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노트] 가을 꽃게는 왜 수게를 고를까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 2026-09-02 15:08:04
단백질·타우린·칼슘 풍부…신선한 꽃게 고르는 법과 냉동 보관법
[Cook&Chef = 송자은 기자] 꽃게의 계절이 돌아왔다. 산란기 자원 보호를 위해 지난 6월 21일부터 이어진 금어기가 8월 20일 끝나면서 서해안에서는 가을 꽃게 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립수산과학원도 8월 21일부터 11월 30일까지를 꽃게의 가을어기로 구분한다.
마트에서 꽃게를 고르다 보면 궁금한 점이 많다. 가을에는 왜 암게보다 수게가 맛있는지, 다리가 떨어진 꽃게는 피해야 하는지, 집에 오는 사이 죽은 꽃게를 먹어도 되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봄에는 암게, 가을에는 수게
“봄에는 암게, 가을에는 수게”라는 말은 꽃게의 산란과 성장 과정에서 나왔다. 봄철 암꽃게는 여름 산란을 앞두고 몸속에 알과 영양분을 축적해 내장과 알의 녹진한 맛이 좋다. 간장게장이나 찜에 봄 암꽃게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다.
산란을 마친 암꽃게는 많은 영양분을 소모해 가을에는 살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반면 수꽃게는 여름 동안 탈피와 먹이활동을 거치며 몸집을 키운다. 가을이 되면 몸통과 다리에 살이 단단하게 차올라 찜이나 탕으로 먹었을 때 담백한 단맛과 씹는 맛이 살아난다.
물론 가을 암꽃게가 모두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잡힌 시기와 해역,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가을에는 수꽃게를 고르는 편이 살이 찬 꽃게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암수를 구별하려면 꽃게를 뒤집어 배딱지를 보면 된다. 배 가운데 붙은 딱지가 가늘고 뾰족하면 수게, 넓고 둥글면 암게다. 몸집이나 등딱지 색깔만으로 구분하기보다 배딱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쉽다.
담백한 살 속에 단백질·칼슘·타우린
가을 꽃게는 살이 풍성한 만큼 단백질을 챙기기 좋은 식재료다. 수산물안전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생꽃게의 먹을 수 있는 부분 100g에는 단백질 13.7g이 들어 있다. 지방은 0.8g, 열량은 약 70㎉로 비교적 낮다. 기름진 부위는 적고 담백한 살코기가 많은 해산물인 셈이다.
꽃게 단백질에는 라이신을 비롯한 여러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라이신은 쌀이나 밀 등 곡류에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어 밥과 꽃게탕을 함께 먹으면 영양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꽃게의 먹을 수 있는 부분 100g에는 칼슘도 118mg 함유돼 있다. 이는 껍데기를 포함한 꽃게 전체가 아니라 실제로 먹는 부분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칼슘은 뼈와 치아 형성뿐 아니라 근육과 신경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자양강장음료 성분으로 익숙한 타우린도 풍부하다. 수산 연구자료에는 꽃게의 먹을 수 있는 부분 100g에 타우린이 711mg 들어 있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 타우린은 담즙산 형성과 세포 기능, 신경계와 망막의 정상적인 기능에 관여한다. 꽃게를 먹는다고 피로가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 부담이 적은 단백질과 여러 아미노산을 함께 섭취할 수 있어 환절기 식단에 활용하기 좋다.
다만 조리법에 따라 건강상의 장점이 달라질 수 있다.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간장과 소금, 설탕이 많이 들어가고, 꽃게탕도 국물을 많이 먹으면 나트륨 섭취량이 늘어난다. 꽃게찜으로 담백하게 먹거나 탕에 무와 배추, 버섯 등을 넉넉히 넣고 간을 줄이는 편이 좋다.
살이 찬 꽃게는 크기보다 무게
꽃게를 고를 때는 크기보다 무게를 먼저 확인한다. 같은 크기라면 손으로 들었을 때 묵직한 것이 좋다. 등딱지와 배 부분을 살짝 눌렀을 때 단단하고, 다리 마디에 탄력이 있는 꽃게를 고른다.
다리가 몇 개 떨어졌다고 반드시 신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물에서 떼어내거나 운반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리 개수보다 전체적인 무게와 단단함, 냄새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활꽃게는 집게와 다리를 힘 있게 움직이는 것이 좋지만, 저온에서 운반됐다면 움직임이 둔할 수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상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배가 단단한지,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지 확인한다. 배와 다리가 흐물흐물하거나 끈적한 점액이 많고, 시큼하거나 암모니아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면 피해야 한다.
죽은 꽃게는 상태와 보관 온도가 중요
살아 있는 꽃게를 구입했지만 집에 오는 사이 죽는 경우가 있다. 구입할 때 살아 있었고 얼음팩 등을 이용해 차갑게 운반했으며 냄새와 외관에 이상이 없다면 바로 손질해 충분히 익혀 먹을 수 있다.
반면 언제 죽었는지 모르거나 실온에 오래 방치했다면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배와 다리가 지나치게 물러졌거나 아가미가 검게 변하고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먹지 않아야 한다. 가열한다고 상한 꽃게가 다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신선도가 의심되는 꽃게를 가열하지 않는 게장에 사용하는 것도 피한다.
꽃게는 구입한 날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바로 먹지 못한다면 솔로 껍데기의 이물질을 닦고 물기를 제거한 뒤 한 번 먹을 양으로 나눠 냉동한다. 꽃게탕용은 아가미와 입 주변의 모래주머니를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얼리면 편하다.
통째로 보관할 때는 한 마리씩 밀봉해 냉동고 냄새가 배거나 살이 마르는 것을 막는다. 가정용 냉동고에서는 오래 둘수록 맛과 식감이 떨어지므로 가급적 한 달 안에 먹고,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한다. 꽃게탕을 끓일 때는 완전히 녹이지 않고 바로 넣어도 된다.
찜으로 조리할 때는 꽃게의 배가 위를 향하도록 놓는다. 배를 아래로 두면 익는 동안 내장과 육즙이 흘러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등딱지와 다리는 육수를 내는 데 사용하면 꽃게 특유의 감칠맛을 살릴 수 있다.
꽃게는 오래전부터 우리 식탁에 오른 재료다. 17세기 조리서 『주방문』과 『요록』에도 게를 으깨 즙을 내고 무와 장을 더해 끓이는 게탕이 등장한다. 오늘날의 꽃게탕과 모습은 다르지만 게의 깊은 맛을 국물로 즐긴 역사가 오래됐음을 보여준다.
봄 암꽃게가 알과 내장의 녹진한 맛으로 사랑받는다면 가을 수꽃게는 단단하게 오른 속살이 매력이다. 배딱지로 암수를 구별하고 크기보다 무게와 단단함을 살핀다면 맛있는 꽃게를 고를 수 있다. 신선하게 손질하고 안전하게 보관한다면 가을 꽃게는 맛과 영양을 함께 챙길 수 있는 든든한 제철 식재료가 된다.
Cook&Chef /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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