하게 된 셈입니다.

물론 가격인상이라는 최후의 보루에 도달하기 전에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여러 운영 전략을 선행해볼 수 있습니다. 그 또한 좋습니다. 결국 골자는 매장 내에서 가능한 매출을 더 상승시킬 수 있는 작은 요소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아야 하며, 경기와 같은 외부 상황으로 인한 여파가 있을 때 골몰하게 고민할 시간에 빠른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경영에서 숫자가 무서운 이유는 큰 숫자 때문이 아닙니다. 작은 숫자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1,000원이라는 숫자는 하나의 가격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원가, 서비스, 퀄리티, 고객 경험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그중 하나만 바뀌어도 1,000원은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숫자입니다.

가격 인상은 단순히 사업주의 주머니를 더 여유롭게 하려는 결단은 아닙니다. 먼저 매장이 생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생존과 직결된 판단이라면 과감하게 결정을 내려야 1년 뒤, 5년 뒤, 10년 뒤에도 우리는 현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작은 1,000원을 두려워해 큰 생존을 놓치지 않는 것, 어렵지만 해 볼 법한 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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