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이블] <논나> 할머니의 레시피, 고향을 차리는 식당

조소현 기자

cnc02@hnf.or.kr | 2026-10-15 15:59:02

실화를 담은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식당 이야기
시칠리아와 볼로냐, 이탈리아 가정식
영화 <논나>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TUDUM

[Cook&Chef = 조소현 기자] 넷플릭스 영화 <논나(Nonnas)>는 실화를 바탕으로 저마다의 요리 철학과 개성을 지닌 할머니들과 식당을 열려는 조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탈리아어로 할머니를 뜻하는 ‘논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음식에 담긴 가족의 기억과 이민자들의 삶, 그리고 한 식당을 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조 스카라벨라(빈스 본 역)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를 기리기 위해 이탈리아 식당을 열기로 마음 먹는다. 그의 어린 시절은 이탈리아에 뿌리를 둔 음식이 함께했다.

영화 <논나>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TUDUM

어머니가 오랜 시간 끓여 만든 고기 소스 ‘선데이 그레이비(Sunday Gravy)’와 '라자냐'가 식탁에 올랐고, 가족과 이웃들은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고 춤을 췄다. 설탕을 묻힌 이탈리아식 도넛 ‘제폴레(Zeppole)’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하던 즐거운 기억도 남아있다.

영화 <논나>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TUDUM

평범한 직장인이던 조는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뉴욕에 사는 이탈리아계 할머니들과 의기투합한다. 어머니의 오랜 친구이자 시칠리아 출신인 '로베르타(로레인 브라코 역)'는 고향의 전통 요리와 조리법에 강한 자부심을 지닌 인물이다. 볼로냐 출신 '안토넬라(브렌다 바카로 역)'는 직설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고향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르다. 전직 수녀인 '테레사(탈리아 샤이어 역)'는 두 사람의 거센 기싸움 사이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어머니의 오랜 친구였던 미용사 '지아(수전 서랜던 역)'가 합류해 베이킹 실력과 주방에 달콤한 활기를 더한다.

영화 <논나>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TUDUM

할머니들이 함께 메뉴를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시칠리아 출신 로베르타는 아몬드를 넣은 시칠리아식 페스토 소스 ‘페스토 알라 트라파네제(Pesto alla Trapanese)’를 만든다. 볼로냐 출신 안토넬라는 이를 비웃으며 자기 고향의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Parmigiano Reggiano)'를 자랑한다. 로베르타는 시칠리아의 카놀리를 언급하며 맞받아친다. 서로 고향 동네의 음식이야말로 진짜 이탈리아 요리라며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1861년에야 비로소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었고, 그 전까지는 오랜 세월 수많은 독립된 도시국가와 공국들로 나뉘어 있었다. 또, 남북으로 긴 지형과 다양한 자연환경 탓에 각 지역마다 고유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발전시켜 왔으며, 음식은 지역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파르미자노 레자노'와 '카놀리'. 이탈리아 지역의 식문화 차이를 보여주는 음식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북부의 볼로냐는 파스타와 육류 요리, 파르미자노 레자노를 비롯한 치즈 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지중해의 섬 시칠리아는 아랍을 비롯한 여러 문화의 영향을 받은 요리 전통을 지녔으며, 아몬드를 활용한 음식과 달콤한 리코타 치즈를 채운 디저트 카놀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영화 속 할머니들의 대립을 이해하는 단서다. 각자의 고향에서 익힌 요리법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오랜 세월 이어온 생활 방식과 가족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영화 <논나>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TUDUM

두 사람은 투닥거리다 안토넬라가 토마토를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서로에게 음식을 던지며 싸운다. 주방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급기야 오븐에 불이 붙는다. 그 바람에 로베르타가 정성껏 준비한 양머리 요리 ‘카푸젤라(Capuzzelle)’까지 타버린다.

카푸젤라는 양이나 어린 양의 머리를 활용하는 시칠리아 전통 요리다. 동물의 여러 부위를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 시칠리아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 영화에서 로베르타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자신만의 조리법으로 카푸젤라를 준비한다. 

할머니들의 다툼으로 요리가 타버리면서, 주방은 물론 식당 개업 준비에도 차질이 생긴다. 고향도 성격도 요리 철학도 제각각인 할머니들과 식당을 열어야 하는 조. 이들을 어떻게 한 팀으로 만들고 식당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조디 스카라벨라와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식당 ‘에노테카 마리아(Enoteca Maria)’의 셰프들. 사진= nonnasoftheworld.org

영화는 실제로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에 자리한 식당 ‘에노테카 마리아(Enoteca Maria)’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았다. 실존 인물 조디 스카라벨라(Jody Scaravella는 1999년 할머니 도메니카를 잃은 뒤 가족이 함께 먹던 이탈리아 가정식을 그리워했고, 2007년 식당을 열었다. 

영화 <논나>의 배경인 식당 ‘에노테카 마리아(Enoteca Maria)’ 사진= nonnasoftheworld.org

식당 이름은 어머니 마리아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 셰프 대신 이탈리아 각지에서 온 할머니들이 자신의 고향 음식과 가정의 레시피를 손님들에게 선보인다는 점이다.

2015년부터는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각국의 할머니들을 주방에 초청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파라과이, 우크라이나, 페루, 그리스, 도미니카공화국 등 다양한 나라의 할머니들이 각자의 음식과 조리법을 선보였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가정식을 통해 음식에 담긴 기억과 전통을 나눈다는 식당의 취지는 영화 속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영화 <논나>는 서로 다른 고향과 요리법을 지닌 할머니들이 한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음식이 가족과 고향을 추억하는 매개가 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가정식에 담긴 소박한 정과 지역마다 다른 음식 문화는 물론, 고향을 떠나 뉴욕에 정착한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의 삶과 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탈리아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유쾌한 소동과 따뜻한 식탁이 어우러진 <논나>를 추천한다.

‘에노테카 마리아(Enoteca Maria)’의 할머니 셰프들. 사진= nonnasoftheworl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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