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선·고디바...MZ세대 '떡픈런' 이유는?
허지은 기자
heoxjieun@gmail.com | 2026-10-12 15:01:26
한정판·희소성 중시 성향 작용
[Cook&Chef = 허지은 기자] 카페도, 빵집도 아닌 떡집 앞에 긴 줄이 늘어서고 있다. 이른바 '떡픈런(떡+오픈런)'이다. 유명 브랜드의 인기 메뉴를 먹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가 하면, 지역 떡집을 찾아다니는 '떡지순례'까지 등장했다.
한정선에서 고디바까지, 프리미엄 디저트 '떡'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탄 떡을 맛보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떡집에도 '오픈런'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요거트 찹쌀떡으로 유행을 이끌고 있는 '한정선'이 대표적이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블랙키위에 따르면 한정선은 9월 6일부터 7일 현재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123만 건이 검색됐다.
여기에 최근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도 초콜릿과 과일을 넣은 찹쌀떡을 내놓으며 행렬에 합류했다. 고디바의 10월 검색량은 현재까지 3만 4,800건이다. 이달 말까지 총 21만 2,0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의 약 6배 수준이다. 팥앙금 대신 요거트 크림과 초콜릿, 과일로 속을 채운 떡이 인기를 끌면서 떡은 어느새 한 개에 6천 원이 넘는 프리미엄 디저트가 됐다.
‘떡지순례’ 하는 세대
떡집을 찾는 발걸음은 서울의 유명 매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방 여행길에 동네 떡집과 방앗간 앞에서 웨이팅을 하는 풍경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창억떡' 같은 지역 대표 떡집은 물론,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방앗간도 여행 코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떡지순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성지순례처럼 전국의 떡집을 하나씩 찾아다닌다는 뜻이다. 신조어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떡 소비의 성격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에게 떡은 더 이상 명절이나 잔치 때 사 먹는 음식이 아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가고, 줄을 서고, 기록으로 남기는 '경험'이 됐다. 맛을 넘어 '그곳에서 긴 줄을 서서 먹었다'는 것까지가 소비의 일부가 된 것이다.
실제로 찹쌀떡으로 입소문을 탄 속초중앙시장의 한 방앗간 앞에는 오픈 2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대학생 박 씨(20대)는 "피곤하지만 속초로 여행 온 김에 유명한 떡을 먹어보고 싶어서 오픈런을 했다"고 말했다.
왜 MZ세대는 떡에 열광할까
그렇다면 MZ세대는 왜 이렇게까지 떡에 열광할까. 전통적인 맛에 대한 새로운 관심, SNS를 통한 확산, 한정판·희소성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먼저 떡은 '할머니 입맛'으로 여겨지던 음식이었다. 인절미, 쑥, 흑임자, 팥 등 전통적인 재료와 맛은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옛날 음식에 가까웠다. 그런 떡을 젊은 세대가 다시 찾는 이유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맛'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거트 크림이나 초콜릿 가나슈로 채운 찹쌀떡이 대표적이다. '옛날 음식'으로 여겨졌던 맛이 새로운 디저트가 된 것이다.
SNS는 이 같은 관심을 빠르게 키우는 통로다. 말랑한 질감과 단면에서 드러나는 알록달록한 속재료는 사진과 영상에 담기 좋고, 먹기 전에 찍어 올리는 인증 문화와도 잘 맞는다. 여행지에서 떡집을 찾아 떡을 사고 인증하는 과정은 하나의 코스로 이어져 지역 떡집이 여행의 목적지가 되기도 한다.
한정 판매와 희소성 역시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일수록 직접 찾아가 구매하고 인증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특히 유명 떡집의 인기 메뉴나 기간 한정 제품은 '지금 아니면 먹기 어렵다'는 인식을 만들어 오픈런으로 이어진다. 한정선을 찾은 지 씨(30대)는 "오전 10시 30분 오픈과 동시에 현장 대기를 등록하려 했지만 임시 마감이 되어 오후 2시에 다시 왔다"며 "앞에 160팀이 넘게 있어 1시간을 더 기다린 3시에야 떡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떡의 변신, '전통식품'에서 'K-디저트'로
이런 변화 속에서 떡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전통식품으로 인식되던 떡은 요거트, 초콜릿, 과일 같은 친숙한 재료와 만나 K-디저트로 재해석되고 있다. 쫀득한 식감이라는 본연의 강점은 지키되, 맛과 포장, 브랜딩은 젊은 취향에 맞춘 것이다. 고디바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찹쌀떡을 내놓았다는 것은 떡이 디저트 시장의 주요 품목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떡이 일상적인 간식에서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디저트'로 변화한 지금, 떡의 새로운 전성기를 알리는 신호가 되길 기대해 본다.
Cook&Chef / 허지은 기자 heoxjieun@gmail.com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