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매운맛'의 새 기준 열린다… 한양대, '생리반응 기반 매운맛 측정 기술'

조서율 기자

cnc02@hnf.or.kr | 2025-11-28 23:36:42

매운맛 계량 시대 도래… K-푸드 글로벌 전략·제품 개발·품질관리 전반에 혁신 예고
맞춤형 매운맛 시장까지 열리나… 개인화 식품 트렌드 가속 기대
매운맛 수용체의 생리반응을 기반으로 한 매운맛 정량화 기술. 사진=한양대 의과대학 연구팀

[Cook&Chef = 조서율 기자]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생리반응 기반 매운맛 정량화 기술’을 개발하면서, 식품 산업계가 오랫동안 겪어온 객관적 매운맛 표준의 부재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K-매운맛의 대명사인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기존 스코빌 척도의 주관성, HPLC 분석의 체감 매운맛 반영 한계, 그리고 개인차로 인한 재현성 부족은 여전히 산업계의 난제다.

연구팀이 이번에 제시한 기술의 핵심은 매운맛 수용체(TRPV1)의 실제 생리 반응을 수치화해 매운맛을 평가하는 데 있다. 캡사이신 농도 변화에 따른 신경세포 반응과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5단계 생체 기반 매운맛 등급을 만들었고, TRPV1의 반응을 전기 신호로 읽어내는 나노바이오센서를 통해 사람의 개인차와 무관한 객관적 측정이 가능해졌다. 복잡한 기술 내용 가운데서도 중요한 점은 매운맛을 과학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 기술이 식품 산업에 가져올 변화는 상당하다. 우선 제조 과정에서 원료와 제품의 매운맛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품질공정(QC) 표준화가 가능해진다. 이제 기업들은 배치 간 편차를 줄이고, 국내외 시장 맞춤형 매운맛 조절을 보다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이는 특히 국가별 매운맛 선호도가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간이형 센서나 산업용 장비로 확장될 경우, 외식·배달 업계에서 객관적 매운맛 라벨링이 가능해지고, 소비자의 경험 편차를 줄여 브랜드 신뢰도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개인의 매운맛 민감도를 측정해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 매운맛 식품’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공동 제1저자인 유승원(의대)·김민우(디지털의료융합대학원) 학생은 “매운맛을 생리학적 반응이라는 과학적 언어로 해석한 첫 연구”라고 설명했으며, 정승준·장용우 교수는 “통증·체온조절 등 다른 감각 연구로도 확장 가능한 기반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매운맛이라는 감각적 요소를 과학의 언어로 표준화하려는 첫 성과로, 향후 K-푸드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더욱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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