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메밀이 주인공” ‘무쇠팔’ 박주성 셰프의 ‘소바쥬’에서 만나는 색다른 일식 코스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29 20:50:45
메밀로 소바, 갈레트, 디저트까지 요리마다 다르게 구현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시즌2’에 ‘무쇠팔’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박주성 셰프는 방송에서 자가 제면한 소바 요리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한쪽 팔의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희귀 근위축성 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그는 투박하지만 계산된 맛, 러프하지만 마무리가 정확한 요리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박주성 셰프가 운영하는 소바쥬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일식당으로, 미쉐린 가이드 2025 셀렉티드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렸다. 이곳은 메밀을 주재료로 삼아 자가 제면 소바를 중심으로 한 일식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메밀’이라는 재료를 들으면, 시원한 메밀소바가 떠오를 정도로 우리에게 ‘메밀=냉메밀소바’란 공식이 깊이 각인돼 있다. 하지만 소바쥬는 메밀로 소바뿐 아니라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코스를 선보인다.
자가제면한 메밀면은 향과 질감을 살리는 데 집중했고, 국물 역시 자극을 줄이고 담백하게 우려냈다. 메밀 갈레트, 전채 요리, 생선 요리 등 다양한 형태로 메밀 요리를 만들어내는데, 계절 식재료에 따라 코스 구성이 달라진다. 정형화된 메뉴가 아니어서 방문 시기마다 다른 경험을 느낄 수 있다.
메밀이 중심이 되는 이곳의 코스는 일본식 오마카세와도, 단일 메뉴 소바집과도 차별화돼있다. 대표 메뉴로는 중간 너비 메밀면, 프랑스식 메밀 쿠래패 요리인 갈레트 등이 있다. 각 코스마다 메밀의 식감과 풍미를 다르게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바쥬의 메밀은 제분 방식부터 다르다. 일반적인 방식처럼 곱게 빻아 체로 거르지 않고, 현미처럼 껍질을 제거한 메밀 알맹이 전체를 굵게 제분해 사용한다. 메밀 본연의 거친 질감과 향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면에는 토종 메밀을, 차나 아이스크림에는 향이 강한 타타리 메밀을 사용하는 등 요리에 따라 품종을 달리 한다.
코스는 상큼한 메밀 콤부차로 시작해 메밀칩과 두부소스, 중간 너비의 메밀면, 생선회, 온국물 메밀면, 메밀 갈레트, 메밀면과 텐푸라, 메밀 아이스크림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중간 너비 메밀면은 다시마 베이스의 오일 소스와 함께 제공되는데, 굵게 제분된 메밀의 질감과 납작한 면 형태가 씹는 맛을 강조한다. 염도와 밸런스를 적절하게 맞춘 소스는 메밀 특유의 풍미를 해치지 않는다.
메밀 갈레트는 프랑스식 크레페를 메밀로 재해석한 메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갈레트 안에 담긴 재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메밀면과 텐푸라는 따뜻하게 온면으로도 혹은 소스를 찍어 먹는 쯔유 소바 형태로 즐길 수 있다. 해산물과 채소 튀김이 곁들여져 더욱 풍성하게 맛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공되는 메밀 아이스크림은 타타리 메밀로 만들어 향이 짙고, 메밀 약주를 곁들이면 더욱 특별하다.
바 테이블 중심의 소규모 레스토랑인 덕분에 모던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셰프가 요리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아담한 공간이 주는 집중도 덕분에 음식에 온전히 몰입하기 좋다.
소바쥬는 메밀을 중심으로 한 일식 코스 요리를 통해, 소박한 재료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스시 오마카세의 화려함도 좋지만, 조금 더 색다르면서도 건강한 일본식 코스 요리를 찾는다면 소바쥬가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단조롭고 심플한 메뉴만 이어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신선한 해산물과 다양한 재료를 토대로 창의적인 요리로 잘 짜여진 코스를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런치코스 5만 5,000원, 디너 코스 8만원으로 10만원대 이하로 가격이 합리적인 것도 장점이다.
마포역 2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소바쥬는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원래 디너 예약이 빠르게 마감될 정도로 인기 많던 이곳은 박주성 셰프가 출연한 ‘흑백요리사 시즌2’가 방영되며 더욱 예약이 힘들어졌다. 현재 예약이 오픈된 1월까지 모두 자리가 찼을 정도다.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해며 매주 화요일은 정기휴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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