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에서 즐기는 은어 소금구이와 불꽃축제
이승우 기자
cnc02@hnf.or.kr | 2026-08-07 15:08:55
10월10일 밤 1만발의 불꽃이 사가미강(江) 수면을 장식
[Cook&Chef = 이승우 기자] 여행의 궤적은 종종 거시(巨視)에서 미시(微視)로 향한다고들 한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화려한 대도시를 먼저 겪고 난 뒤, 점차 지도 위 작은 점에 불과한 소도시의 골목을 탐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궤적은 정반대였다. 우연히도 다니던 대학의 캠퍼스가 가나가와현의 소도시, 아쓰기(厚木)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의 일본 유학 생활은 미시적인 곳에서부터 닻을 올릴 수 있었다. 훗날 도쿄 도심으로 적을 옮겨 수년간 화려한 메트로폴리탄의 삶을 겪어냈지만, 기묘하게도 돌이켜보면 뇌리에 가장 깊게 박힌 미식의 기억은 번쩍이는 도쿄의 야경이 아닌 매캐한 숯불 연기가 피어오르던 작은 공업 도시 아쓰기의 여름밤이었다.
산업의 활기와 천혜의 자연이 묘하게 공존하는 도시
아쓰기는 닛산 자동차의 거대한 테크니컬 센터를 비롯해 굵직한 공단과 연구소들이 밀집한 전형적인 비즈니스·공업 도시의 얼굴을 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활기찬 회색빛 공업도시의 인프라 이면에는 반전의 매력이 숨어 있다. 바로 그 잿빛 공단과 도심을 관통하며 유유히 흐르는 맑고 투명한 사가미강(相模川)이다.
산업의 거친 숨결과 맑은 강줄기가 묘하게 공존하는 이 도시는 원래 매년 8월 초가 되면 '아쓰기 아유 마츠리(厚木あゆまつり)'라는 이름 아래 가장 뜨겁고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곤 했다. 시원한 실내를 벗어나 거대한 숯불이 뿜어내는 열기 가득한 강변으로 기꺼이 향하는, 진정한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축제가 열렸던 것이다.
여름의 전령사 은어, 숯불과 장인의 기술이 빚어낸 미식
사가미강은 예로부터 은어(아유) 낚시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맑은 물의 이끼만 먹고 자라 특유의 은은한 수박 향을 품고 있는 은어는 일본에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제철 식재료다. 마츠리의 진정한 주인공 역시 강변을 따라 끝없이 늘어선 야타이(포장마차)에서 뿜어내는 '은어 소금구이(아유노 시오야키)'의 매캐한 연기다.
이곳의 은어구이는 단순히 생선을 굽는 행위를 넘어선 하나의 시각적 퍼포먼스다. 꼬챙이에 은어를 물결 모양으로 꿰어(쿠네리구시) 마치 불 속을 헤엄치는 듯한 생동감을 연출하고, 지느러미가 타지 않도록 소금을 두껍게 덧발라(케쇼지오) 화로 주변에 둥글게 꽂아 굽는다. 숯불의 복사열로 천천히 구워낸 은어는 겉은 기분 좋게 바삭하고 속은 솜사탕처럼 촉촉하다. 입안 가득 번지는 고소한 지방의 풍미와 짭조름한 소금 결정의 조화는 찌는 듯한 야타이의 열기마저 잊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기후 위기가 바꾼 축제의 계절, 오히려 뜻밖의 기회가 되다
얼굴이 후끈거리는 숯불 열기를 견디며 갓 구워낸 뜨거운 은어를 한 입 베어 물고, 아쓰기의 맑은 자연 속에서 차갑고 신선한 생맥주를 연거푸 들이켤 때의 쾌감. 몸속 깊은 곳에 맺혀있던 불쾌지수를 단숨에 증발시켜 주던 이 강렬한 감각을 기대하고 올여름 아쓰기를 찾는다면, 아쉽게도 텅 빈 사가미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수십 년간 8월 한여름 밤을 밝혔던 지역 최대의 축제가 기후 위기와 역대급 폭염의 여파로 2026년 올해는 10월 10일(토)부터 11일(일)까지 양일간 개최되는 것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외식업계의 식재료 수급 달력이 흔들리듯 지역 미식 축제의 '제철' 역시 가을로 밀려났지만, 여행객의 입장에서 이 이례적인 '지각변동'은 오히려 뜻밖의 기회다. 통상적으로 8월이 되면 당해 연도의 여름 마츠리를 즐기기 위한 항공권과 숙소 예약은 이미 꽉 차 있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가을에 열리는 한여름의 축제' 덕분에, 지금 당장 도쿄행 티켓을 검색하고 계획을 세워도 결코 늦지 않았다.
비록 무시아쓰이(무더위) 대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겠지만, 화로 앞의 짭조름한 은어구이와 사가미강 수면 위로 쏟아지는 1만 발의 대형 하나비(10월 10일 실시)가 선사하는 로컬 미식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화려한 대도시의 매끄러운 미식도 훌륭하지만, 진짜 로컬의 맛과 낭만은 결국 이토록 펄떡이는 소도시의 현장에 있다. 올 10월, 아직 늦지 않은 이 특별한 축제의 현장으로 기꺼이 발걸음을 옮겨 보길 권한다. 가장 강렬한 미식의 기억은 종종, 지도 위의 가장 작은 점 위에서 시작되기도 하니까.
Cook&Chef / 이승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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