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고령사회 한국의 국민 과일, '딸기'가 몸 속에서 하는 일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1-29 00:14:49
65세 이상 인지 기능·혈압 개선까지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겨울 과일 코너를 장식하는 대표 주자는 단연 딸기다. 한때 ‘황후의 과일’로 불리던 이 붉은 열매는 이제 카페의 시즌 메뉴를 넘어, 고령사회가 된 한국에서 다시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비타민 C가 많다”는 수준을 넘어서, 뇌 건강·심혈관·피부·염증 조절까지 효능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잇따르면서다. 최근에는 ICT 기반 스마트팜에서 본격적으로 재배되는 주요 품목이 될 만큼 산업적 가치도 커졌다. 그렇다면 겨울철 국민 과일로 자리 잡은 딸기가 우리 몸에서 실제로 하는 일은 무엇일까.
붉은 색 안에 숨은 항산화 네트워크
딸기가 ‘겨울 면역 과일’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비타민 C 함량 때문이다. 품종과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00g당 약 60mg 안팎의 비타민 C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몬보다 많고, 사과의 10배 수준이다. 성인 기준 하루 권장량을 딸기 5~6알이면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타민 C는 감기 등 감염성 질환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고, 피부에서 멜라닌 색소가 쌓이는 것을 억제해 기미·주근깨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딸기의 붉은 색을 만들어내는 안토시아닌 역시 중요한 항산화 성분이다.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을 줄여 전신 노화를 늦추고, 눈의 망막을 보호해 시력 유지와 눈 피로 완화에 도움을 준다. 하루 대부분을 화면을 보며 보내는 현대인에게 의미 있는 지점이다. 여기에 엘라지탄닌, 엘라직산 등 다양한 폴리페놀 계열 성분이 더해지면서 딸기 한 알은 작은 항산화 ‘팩’처럼 작용한다.
피부 건강 측면에서도 딸기의 존재감은 크다. 비타민 C와 폴리페놀은 자외선으로 인한 콜라겐 분해를 억제하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관여한다. 겨울철 건조한 환경 속에서도 피부 탄력을 유지하려는 이들에게 딸기가 ‘디저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혈관·혈압·혈당… 심혈관계가 반기는 겨울 과일
딸기는 심혈관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유리한 선택지다. 우선 칼륨이 풍부해 짠 음식을 자주 먹는 한국인의 나트륨 과잉 섭취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촉진해 혈압 조절을 돕고, 전반적인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식이섬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딸기에 포함된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 속에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과 결합해 배출을 촉진하고, 혈중 지질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메틸살리실산, 피세틴 등 딸기 특유의 성분은 염증 반응을 줄이고, 당뇨병 합병증과 같은 대사성 질환 리스크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붉은 과일을 자주 먹는 사람에서 심혈관 질환 지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여러 관찰 연구의 배경에는 이런 성분 조합이 깔려 있다.
열량이 낮다는 점도 강점이다. 딸기 100g의 열량은 27~34kcal 수준에 불과하다.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빨리 주기 때문에, 식사 전후 가벼운 간식으로 활용하면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단, 과하게 섭취할 경우 과당 섭취량이 늘 수 있어 적정량을 꾸준히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65세 이상 고령층, 뇌와 혈관을 동시에 노리는 ‘현명한 선택’
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딸기 연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뇌 건강’이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65세 이상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8주간 딸기 음료를 섭취하게 한 결과, 인지 처리 속도와 항산화 능력이 향상되고 수축기 혈압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중성지방 수치는 대조군에서 증가했지만, 딸기를 섭취한 그룹에서는 유의미한 악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딸기에 풍부한 폴리페놀·안토시아닌·엘라지탄닌 등이 뇌의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인지 기능과 혈관 기능을 동시에 개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 기간이 짧고, 대상자가 ‘이미 비교적 건강한 노년층’에 한정돼 있다는 한계도 함께 제시됐다. 그럼에도 “고령층이 일상 식단에서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과일 하나가 인지 기능과 심혈관 지표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된다.
이보다 앞서 발표된 여러 연구에서도 베리류, 특히 딸기를 꾸준히 섭취한 집단에서 기억력·집중력 지표가 개선되고 우울감이 줄어드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다. 단일 식품이 치매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뇌와 혈관 건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50~60대에게 딸기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식재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제대로 고르고, 제대로 씻고, 제대로 보관해야 ‘효능’도 유지된다
효능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고르기·세척·보관 과정도 중요하다. 우선 신선한 딸기는 전체적으로 색이 고르고 진한 붉은빛을 띠며, 표면에 윤기가 난다. 꼭지가 선명한 초록색으로 살아 있고 단단히 붙어 있는지, 곰팡이나 짓무른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크기가 지나치게 크기보다는, 적당한 크기에 모양이 균형 잡힌 것이 맛과 식감이 좋은 편이다.
세척은 ‘먹기 직전’이 원칙이다. 딸기는 수분과 습도에 약해 미리 씻어 두면 금세 물러지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먼저 꼭지를 제거한 뒤, 소량의 소금·식초·베이킹소다를 푼 찬물에 짧게 담가 오염 물질을 떨어뜨리고, 이후 흐르는 물에 1~2회 가볍게 헹구는 정도면 충분하다. 비타민 C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세척 시간을 과하게 늘리면 영양 손실이 커질 수 있다.
보관 시에는 세척하지 않은 상태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또는 김치냉장고에 두는 것이 좋다. 이미 물러진 딸기는 잼이나 소스로 활용할 수 있지만, 곰팡이가 핀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포자까지 깊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어 섭취를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스마트팜 온실에서 설향과 금실이 자라나는 지금, 딸기는 더 이상 계절 한정 사치품이 아니다. 고령층의 인지 기능과 혈압, 중년층의 심혈관과 체중 관리, 젊은 세대의 피부·피로·눈 건강까지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드물게 ‘범세대형’ 건강 과일이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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