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노트] 단감 속 검은 점은 상한 걸까?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 2026-10-21 16:00:41
무름·이취·곰팡이는 잘 살펴 확인해야
[Cook&Chef = 송자은 기자] 가을 단감을 자르다 보면 주황빛 과육 사이로 깨알 같은 검은 점을 발견할 때가 있다. 겉은 멀쩡했는데 속이 검으니 상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지만, 과육이 단단하고 냄새가 정상이라면 반드시 부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일부 단감에서 나타나는 갈색 반점은 씨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떫은맛 성분인 탄닌이 물에 녹지 않는 형태로 변하며 생긴 흔적일 수 있다. 단감이 떫은맛을 내려놓는 과정이 과육에 작은 점박이 무늬로 남은 셈이다.
씨 주변에 생긴 검은 점, 탄닌과 관련 있다
농촌진흥청 농사로에 따르면 감은 떫은맛이 사라지는 방식과 종자 형성의 영향을 받는 정도에 따라 완전단감과 불완전단감 등으로 나뉜다. 부유와 차랑, 상서조생 등은 씨가 맺혔는지와 관계없이 단맛이 나는 완전단감에 속한다. 반면 서촌조생과 선사환 등 일부 불완전단감은 씨가 만들어진 주변에 갈색 반점이 나타날 수 있다.
갈색 반점은 감의 떫은맛과도 연결돼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감의 떫은맛은 탄닌 성분에서 나온다. 물에 녹는 상태의 탄닌은 입안에서 강한 떫은맛을 내지만, 감 속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와 결합해 물에 녹지 않는 형태가 되면 떫은맛이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탄닌 성분이 뭉쳐 씨 주변의 과육이 갈색이나 검은색을 띨 수 있다. 검은 점이 비교적 고르게 퍼져 있고 과육이 단단하다면 품종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특징일 가능성이 크다. 맛과 향에 이상이 없다면 검은 부분까지 함께 먹어도 된다.
다만 검은색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같은 현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검은 부위가 물에 젖은 것처럼 넓게 번져 있거나 과육이 손가락만 닿아도 쉽게 무너진다면 신선도가 떨어졌을 수 있다. 즙이 새고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꼭지 주변에 곰팡이가 보일 때도 섭취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정상적인 갈색 반점은 과육의 단단함과 향이 유지되는 반면, 부패한 감은 무름과 이취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면의 색만 보기보다 촉감과 냄새, 곰팡이 유무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단감은 아삭하고, 홍시는 부드럽고
단감과 홍시는 모두 감이지만 맛과 식감이 달라지는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단감은 과육이 단단한 상태에서도 수용성 탄닌이 적거나 불용화돼 바로 먹을 수 있다. 반면 홍시는 주로 떫은감이 충분히 익으며 과육이 부드러워지고, 탄닌이 물에 녹지 않는 형태로 변해 떫은맛이 사라진 것이다.
단감은 씹을수록 아삭한 식감과 산뜻한 단맛이 살아난다. 홍시는 과육이 젤리처럼 부드러워 입안에서 단맛이 빠르게 퍼진다. 다만 홍시가 단감보다 무조건 당이 많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품종과 크기, 숙성 정도에 따라 영양성분이 달라지고, 과육이 부드러워지면서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식감과 활용법을 기준으로 선택하면 쉽다. 단감은 그대로 먹거나 샐러드와 무침, 깍두기처럼 씹는 맛을 살리는 요리에 어울린다. 홍시는 얼려 셔벗처럼 먹거나 요구르트와 섞어 소스와 스무디로 활용하기 좋다. 치아가 약해 단단한 과일을 먹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부드러운 홍시가 한결 편하다.
달콤한 과육에 식이섬유와 비타민 C까지
단감은 단맛뿐 아니라 식이섬유와 비타민 C, 칼륨, 베타카로틴 등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과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K-FIND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생단감 100g의 열량은 57㎉다. 같은 양에 식이섬유는 1.9g, 비타민 C는 약 29mg, 칼륨은 157mg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도 함유돼 있다. 다만 실제 함량은 품종과 재배 조건, 숙성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식이섬유는 원활한 배변과 포만감 유지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C는 항산화 작용을 하며 콜라겐 생성과 식물성 철분 흡수에 관여한다. 베타카로틴을 비롯한 카로티노이드 계열 성분은 단감의 주황색을 만들고, 일부는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정상적인 시각 기능과 피부·점막 유지에 이용된다.
다만 단감 한두 개가 특정 질환을 예방하거나 면역력을 곧바로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단감의 영양적 장점은 여러 과일과 채소를 고르게 먹는 식단 안에서 의미가 있다.
달콤한 과일인 만큼 양도 살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서 생단감 100g의 당류는 약 11g으로 제시된다. 제철 과일이라도 큰 단감을 한꺼번에 여러 개 먹으면 당류와 열량 섭취가 늘 수 있다. 간식으로 적당량을 덜어 천천히 씹어 먹는 편이 좋다. 수분이 줄어 단맛이 농축된 감말랭이나 설탕을 더한 감잼은 생단감과 구분해 섭취해야 한다.
고려시대 문헌에 등장한 오래된 가을 과일
감은 오랫동안 우리 식탁을 지켜온 과일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국내 문헌에서는 고려시대 의서인 『향약구급방』에 감이 처음 등장한다. 조선 초기에는 경상도 고령에서 감나무를 재배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감은 생과뿐 아니라 홍시와 곶감으로 저장돼 겨울 간식과 식량 역할을 했다. 수정과와 곶감쌈, 감식초 등으로도 활용되며 우리 음식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오늘날 단감은 후식에 머물지 않는다. 얇게 썬 단감에 어린잎채소와 견과류, 치즈를 곁들이면 산뜻한 샐러드가 된다. 무나 배 대신 채 썬 단감을 고춧가루와 식초에 가볍게 무치면 단맛을 많이 더하지 않아도 새콤달콤한 반찬을 만들 수 있다. 너무 익어 아삭함이 줄어든 단감은 갈아서 고기 양념이나 드레싱에 넣으면 자연스러운 단맛을 낼 수 있다.
좋은 단감은 껍질색이 고르고 윤기가 나며 손으로 잡았을 때 단단하다. 농촌진흥청은 꼭지와 과실 사이에 틈이 없이 붙어 있고, 표면에 얼룩이 적은 것을 고르도록 안내한다.
단감은 따뜻한 곳에 두면 과육이 빠르게 물러진다. 농촌진흥청 농사로에 따르면 비닐봉지 등에 밀봉해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는 씻지 않은 단감을 밀폐용기나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 채소칸에 두고, 자른 감은 단면이 마르지 않도록 밀봉해 빨리 먹는다.
10월 하순은 부유와 차랑 같은 만생종 단감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때다. 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중생종은 10월 상순부터 하순까지, 만생종은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시장에 나온다. 지금이 아삭한 단감을 즐기기 좋은 시기인 셈이다.
단감을 잘랐을 때 검은 점이 보인다면 색만 보고 서둘러 버릴 필요는 없다. 씨 주변에 점이 고르게 생겼는지, 과육은 단단한지, 이상한 냄새와 곰팡이는 없는지 차례로 확인하자. 작은 검은 점은 감이 상했다는 경고가 아니라, 떫은맛을 단맛으로 바꿔온 과정이 남긴 흔적일 수 있다.
Cook&Chef /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